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부리 영감과 도깨비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10
오호선 글, 윤미숙 그림 / 길벗어린이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책이 도착했을 땐 아이들의 귀가 전이었다. 혼자 읽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아이들에게 읽어줄때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좀 다른 이야기야" 하며 시작했는데 널리 알려진 그 이야기가 사실은 일제 강점기 교과서에 실린 일본의 이야기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무를 하다 날이 저물어 산에서 밤을 지내게 된 혹부리 영감은 고목나무 구멍안에서 잠을 청하려는데 도깨비를 떼를 지어 몰려왔다. 그리고 도깨비들은 "홍홍양양 홍홍양양"하며 노래와 춤판을 벌인다. 도깨비들의 밥이 되겠구나 벌벌 떨었던 혹부리영감이었는데 영감은 제 흥에 못이겨 저도 모르게 고목나무에서 나와 함께 논다.

" 호오오옹 야아아앙 호오오옹 야아아앙"

 때아닌 밤중에 놀이마당이 열려 도깨비와 혹부리영감은 날이 새도록 논다. 이제 돌아가야 하는 도깨비들은 더욱 흥에 겹게 놀게 해준 혹부리영감에게 선물을 준다. 혹을 살살 만져주니 혹이 사라진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은 옆집 혹부리 영감도 혹을 떼러 도깨비들을 만나러 간다. 

그날 밤에도 도깨비들이 몰려와 노래를 시작했다. "홍홍양양 홍홍양양"

이때다 싶어 혹부리 영감도 펄쩍 뛰어나와 노래를 부른다 "양양양양 양양양양"

그런데 어제의 그 흥이 나지 않자 도깨비들은 화를 내며 어제 하던대로 부르라 한다. 그래도 여전히 혹부리영감은 들은체도 않고  "양양양양 양양양양"


그 때부터 도깨비들의 노래는 엉망이 되고 만다.

"양양양양 홍홍홍홍 홍양홍양 양홍양홍"

아무렇게나 소리지르며 춤추다 서로 부딪치고 자빠지고 숲이 시끄러울 정도였다. 날이 밝자 한 밤의 잔치가 엉망이 되어 화가 난 도깨비는 혹부리 영감의 얼굴을 살살 만졌다. 이제 혹이떼어질 거라는 기대와 다르게 혹부리 영감은 디룽 혹이 더 생겨 혹이 두 개가 되었다는 얘기.


'홍홍양양'이라는 노랫소리가 무척이나 즐겁다.

입모양을 오므렸다 벌렸다, ㅇ받침이 네번이나 반복되니 아이의 발음이 꼬여 또 한번 까르륵 웃고...

막무가내 옆집 혹부리영감덕분에 도깨비들의 노래가 양양양양 홍홍홍홍 홍양홍양 홍양홍양 뒤엉킬 땐 아이와 배꼽을 잡았다.

책을 읽으며 한 참을 웃고 난 후에 우리도 그렇게 놀아보자 했다.




 

 

매실이 담겨 있던 페트병을 급히 다른 곳으로 옮겨 비워 뿅뿅이를 붙여 방망이를 만들었다.

혹을 만들 스타킹을 꺼내니 아이는 신어보고 싶다며 발에 신어 보고 팔에 끼워보고 그 감촉에 즐거워했다.

신문지 길게 찢기 놀이를 한 후에 돌돌 뭉쳐 스타킹 안으로 넣어 모양을 만들고 목에 걸어주니

아이는 혹이 생기니까 참 재밌다며 자기도 혹부리 영감처럼 혹이 진짜로 생기면 좋겠단다. ㅎ


도깨비가 되어 도깨비도 휘둘러 보고 

혹을 달아 혹부리 영감도 되어 홍홍양양 노래하며 춤추고...


어렸을 적 시골 마을에서 어른들께 도깨비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깜깜한 밤에 도깨비불을 보고 깜짝 놀라 줄행랑을 쳤다고...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도깨비가 그리 무서운 존재는 아닌 것 같다. 그림책에서의 도깨비들의 등장을 보면 꾼 돈을 갚고 또 갚아 부자로 만들어 주는 도깨비, 씨름 한판 하자는 도깨비 게다가 밤새 노래판, 춤판을 벌여 신명나게 노는 도깨비라니...또한 혹부리 영감 덕분에 잘 놀았다며 선물로 혹을 떼주는 장면에서는 정많고 신세지고는 못사는 우리 조상들의  정서가 그대로 담겨 있는 듯 하다.

반면 혹이 두 개가 된 혹부리 영감은 어찌나 안타까운지...혹을 뗀 영감에게서 코치를 받았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아이는 도깨비 마음에 들도록 노래 연습을 다시 해 가서 혹을 떼게 되면 좋겠다고 한다. ^^


단순한 노랫말 한구절이 이렇게 책을 재미있게 빛내주다니 그 센스가 놀랍고, 익살스러운 그림 덕에 도깨비가 사랑스럽기까지 한 그림책! 일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옛이야기라니 더욱 반가웠고, 문득 한국의 도깨비들은 어떤 모습인지 자료를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