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데려간 세 딸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12
오호선 글, 원혜영 그림 / 길벗어린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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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이야기에는 도깨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도깨비들의 모습을 보면 착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가하면 반대로 벌을 주기도 하고, 도깨비불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며 씨름을 하자는 등 승부를 겨루기도 하지요. 세 딸을 데려간 도깨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집니다.
앞표지 그림을 보며 도깨비의 등에 업혀 있는 것이 너희들이라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물어 보았어요. 큰아이는 놀이동산에, 작은 아이는 보물잔치(?)에 가고 싶다고 하는군요.^^

마음씨 곱고 부지런한 세 딸과 함께 사는 가난한 나무꾼은 걱정이 많습니다. 세 딸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지만 가난한 형편에 시집을 보낼 수 없으니 말이에요. 나무꾼이 나무를 하다 아~하고 한숨을 쉬었는데 난데없이 도깨비를 나타나서는 자기 이름을 부른 값으로 딸을 데려오라고 합니다. 땅속 나라로 첫째 딸을 데려간 도깨비는 사람의 다리 뼈다귀를 주며 먹으라고 합니다. 첫째는 뼈다귀를 지붕위로 던져 버리고 먹었다고 하지만 도깨비가 “쿵쿵 뼈다귀야, 걸어라!”하니 지붕 위에서 뼈다귀가 벌떡 일어나 쿵쿵 걸어 나왔어요. 도깨비의 마법에 걸린 뼈다귀였던 걸까요? 도깨비는 첫째의 목을 부러뜨려 구석방에 던져 버렸습니다.
나무꾼이 나무를 하다 또 “아!”하고 한숨을 쉬자 도깨비가 나타나 이번엔 둘째 딸을 데려갔어요. 둘째 딸은 뼈다귀를 아궁이에 버렸다가 도깨비의 주문에 뼈다귀가 걸어 나오는 바람에 언니와 같은 신세가 되었지요.
도깨비의 이름이 ‘아’라는 걸, 그래서 “아~”라고 한숨을 쉴 때마다 도깨비가 나타난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한 나무꾼은 또 한숨을 쉬어 도깨비는 셋째마저 데려갑니다.
셋째는 뼈다귀를 갈아 허리춤에 찼어요. 도깨비가 “쿵쿵 뼈다귀야, 걸어라!”하니 뱃 속에서 “나갈 수가 없어요.”라는 뼈다귀의 소리가 들렸지요. 셋째가 도깨비의 땅 속 나라에서 살 수 있는 통과의례를 지혜롭게 잘 넘기자 도깨비는 셋째를 믿고 집 열쇠 꾸러미를 맡기고 도깨비의 비밀도 알려줍니다. 셋째는 두 언니와 집으로 무사히 돌아와 모두 가정을 이루고 딸을 낳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착하지만 걱정근심이 많아 힘없이 세 딸을 빼앗기는 아버지의 모습이 참 답답했어요.
도깨비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우리도 “아~” “휴~”같은 한숨을 쉬지 말자고 했더니 일곱 살 둘째는 “에이~그림책 속이니까 도깨비가 나온거지.”합니다. 한숨은 좋은 생각을 방해하고 옆에 있는 사람도 힘빠지게 하니까 도깨비의 출현만큼 안 좋은 일인 것 같다고 이야기 나누었지요.

다른 옛이야기를 통해 도깨비가 말피를 무서워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버드나무를 무서워한다니 새롭고 흥미로웠어요. 시골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도깨비불에 홀린 이야기를 종종 들어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알았더라면 마음이 얼마나 든든했을까 생각하며 혼자 웃었답니다. 말피보다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또 얼마나 다행인가요.^^

=> 아름다운 세 딸은 아무 걱정 없이 아버지를 모시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제일 마지막장 부분인데요, 왜 딸들은 도깨비의 땅 속 나라에 가득했던 보물들을 가져오지 않았을까요? 다른 옛이야기들처럼 큰 부자가 되어 잘 살 수 있었을텐데 말이에요. 가난 때문에 한숨을 쉬다 가족의 큰 위기를 경험하면서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 더 소중한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소박하지만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서로 아끼며 사는 모습을 통해 행복은 얼마나 더 가졌느냐에 달려있지 않다는 걸 새삼 생각하게 되었어요.

새롭게 만나게 되는 옛이야기책들은 거의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 조금씩 각색된 것이 많았는데 신붓감을 구하는 도깨비의 이야기는 신선하고 참 재미있었습니다.  마음 속에 재미있는 얘기 하나 쟁여 두는 것이 겨울밤 홍시 하나 얼려 둔 것처럼 든든한 즐거움임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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