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기 싫어 - 단이 이야기 1 큰곰자리 12
신순재 글, 이윤미 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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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만큼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인 건 없는 것 같다. 역할놀이가 마음에 들지 않고, 친구가 놀려 또 울음을 터뜨리는 단이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은 여자아이이다. 내 아이 보듯, 이웃 아이를 보듯 단이를 만나니 어느새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보게 되었다.


나보다 먼저 책을 읽던 아이가 묻는다. “엄마~화내기수업이라는 것도 있어?”


화내기 수업이라니 재미있다.

엄마는 “하지마”라고 말하기, 째려보기를 단이에게 가르치지만 단이는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재미있게 놀다보니 화가 났던 일은 까맣게 잊고 자기를 화나게 했던 아이에게 지우개를 선물하기도 한다. 화내기수업선생님 엄마에게는 이해안되는 단이의 행동이 아이다워 웃음이 난다. 아이들의 이런 순수함을 오래오래 지켜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딸아이도 학교에서 싫어하는 남자아이가 하나 있다. 툭치고 도망가고 메롱하고 도망가고 이미 많은 여자아이들의 공공의 적인 듯 싶다. 보통 여자아이들 반응을 보면 끝까지 쫓아가서 때려주거나 하는 모양인데, 나는 아이에게 ‘무반응’을 보이라고 조언해주었다. 약올라도 꾹참고 아무 반응 보이지 않으면 너에게 장난거는 게 재미없어 안 할거라고 했더니 아이도 수긍하고 그렇게 대처하려 노력하는 모양이다.


단이에게는 입을 헤벌리는 버릇이 있다. 단이가 숙제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할 때 엄마는 수시로 “합”을 외친다. 그 소리가 좋을리 없는 단이에게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


쌀밥, 콩밥, 주먹밥, 비빔밥. 엄마는 코끼리밥, 아빠는 맥주밥! 아이의 눈을 맞추어 주는 엄마와 아빠. 참 사랑스러운 가족이다.



수줍음 많은 단이에게 힘든 것 중의 하나가 발표이다. 선생님의 질문에 늘 답은 준비되었는데 입을 떼기 힘든 단이. 하지만 단이는 공개수업은 자기뿐만 아니라 잘 나대는 친구도, 심지어 선생님에게도 떨리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마법의 밀가루 인형을 만든다. 단이는 또 하나의 산을 넘으며 한뼘더 자랐을 것이다.


고양이만 하래 / 화내기 싫어 / 돼지밥 코끼리밥 / 빤히 쳐다보기 없기


네 이야기를 통한 단이의 모습을 들여다보니 단이는 마냥 약하고 수줍음 많은 울보가 아니다. [화내기 싫어]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신의 내면을 단단히 다지고 성장을 한다는 믿음을 주는 책이다. 때로는 믿음직스럽지 않고, 속도는 더뎌보여도 아이들은 분명히 자란다. 이제 겨우 여덟살 단이의 몇 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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