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았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벅찬 발걸음을 옮기다가 바위에 나무에 무수히 새겨진 이미 다녀간 사람들의 자취를 만나는 것. 이 길을 걷는 이가 나뿐이 아니였음을 느끼는 것. 게다가 나는 이미 수백 수천만번째의 방문객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게 하는 것. 앞서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질투심을 느끼는 것. 그렇지만 다시금 한없이 작고 어리석은 나를 뒤돌아보고 한없이 내밀었던 턱을 살짝 당겨 콧대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