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양
우메다 슌사쿠.우메다 요시코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수업 시작종이 울릴 때 학교에 도착해 급하게 운동장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그런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저 자식, 지금 우리 무시하고 간 거 맞지?”
아이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합니다.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새 학교로 온지 고작 일주일, 이해되지 않는 이 삼초의 시간 때문에 아이는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도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어버립니다.

 

[나는 태양]은 학교폭력과 따돌림에 시달리다가 바닷가 마을로 어촌 유학을 떠난 다이요(일본어로 태양이라고 하는군요)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민박집 할머니, 가야 형,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는 게 다이요에게는 영 익숙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은둔형 외톨이였으니까요. 어부 아저씨들의 말투는 거칠고 톳따기, 불피워 찌기, 콩까기 등을 하면서 다이요에 입엔 ‘귀찮아 죽겠네’가 입에 배였지만 왠지 싫지 않습니다. 어촌마을의 ‘우리’라는 울타리, 다이요게는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어떤건지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거였지요.

하지만 상처받고 찢긴 마음이 회복되는 건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어촌 마을에서 가깝게 지내는 가야 형과 아키토 형도 한 때는 학교폭력의 가해자, 피해자였다는 고백에도 다이요는 괴롭고 슬펐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지 못하고 여기서도 따돌림을 당하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해파리 알지?바다에 숨어서 속을 썩이는 녀석 말이다.
그런데 육지로 끄집어 내면 흐물흐물 사라져 버려.
세상일도 마찬가지, 뒤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는 일은 일단 햇볕 아래 내놔야 한다.“

 

조합장 아저씨의 말입니다.

마을 사람들의 진심은 다이요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모두 힘을 모아 가꾼 톳을 모두 팔고 돌아온 날, 어른들과 가야 형의 격려에 다이요는 일식에서 벗어나 빛을 찾은 태양이 된 것 같았어요.

 


다시 돌아간 도시에서의 다이요의 모습은 어떨까 그려봅니다.
물론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다이요는 더 이상 스스로의 감옥을 만들지는 않겠지요.

다이요의 예처럼 집단따돌림의 이유가 참 씁쓸합니다.
올해 열 살이 된 큰아이 담임선생님을 존경하게 된 계기가 학기초에 있었어요. 반에 유독 키가 작고 몸이 약한 아이가 있는데 수업시간에 토를 했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오물이 묻은 아이의 물건들을 닦아 말리고 정리하신 후 반 아이들에게, 친구가 몸이 안좋아 그런 것이니 이런 일로 놀려서도 안되고, 다른 반 아이들에게 소문내고 다닐 일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해요. 1년 동안 마음 놓아도 되겠구나 했던 믿음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단 한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어촌 마을에서 사람들의 진심어린 관심을 느낀 다이요에게 든 생각입니다.

 

‘왕따’의 주동자하면 덩치가가 크고 공격적인 아이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공격적이지는 않아도 지지하는 여러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왕따는 생겨날 수 없다고 합니다. 방관자들 또한 집단따돌림의 큰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또 어촌 유학에서 다이요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어른들의 역할을 생각해봅니다. 마을 공동체가 아이를 키우는 분위기가 부럽기도 하고,  우리 아이들을 머리만 똑똑한 아이가 아니라 가슴이 따뜻한 인성이 좋은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칫 무겁고 어두워보이지만 희망이 있어 환해지는 책, 많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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