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좋은 수업

좋은 수업 - 나의 수업 다시 보기 좋은 수업 바로 보기
신지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이 책은 주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고민한 ‘좋은 수업’에 대해 쓰여 있어 고3을 가르치는 나에게 좀 거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수업을 하고 싶다면 수업의 기본부터 섬세히 고민해

‘좋은 수업‘이라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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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10월

세상이 빠르게 변해 가고 있는 걸 알고 있지만 교사인 내가 그 빠른 변화를 실감나게 느끼는 건 당연히 학교에서이다. 교육과정도, 학교의 풍토도, 아이들도 한 해 한 해 참 다르고, 새로운 어려움이 생겨난다.

곧 시행될 ‘고교 학점제’ 연수를 여러 번 들었다. 친숙한 개념인 ‘교육과정 재구성’을 언급하며 강사는 이를 ‘교사 교육과정’이라는 말로 표현해 주었다. 즉 당면한 교육 현실에서는 교사 수준에서의 교육과정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설렘과 다짐으로 가득 찼을 내 가슴에 근심 걱정이 드리워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좋은 수업’을 읽었다.

이 책은 ‘교사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업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인 수업 목표, 수업 내용, 수업 방법, 평가, 학생과 교사 별로 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처음 책의 목차와 1, 2장을 읽으며, 너무나 당연한 내용을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너무나 쉽고 새롭게 느껴져서 놀랐다. 모든 수업은 교육과정에 기초하여 수업 목표 하에서 다른 요소들을 고려할 것. 수업 목표는 ‘무엇을 어찌하다’가 핵심이므로 그 앞의 조건 등은 다른 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이를 교사가 수업맥락 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바꾸어 구성하여 다양성과 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즉 ‘오래달리기로 심폐지구력을 기를 수 있다’의 학습목표 실현은 ‘오래달리기’가 아닌 ‘줄넘기’이어도 된다는 것이다. 핵심은 심폐지구력을 기르는 것이므로. 수업 목표에서 ‘안다’는 지식의 습득임을, ‘한다’는 기능의 습득임을 구별해야 하며, 간혹 ‘안다’의 탈을 쓴 ‘한다’가 있으므로, 이를 식별하여 수업 목표의 초점을 분명히 할 것. 다음으로 ‘그래서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즉 수업 내용에 대해 설명한다. 이를 위해 먼저 수업 목표가 ‘안다’인지, ‘한다’인지를 구별한다. ‘안다’의 경우라면 ‘무엇을’을 상세화하여 수업 내용을 마련해야 하며-‘소설의 구성요소를 안다’라면 구성 요소를 주제, 구성, 문체로 상세화한다-, ‘한다’라면 ‘한다’에 이르는 ‘방법’이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 이를 가시화하여야 한다-‘판본체를 쓸 수 있다’라면 곧은 획 쓰기, 꺽은 획 쓰기 등의 쓰는 방법을 상세화하여 수업 내용으로 구성하여야 한다.

3장에서는 수업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새로운 수업방법을 접했을 때, 이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하기보다는 부분으로 나누어 기존의 나의 수업과 차이점을 파악하고 적용 정도를 결정할 것, 하나의 학습 목표 아래 하나의 활동을 반복하기보다 학생들의 활동 양상에 변화를 주어 지루하지 않게 지식을 복습하고 익히게 할 것, 또한 난도가 동일한 복수의 활동과 다른 복수의 활동을 마련하여 학생의 수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선택 조합하여 운영할 것이 그것이다. 새로운 수업 방법에 저절로 일종의 압박을 느끼게 되는데, 그러지 말고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 길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특히 반복 활동을 구성할 때, 집단의 크기를 달리하거나 수업 자료를 달리함으로써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언급은 막연히 그렇게 하고 있으면서도 불안함이 있던 교사들에게 확신을 주어서 좋았다. 또한 수업 전개에 있어 ‘수업 목표 제시는 맨 처음에 정리는 맨 끝에’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가장 효과적인 때 배치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며, 동기유발 역시 수업의 어디에든 몇 번이든 배치할 수 있으며 유발된 흥미가 수업 목표와 내용까지 연결되게 할 것, 자료나 도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수업 목표 도달을 위해 오히려 의도적으로 맨손 수업을 할 수도 있다는 점(맨손수업2로 지칭함) 마지막으로 과제하기의 경우는 같은 학습 목표 성취 하에서 혼자하기와 같이하기, 나눠하기의 방식에 따라 수업이 달리 이루어지는 것을 잘 설명해 주어 이해가 쉬웠고, 과제 분담 시 주의할 점으로 모둔 구성원이 수업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4장은 평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평가 목적보다 평가 요소이기 때문에 평가 결과를 활용할 때 평가의 목적이 다른 경우라도 평가 요소가 동일하다면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짚어준다. 또 평가 시 실력 향상을 위해 평가 요소를 상세히 나누어서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피드백할 때 부족한 점을 고칠 수 있도록 짚어서 제시하는 것이 좋다는 점, 학생의 성장 및 발전 과정까지 평가 결과에 담아낼 수 있도록 출발점 진단을 확실히 하여 학습도달률뿐 아니라 학습 성장률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수업 시간 안에 도달해야 하는 수업 목표의 기준을 80% 내외로 잡고 접근하고 20%는 학생 스스로의 힘에 맡길 것,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교사의 질문을 포함하여) 평가는 필요하다면 수업 중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5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의 특성과 결합에 대해, 6장은 교사와 학생이 모두 행복한 수업이 되기 위해 학생 중심의 수업과 교사인 ‘나’를 스스로 이해하기를 제안한다.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주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고민한 ‘좋은 수업’에 대해 쓰여 있어 고3을 가르치는 나에게 좀 거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수업을 하고 싶다면 수업의 기본부터 섬세히 고민해 볼 것,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 진지하게 서 볼 것, 교사로서의 ‘나’를 고민해 볼 것이라는 정말 중요한 지점들을 일깨워 주었다. 무엇보다 간결한 설명이 오히려 이해를 잘 되게 해주었다. 오랜만의 좋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