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솔로 2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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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굿바이 솔로]를 본 적이 없다. 그녀의 작품인 [꽃보다 아름다워]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로 눈물 쏙 뺐던 얼얼한 경험이 있는 일인이었는데 말이다.
아쉽게도 당시의 나는 캐스팅에 좌우되는 시청자요, 어설픈 연기에 사정없이 채널을 돌려버리는 시청자였다. 게다가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간의 속사정을 낱낱이 들춰내는 [굿바이 솔로]는 다음날 출근을 준비하는 피로에 지친 나 같은 사람에겐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이란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회피했었다.
하지만, 나 같은 허당 시청자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작가 노희경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칭송받고 있다.
왜 일까.

나는 그걸 [굿바이 솔로]에서 확인했다.

[굿바이 솔로]는 1부에서 16부까지, 키워드 대사가 대본의 머리말을 장식하고 있다.
4부_젊어서 힘들겠다.
7부_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우리는 외롭다.
8부_사랑에 연연하는 한 우리는 어린아이다.
15부_흔들렸다 바로 섰다 하는 게 인생사다.
16부_사람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작가는 짧은 문장에 범상치 않은 여운을 품은 대사로 독자에게 앞으로 자신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극 전체의 내용과 무게를 소개하며 온갖 군상들의 인생사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부모를 떠나 독립하고도 사생아인 자신의 존재를 힘겨워하는 민호,
그는 수희에게서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는 친구 지안의 애인이다.
그러면 지안은 어떤가.
벙어리 부모와 여동생을 떠나 승승장구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에겐 자신이 말을 하는 유일한 가족의 일원이라는 것이 그래서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늘 짐인 남자다.
그럼, 수희는?
돈 따라 사랑을 옮겨 다니는 엄마처럼은 살지 말자 다짐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은 지안에게서 민호에게로 흐른다.
이들 세 사람의 친구인 날라리 미리는 언행일치를 보이는 가장 솔직한 인물이지만 건달인 호철을 사랑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이들 곁으로 이사를 온 영숙은 병든 어머니를 방치하고 죽음으로 몰았던 어렸던 자신을 자꾸만 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환영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들을 먹여 살리다시피 하는 식당 아줌마인 미영은 말이 말을 낳고, 거짓을 낳고, 소문을 낳는 말도 안 되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자신의 입을 닫아버림으로써 소통을 거부한다. 변명도 해명도 없는 삶을 산다.

이들이 사는 이야기를 보면 우리 세상사에 어느 하나 걸리지 않는 게 없다. 보통 가정이 주는 행복에 대한 욕구, 못난 가족에 대한 부담, 어린 시절 잘못된 행동에 대한 자책과 진정한 사랑에 대한 혼란... 하지만 당시엔 어려서 몰랐고, 지금은 젊어서 아팠고, 늙으면 그 모든 것들을 용서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게 됨을 우리는 안다. 작가가 묵묵히 덤덤히 그려냈던 이야기처럼 말이다.

[굿바이 솔로]는 10년 전, 내 지나간 청춘일기를 보는 것 같다.
그날 있었던 폭발하는 분노와 애절한 사랑과 끊임없는 자책들을 주절주절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 당시의 먹먹한 감정은 현재와 같을 수 없다.
약간은 차분해지고, 그래서 약간은 객관적이 되고, 그래서 ‘그땐 왜 그랬을까?’하는 약간의 후회도 생기는 내 젊은 날의 일기.
10년 후엔 [굿바이 솔로]의 엔딩처럼 나 자신에게 조금은 관대해진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행복한 기대마저 생긴다.

작가 노희경, 이런 작품 쓸 수 있는 노하우... 쫌 갈쳐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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