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의경의 우주콘서트
태의경 지음 / 동아시아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힘든 일이 있거나 마음 속 공허함을 이기지 못하는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보며 별을 헤아리곤 했다.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고 해서 딱히 해결책이 나올리 없건만, 마냥 그러고 있는 게 좋았다.

그래도 그 황홀한 밤풍경은 내 마음을 위로하고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별이 한 가득 내 가슴으로 날아 와 그곳에서 나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위안을 삼았던 위안이 되어 주었던 하늘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그래서 마음 한 켠이 아파온다.

태초부터 나를 잘 알아 온 따뜻한 지기처럼 내가 필요로 할 때마다 제 맡은 바의 소임을 다할 양, 내 주위를 둘러 쳐 포근하게 감싸주었던 하늘을 이제야 나는 알아갈 마음이 생겼나 보다.

별자리 이름 하나 모르고, 천체 현상 하나 몰라도 잘 살아 온 내가 갑자기 이렇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우주를 여행하고자 했던 동기는 이렇게 단순했다. 뭐, 거창하게 '학문적 지식쌓기'라는 명분과는 충분히 다르다는 것이다. 니가 나를 봐 주었으니, 이젠 내가 널 봐주겠단 식일 뿐... 

# 들어가기 #

항상 어떤 책을 읽든 나는 목차를 확인한다. 큰 제목안엔, 어떤 내용이 있는지 가히 연계성을 가지고 있는 소재로 글을 썼는지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5개의 Chapter로 큰 단락을 나누고 그 안에서 각 각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꼭 누군가에게 우주 여행을 가이드 받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이는 인문과학도서의 특징인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지 않아서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아나운서다. 천문학과 우주에 아주 관심이 많은 아나운서.

전문가가 아닌 아나운서가 글을 썼다는 이유만이, 독자들이 이 책을 재미난 이야기책으로 인식되게 하였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태의경의 글은 단순한 취미수준의 'ilke'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무엇때문에 인문과학도서의 딱딱한 형식을 깨고 독자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었을까? 그건 아주 다양한 소재와 흥미거리들의 개연성을 잘 접목시켰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이는 저자의 박학다식한 '앎'이 지대한 공헌을 한 결과이다.

Chapter 1, 2

별은 수명이 있다. 태양 또한 현재 50억년을 살았으며 앞으로 50억년을 더 살 수 있는 별이다. 물론 우주 역시 유한한 값을 가지고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아주 밝은 별이란 뜻의 '초신성'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하면서 굉장한 빛을 내는데, 개중에 어떤 것은 낮에도 보일 만큼 밝게 빛나기도 한다. '게성운(M1)'도 그 초신성의 잔해라 한다. (p. 25) 

우리가 흔히 들어봤음직한 '블랙홀'은 태양의 15배가 넘는 질량을 가진 별이 수명을 다해 초신성으로 폭발 후, 내부로 수축하며 오그라들면서 강력한 중력장을 지니게 된다. 그 중력이 빛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수 있을 만큼 아주 강력하다고 하니, 우주여행시엔 이 검은 터널을 만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듯 하다.
'메시에 목록'에 등재된 110개의 천체 중 일부 천체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젖어들 때쯤이면 이 두 단락도 거의 끝이 나게 된다. 사실 일반인들이 우주와 별에 접근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유성'이 떨어지는 날에 그것들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게 고작이다. 사실 쏟아져 내리는 유성들을 보면서 소원을 빌어본 적은 없다. 그냥 너무 이뻐서 '우와~' 그러고나면 이미 내 시야에 유성은 보이지 않았으니까...  

Chapet 3, 4

역사와 종교, 미술, 신화, 영화에 아우르는 잡다한 우주관련 일화들을 저자 자신만의 지식과 사유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 단락이 사실 가장 흥미로웠다.

예전에 동양과 서양은 모두 '혜성'을 불길한 징조로 보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신라 진평왕 16년에 승려 융천사가 지은 향가 중 [혜성가]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혜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라에 무슨 위기가 닥치는 것이 아닌가 하여 불안한 참에, 왜병까지 침략해 온다는 소식이 들려 신라가 혼란에 빠지자, 융천사가 이 혼란을 가라앉히고자 이 혜성의 모양이 빗자루 같다는 데 착안해 '길 쓸 별'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며 흉조가 아닌 화랑이 가는 길을 쓸어 주는 길조의 별로 의미를 바꾸어 노래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혜성이란 존재에 대한 옛날 사람들은 공포를 느꼈다는 것!

우주에 관련한 영화가 생각보단 참 많았다. 그 중 내가 본 것은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는 '토탈 리콜'이란 영화이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랑은 다르다. 저자가 가장 첫빼로 꼽는 영화는 '콘택트'였다. [콘택트]는 주인공 앨리가 '웜홀'을 통과해 베가성에서 지내 18시간의 경험을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과학은 증명과 증거가 존재하지 않으면 과학의 힘은 지속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종교 역시 증거를 댈 수 없는 학문이라는 것을 작가는 얘기한다. 똑같이 증명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종교는 증거도 없는데 사람들이 믿고 따른다. 이 부분에 이르렀을 땐, 이 말이 가장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이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장님이다." - 아인슈타인

또한 저자는 반 고흐의 그림에 그려진 별자리와 연오랑 세오녀 이야기, 동방박사가 베들레헴에서 본 별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한다. 그만큼 별과 우주에 관련한 이야기는 아주 무궁무진하다.

Chapter 5

우리나라가 우주에 관심을 두고 인공위성 개발을 시작한 건 1989년부터였다. '최순달 박사'가 인공위성 기술을 배우기 위해 우수한 학생 5명을 유학을 보내고 그 이후 1992년에 처음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렸다. 선진국보다 많이 뒤늦게 시작했지만, 그 이후 계속된 노력으로 2008년이면 전남 외나로도에서 순수 우리 기술의 로켓발사대와 인공위성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 이야기와 사진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갈 수 있었던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천문학에 대한 이해가 가능했다고 하면 오만일까? 사실 단 한 권의 책으로 천문학을 이해하기란 어려워 보이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기본 재료의 맛을 봤으니, 이젠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보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 기억나는 구절(p. 198)

'칼 세이건'은 분명히 말한다. 우주에는 약 4,000억 개의 크고 작은 별이 있다고. 그리고 이렇게 큰 우주 공간에 생명을 가진, 지능이 있는 존재가 우리뿐이라면 그것은 정말 엄청난 공간 낭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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