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살던 곳에 이제 주막집도 없고 저녁눈에 붐비던 동네 빈터도 없다.그는 지금 보문산 땅 쬐꼼얻어 술에 슬어 사귀던 김굉석과 쪼그리고 나란히 앉아 접시에는 소주를 찌그러진 눈발보다 가벼운 조금은 변색되고 어디쯤엔가는 찌그러진 양은그릇에는 성이가 사온 막걸리를 세심한 동작으로 제사지내듯 졸졸따라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화려함에 내동댕이 쳐진 호롱불을 찾아 끄이 끄아 신음을 내면서 하염없이 울고 있겠지극도로 절제된 그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시어는 이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