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드렁하게 시작해서 마음의 폭풍우를 일으키는 이야기.
 ‘나는 간신히 살아냈다. 당신들을 웃기는 척하며 내 상처를 가리면서...하지만 이제 보여주어야겠어’ 라고 말하는 듯한. 

 나도 한명의 관객이 되어서 처음에는 야유도 하고 혀를 차기도 하고 냉소를 던지기도 하다가 도발레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에는 숨죽였다가 마지막에는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인간은 계획하고, 신은 그 인간을 좆같이 망쳐버리지

사십여 년간 떨어져 있었음에도 우리가 여전히 순간적으로 깊은 이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떤 사람에게서 그 자신의 의지에 반해 나오는 것. 어쩌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갖고 있을 수도 있는 것.

그는 사람들에게 뭘 팔고 있는 걸까? 그는 자신에게 뭘 팔고 있는 걸까?

어디 한번 일어나서 나가보라고, 자신과 자신의 이야기에 등을 돌리고 떠나보라고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으로 나는 고아가, 나를 지켜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끼기 시작했어.

모든 사람이 짧은 시간만 살다간다는 걸 기억하고, 그 사람들이 그 시간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줘야 해.

갑자기 모든 게 징조처럼 보였어. 심지어 숨쉬는 것조차도 징조가 아닐까.

그런 쓰레기 같은 게 그때 차를 타고 간 일에서 내 마음에 달라 붙어 있는거야. 오늘날까지.

그가 거기에 드러난다. 그의 전부가 드러난다.

나는 사람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 배웠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