똥이 어디로 갔을까?
이상권 지음, 권문희 그림 / 현암주니어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 책에서 똥냄새 나는 것 같아

 

'책을 읽던 아이가 한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먼저 읽은 나도 생생한 표현들에 뜨악소리 여러번이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단후의 똥 이야기로 시작해 옛이야기와 아빠의 유년시절 속에 동물의 생태이야기, 민간요법 등이 담긴 똥 이야기의 집합체이다.

 

단후가 숲의 산책길에 똥을 누었다. 그 길을 지나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그것을 발견하고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단후와 단후의 아빠가 재밌게 지켜본다. 공원산책길에 애완동물의 흔적을 보고 불쾌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이 장면에 거부감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반가운 똥, 고마운 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똥파리, 쇠똥구리, 말벌, 노래기, 개미, 버섯들에게는 생명의 밥인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체들의 건강을 지키게 해주는 똥, 몸 밖으로 내놓은 순간 누군가에는 나누는 자원이 되어준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나중에야 똥을 흙으로 덮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단후와 아빠가 두리번거리지만 똥이 보이질 않는다. 똥이 어디로 갔을까? 어리둥절해하는 그들 옆으로 약 올리듯 떠나는 똥파리의 모습이 재미있다.

 

아빠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할아버지할머니의 똥된장 이야기다. 우리집에서는 역으로 아이가 내게 들려주어 알게 된 이야기인데, 책에서 만나게 되니 더 반가웠다.

단후네 아빠의 유년시절엔 똥에 관한 추억들이 가득하다. 똥통에 빠진 친구 이야기, 똥때문에 부지깽이로 맞은 일, 할머니의 똥술을 위해 냄비에 똥을 눈 일 등이다. 똥이 귀하던 시절 바깥에서 똥을 누었다는 이유만으로 손자를 부지깽이로 때리거나, 똥을 모으기 위해 마실꾼들을 불러 들여 먹거리 대접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옛사람들이 똥을 얼마나 귀히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비료나 퇴비가 흔해진 요즘엔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말이다. 옛날에는 진짜로 똥술을 먹었냐는 아이의 물음에 설마하면서도 검색을 해보니 똥술제조법부터 시음후기까지 나오는 게시글들이 있다. 요즘처럼 의학이 좋은 시대를 살면서도 똥술을 민간요법으로 쓰고 있다니 놀라운데, 우리 전통 식문화의 하나일 뿐이라는 의견도 눈에 띈다.

 

새끼의 똥을 먹는 어미개의 모성 이야기는 따뜻하고, 똥개생각에서 “아무 냄새도 안나냐?”라는 말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똥을 먹고 포동포동 살이 오른 똥개 벅구를 뜻밖의 모습(?)으로 만난 시우의 충격적인 경험은,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덜했던 옛날 시골에서는 흔했던 일로 기억된다.

 

똥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옛날화장실 모습 얘기도 나누고 똥떡, 똥벼락, 줄줄이 꿴 호랑이 등 똥 관련 전래동화를 찾아 다시 읽어보기도 하였다. 똥하면 더럽게 느껴지고 우선은 피하고 싶은 어른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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