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해결사 깜냥 1 -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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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원고 공모 대상작

고양이 해결사 깜냥 1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

글 홍민정, 그림 김재희

창비

 

 

 

실례할께요.

어느 아파트 경비실, 소나기 소리와 함께 들리는 노크 소리에 경비원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문들 닫고 들어가려는 찰라 여기예요, 여기!” 하길래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더니, 자그마한 고양이가 두 발로 서서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는 중이다. 머리와 등은 까만색, 얼굴과 배, 발은 하얀색의 고양이가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와서는 여기서 하룻밤 자도 될까요?”라고 당당하게 부탁한다. 곤란한 경비원 할아버지는 거절하려고 하지만 자연스럽게 들어와 버리는 깜냥. ‘하룻밤쯤이야 뭐 어떻겠어.’하고 생각하는 할아버지. 그렇게 만남은 시작되었다.

 

경비원 할아버지가 주민들의 호출로 이런저런 일을 하러 간 사이에 경비실로 인터폰이 울린다. 첫 인터폰은 장난인데, 사내아이 둘만 집에 있다 보니 심심했었나 보다. 깜냥은 집으로 찾아가 장난을 치지 말라고 말하고 돌아오려는데, 심심해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엄마가 올 때까지만 같이 있어 주기로 한다. 책도 읽어 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간식도 같이 먹고 한참을 놀다 엄마가 오자 조용히 돌아온다.

 

또 위층에서 쿵쿵거린다는 인터폰 민원도 해결하고, 택배 아저씨에게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피곤한 하루를 보냈던 깜냥은 곯아떨어졌고, 다음 날 아침 갈 곳이 없으면 경비실에서 지내며 할아버지 조수를 해보지 않을래 하고 제안한다. 쿨하게 좋다고 말하는 깜냥. 그리고 또다시 울리는 인터폰을 잽싸게 받으며 1부가 끝난다.

 

 

 

 

 

 

후기

고양이 해결사 깜냥 1은 아파트 경비실에서 경비원 아저씨의 조수 역할을 자처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냥 고양이가 아닌 말을 하는 고양이, 능글맞은 고양이가 주민들 간의 어떤 매개 역할을 할지 궁금하기도 한데요.

 

1편은 경비원 아저씨의 힘든 모습과 애환이 담겨 있었고,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관련된 부분을 일부 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책인 만큼 경비원 아저씨의 고마움과 아파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아이들 관점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생활공간일 수밖에 없는 아파트를 아이들 시각으로 평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나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에서도 이 아파트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깜냥이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산과 들과 바다 좁게는 학교 운동장이나 동네 골목길이 아니라, 부득이 도심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요즘 어린이들의 관점을 잘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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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여름 2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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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의 사춘기에 성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몬태나주를 배경으로 198912살에서 199316살까지의 캐머런의 성장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2012년 미국에서 출간된 책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기도 하고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금서 지정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도입부 줄거리

 

결국 캐머런은 들키고 말았다.

처음 남들이 말하는 어긋난 상대와 잘못된 키스를 하던 12살 때 이래로, 때로는 두근거리고 때론 과감하게 진행하기도 했던 표현과 행동이 구멍 난 포대에서 조금씩 새어 나오던 쌀처럼 어느새 순식간에 터져 버리고 말았다. 아니라고 들킨 게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돌아온 집에는 이모와 목사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고도 들키지 않았다고 안심하던 그때와 달랐다.

 

캐머런은 기독교 학교이자 치유 센터인 하나님의 약속으로 가게 되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사생활은 철저히 통제받았고, 자신의 잘못된 성 정체성에 대해서도 장애라고 규정 지으며 개별 면담과 그룹면담을 해가며 개선되기를 요구받았다.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게 된다. 비슷한 경험 또는 더한 경험을 가진 친구들이다. 친한 친구가 생겨가고 치유 센터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그렇다고 개선되기를 요구받고 강요당하는 것들이 타당하다고 여기고 자신의 성 정체성이 잘못되었다고 생각 들지는 않았다.

 

 

 

 

 

 

후기

사라지지 않는 여름 시리즈 중 1부는 캐머런의 좋은 시절, 웃고 달리고 부딪치고 쓰러지고 좌절하면서 성장하던 그 시기에, 우연히 알게 된 성 정체성과 부모님의 부제라는 갑작스러운 두 상황 속에서도 나름대로 웃고 달리고 부딪치고 쓰러지고 좌절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를 게 없어 보였습니다. 세상 누구나 좋은 시절에는 비밀이 있듯이 캐머런에게도 비슷한 작은 비밀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선을 넘었다고는 합니다.

 

2부에서는 기독교 학교이자 치유 센터에서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지내며 정체성이 개선되기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외적으로는 기숙 생활에 적응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다른 사고와 생각을 하는 캐머런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모와 할머니 나아가 동네의 따가운 시선조차도 그리고 하나님의 약속 치유 센터와 지도교사들도 개선이 정답이라고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캐머런의 내면의 흐름은 그렇지가 않아 보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에 있는 모든 사람은 자기들이 영적으로든, 그 어떤 쪽으로든 우리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믿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실제로 그런 건 아니죠.’

 

 

 

 

 

 

캐머런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다른 이들이 말하는 잘못된 키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정 원하는 것은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 주는 친구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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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 나와 당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11개의 시선
오후 지음 / 사우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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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아나키스트를 자처하고 있다.

농담이 아니란다. 좀 알아보고 책을 시작하려고 검색을 해보았더니, 첫 문장에 무정부주의자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저자는 아나키스트와 무정부주의자가 다른 개념이라고 말하고 있다. 둘 다 지도자가 없다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은 맞지만, 아나키즘은 무정부주의가 아니라 지배에 대한 저항,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덧붙여서 아나키스트의 시각에서 보자면 지구상의 모든 국가 심지어 공산국가마저도 우파에 해당하고 진정한 좌파는 아나키스트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나키즘을 들고나온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아나키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배제하더라도, 서로가 비난만 하고 누구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사회는 더욱 기존 체계를 견고하게 다지며 개인을 고립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아나키즘을 소개하려고 하는 책은 아니다.

11편의 영화를 통해 작가의 시각으로 캐릭터를 재해석하고 있다. 영화를 소재로 삼은 이유는 우리가 공유할 만한 삶은 예술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삶과 태도의 문제인 아나키즘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몇 장의 프롤로그 내용이다.

저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이 책을 읽어 나가야 넓은 시야가 보이기 때문에 프롤로그를 정리해 보았다. 이제 본격적인 영화 상영이다. 아니키즘을 알아보며 주인공과 함께 선을 넘어보자.

 

 

 

 

 

 

1. 주인공은 깨어 있다. 제럴드의 게임(2017)

갱년기에 접어든 부부가 숲속 깊은 별장으로 여행을 떠났다. 특별한 날을 위해 남편은 비아그라를 먹었고, 준비한 수갑 2개로 섹시한 속옷을 입은 아내의 양손을 침대 양쪽 기둥에 묶었다. 놀라지 마시라 상황극이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경련을 일으키며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아내는 깜짝 놀라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으로 주인공이 어떻게 그 상황을 빠져나가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

저자는 생각이라는 단어를 꺼집어 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의 대부분은 무의식 속에서 행해진다고 말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라야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정신을 잃은 후에야 생존을 위한 생각을 해야만 하듯이.

 

그러면서 여행을 하면 저절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감정이 생긴다거나, 삶이 생존이었던 원시인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항상 위험을 생각했듯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아니키즘은 의식이 깨어 있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말인가? 아니면 의식의 깨임이 선을 넘기 위한 시작점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4. 역할 놀이를 끝낼 때. 해적 : 바다로간 산적(2014)

손예진, 강남길 주연의 영화. 막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명나라로부터 받아온 국새를 배를 공격한 고래가 삼켜버렸다. 관군의 협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고래를 쫓는 해적 두목 손예진과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산속으로 들어가 산적이 된 강남길이 그려내는 뒤죽박죽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저자는 해적이라는 영화가 전통적인 사극에서 무게 있게 다루는 이성계나 정도전을 바라보지 않고, 고려니 조선이니 아무 의미 없는 캐릭터들의 냉소적 시각이 아나키스트적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우리가 배우고 있는 역사교육도 왕의 역사이거나 지나친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교육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

 

아나키즘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도 제시한다. 명나라의 이탁오라는 유학자로 지방관리를 하며 평범한 삶을 살다가 54세의 나이로 관직을 그만두고 뜬금없이 자신이 이제까지 개같이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을 읽었으나 성인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지 못했으며, 공자를 존경했으나 왜 공자를 존경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지 못했다. 난쟁이가 광대놀음을 구경하다가 사람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따라서 잘한다고 소리 지르는 격이었다.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은 것이다.”

유학자들이 생각도 없이 공자 왈 맹자 왈을 말하기만 하는 것에 비판하며 유학에서 금기시했던 모든 것에 대해 반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학에서 반대하는 여성을 가르치고 누구에게나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주었고, 유교 외에도 불교와 이슬람교의 경전도 선입견 없이 받아 들였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가 할 일은 우리 시대에 필요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탁오 같은 이의 삶과 철학은 현대 시민에게 큰 의미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아나키즘을 조금 알듯도 하다.

 

 

 

 

 

 

아나키즘과 저자의 의도를 알고부터는 술술 읽힌다. 어떤 영화의 캐릭터로 어떤 새로운 관점을 지적할지 어떤 제안을 할지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그중에서 선거와 관련된 부부분이 흥미를 당겼다.

 

 

9. 선거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 마나나의 가출(2017)

50대 여성인 마나나는 남편, 친정부모, 아들과 딸, 딸의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 중인 그녀는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가정을 돌봐야 한다. 손이 많이 간다. 그녀는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조용히 살던 어느 날 짐을 싸고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한다.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가족이 이런저런 질문과 위로를 하지만, 그저 자신만의 공간에서 조용히 좀 있고 싶을 뿐이다. 작은 공간에서 혼자 살아가는 마나나는 달라진 것이 없다. 학교에 나가고 가족의 대소사를 챙기고 의사소통을 한다. 아내와 엄마와 딸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저 자신만의 공간에서 살 뿐이다. 놀라운 것은 자신의 집을 나온 후부터 가족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 시작했고, 자신도 가족의 일에 있는 그대로의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극적인 사람들의 의견을 어떤 식으로 반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자고 한다.

 

여러 재미있는 의견을 개진하다가 선거는 민주적인가?’라는 물음을 한다.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나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의 소극적인 사람들은 시끄러운 정치에 입을 닫아 버린다. 그럴수록 목소리 큰 사람들의 울림은 더욱 커진다. 즉 상류층이 선거와 정치를 독점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과연 소극적인 사람들 소수의견을 반영하는 정치인이 될까. 45년 동안 다음 선거에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나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고 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작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선거를 투표가 아닌 제비뽑기를 제안한다. (제비뽑기라니..) 교과서에서 배우는 민주주의의 시초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광장에서 모여 논의를 하고 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의 700여 공직 중 600여 자리가 제비뽑기로 선발되었다고 한다. 임기는 1, 한번 공직을 맡은 사람은 다시 공직에 오를 수 없다. 대다수의 그리스 남성은 죽을 때까지 한 번씩은 관직을 맡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도 추첨제를 한다면 어떨까로 확장한다. 지원자를 토대로 추첨을 하다보면 다양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모집단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여러 문제와 절차들은 차차 개선하면 된단다. 뽑힌 이들이 제대로 일을 할까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롭기도 하고 타당해 보이기도 하다는 것에 놀랍다.

 

 

 

 

 

 

아나키스트를 자처하는 저자의 눈으로 차별, 페미니즘, 역사, 자본주의, 종교, 선거와 정치, , 죽음 등 독특한 시각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 생각했던 무정부주의나 과격한 행동으로 또는 사상으로 현재의 체재를 거부하거나 저항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현재의 시스템을 역사와 상황 바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보다 나은 세상과 사회를 위해서 때로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때로는 선을 넘는 제안으로, 때로는 실현 불가능한 말을 하고 있다.

 

아나키즘이라는 것도 결국 좋은 세상을 바라는 생각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아나키즘이라 머릿속에 그려질 듯 말 듯 하기도 하고, 느낀 점을 표현하는데도 어색하긴 하다. 하지만 책의 서두에 저자가나는 아나키스트다. 농담이 아니다라고 시작했듯이. 책을 덮으며 머릿속에 돼 뇌여 본다. ‘아나키스트가 흥미롭다. 매력적이라 빠져들 것 같다. 농담이 아니다.’

 

나도 일상의 무의식에 생각의 눈을 뜨고 견고해져 가는 불합리한 기득권에 대항해 보고 싶다. 주인공들처럼 선을 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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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1 0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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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여름 1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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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의 사춘기에 성 정체성 혼란을 겪는 성장 소설입니다.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고 1편을 읽은 후기입니다.

 

 

 

 

 

도입부 줄거리

 

1989년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의 몬태나주 동부에 있는 목장 지대가 많은 마일스시티.

사춘기에 접어든 12살 소녀 캐머런은 어느 날 절친한 친구인 아이린과 집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매년 여름이면 엄마와 아빠는 호수로 캠핑 여행을 떠나고 없었고, 할머니가 대신 돌보고 있었다. 다음 날은 아이린의 집에서 하루를 같이 보냈고, 목장 건초 다락에 올라가 몰래 맥주를 마시던 중 아이린과 키스를 하게 된다. 두 소녀의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맥주가 용기를 주었던 것일까. 지난 이틀을 돌아보면, 아이린은 계속 캐머런을 자극했고 캐머런도 아이린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캐머런이 자기에게 키스할 수 있냐는 도발과 약간의 맥주는 일부분일 뿐이다. 짭짤한 맛, 맥주 맛, 어찔한 머리, 좋아진 기분, 그게 캐머런의 첫 키스 느낌이었다.

 

다음 날도 할머니에게 핑계를 대고 캐머린의 침대 이불속에서 둘만의 비밀이 계속되었다. 전화벨 소리가 들렸고, 아이린 엄마의 흐느끼는 소리, 이층으로 올라오는 발소리, 노크하는 소리, 눈앞에서 머뭇거림이 느껴졌고, 아이린 아빠의 차를 타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모든 것이 들통 난 것으로 생각했다. 두 소녀의 키스는 역시 지켜질 수 없는 비밀이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그저 키스 몇 번 한 거라고 연습이라고 변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집에서 캐머린을 기다리는 것은 부모님의 교통사고 소식이었다. 캐머린은 엄마 아빠의 죽음보다, 들키지 않았음에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캐머런에게 계속 들키지 않는 비밀이 사라지지 않는 여름이 될 수 있을까...

 

 

 

 

 

 

개인적인 후기

 

어른들이 말하곤 하는 좋은 시절의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웃고 달리고 부딪치고 쓰러지고 좌절하면서도 성장하는 그 시기. 주인공 캐머런의 좋은 시절은 우연히 다가온 정체성과 부모님의 부제라는 갑작스러운 두 큰 사건 속에서 나름대로 웃고 달리며 부딪치고 쓰러지고 좌절하고 있습니다. 두근거림을 벗어나 보려거나 정당화하기보다는 깊어지는 자신만의 세상이 비밀을 간직한 여름이, 사라지지 않는 여름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누군가 떠나면 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워주기를 바라면서 때로는 자연스럽게 때로는 간절하게 말입니다.

 

소설은 캐머런의 시선을 따라 좋은 시절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녀 간의 첫 키스의 비밀이 시작되는 상황을 소용돌이치듯 혼란스럽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뭔가 넓게 깊게 풍부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이후에 펼쳐지는 주인공의 좋은 시절과 심리적 묘사도 조마조마한 비밀을 간직한 소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으레 겪게 되는 성장통에서 조금 비켜나 있을 뿐입니다.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세상 누구의 좋은 시절에는 비밀이 있듯이 캐머런에게도 작은 비밀이 있는 것처럼 바라보게 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고, 들키기 부끄러웠던 그러면서도 조금씩 용기를 내어 다가갔던 우리가 느꼈던 그 시절 십 대의 두근거리는 감성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 초 미국 지역 사회를 간접적으로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몬태나주 목장 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봅니다. 캐머런의 시선과 귀를 통해 주말에 교회에 활동하는 모습, 지역 최대의 축제인 카우보이 행사 보고, 이모의 방문 판매 묘사, 학교생활과 졸업식 댄스파티를 즐기고, 주변의 목장과 자연 모습을 느끼고, 수영장과 시내 영화관 등에서 생활하는 모습들에 빠져드는 재미도 있습니다. 캐머런이 보모의 사고 뒤에 안방에서 TVVCR를 자신의 방으로 가져와 비디오 빌려보면서, 상황이나 대화를 영화로 묘사하는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그 시절 우리도 한 번쯤 보았거나 들어보았을 영화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떠올랐습니다.

노르웨이 숲1960년대 일본의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개방적 문화와 그 속에서 성장통을 겪게 되는 남주인공의 청춘을 그렸다면, ‘사라지지 않는 여름1990년대 미국의 동성애 문제가 심각해진 당시의 상황에서 한 소녀가 겪게 되는 성장통이나 청춘을 그렸지 않았나 생각해보았습니다. ‘와타나베에서 남성적인 투박함이 묻어나는 전개와 묘사라면, ‘캐머런은 뭔가 더 넓고 깊고 풍부한 감수성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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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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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도입부 줄거리.

 

1917년 조선, 나라도 망했고, 개인도 먹고살기조차 어려운 시절. 더욱이 여자들에게는 희망은 사치였으랴. 먼 이국땅에서라도 그것을 얻어보고자 18살의 버들, 홍주, 송화는 신랑 사진 하나만 보고 포와(하와이)로 시집을 가게 된다. 부산에서 떨어진 김해의 어느 시골 어진말에서 살던 이들은 조선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지, 좁은 어진말에서는 희망이 없는지, 기울어진 지붕 아래에서 희망이 사치인지, 암울한 현실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각자의 사연을 훌훌 털고 머나먼 이국땅으로 새로운 세상에 부풀어 올랐다.

 

버들은 마을에서 서당을 하는 아버지의 배려로 글공부를 했고 어엿한 양반댁 장녀였다. 그러나 의병으로 나선 아버지와 큰 오빠가 왜놈에게 죽은 후 가세가 무너져 어머니와 삭 바느질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신세다. 포와로 가면 쓰러져가는 지붕을 벗어나고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홍주는 장사로 큰 부자가 된 집안의 딸이다. 양반 명문가에 무리하게 시집을 보내려다 건강이 좋지 않은 서방을 만나 한 달 만에 과부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버들이 포와로 간다는 말에 평생 과부로 늙어 죽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함께 하기로 한다. 좁은 어진말을 벗어나 좀 더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송화는 무당인 할머니가 조선 땅에서 손녀가 무당이나 기생을 하느니 머나먼 나라에 가서 손가락질이나 받지 않고 지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포와로 보내려 했다. 송화의 어머니도 미친년 소리를 들어가며 동네에서 돌팔매질 받아가며 지내다 물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손녀만은 조선에서 무당이라는 신분 속에서 벗어나 신세계에서 평범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할머니의 희망이었다.

 

세 여자는 사진결혼을 통해 하와이로 가고 있다. 사진결혼이란 구한말 먹고 살기 어려워 미국으로 사탕수수농장에 이민 간 1세대들이 대부분 남자 들이었는데, 독신이 길어지다 보니 도박이나 술에 빠져 일에 지장을 주자, 사진을 찍어 중매쟁이에게 보내 결혼하는 걸 미국 정부가 허락한 것이다. 100년 전 우리의 아픈 역사일까,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난 이들일까. 꿈을 찾았을까, 허황 된 꿈이었을까. 새로운 신분을 얻었을까, 새로울 게 없는 세상이었을까. 무엇보다 세 여자 앞에 마주하게 될 세 남자들은 어떤 이들이며, 어떤 운명과 마주하게 될 것인가.

 

 

 

알로하 나의 엄마들 후기

 

그네들의 삶을 엿보며 여정을 따라갔습니다.

일본의 무력에 무릎 꿇은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조선의 사회 구조에 더 깊이 엎드려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은 더 암울했을 겁니다. 극 중 어진말에서 가세가 무너진 양반가의 딸로, 졸부로 양반이 되었지만 한 달 만에 과부가 되어 돌아온 딸로, 천 하디 천한 무당의 딸로 살아가는 세 여자에게 왜놈인들 임금인들 어떤 의미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저 살아야 했기에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야 했기에 물려받은 신분을 떨쳐야 했기에 무엇이든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선택은 사진결혼이고 하와이로의 시집이 희망이었을 것입니다.

 

두 달 만에 도착한 하와이는 이들에게 희망의 땅도 새로운 세상도 아니었습니다.

먼저 떠나온 사탕수수 농부들의 삶에 필요한 여자였을 뿐입니다.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아이 낳아주는.. 조선에서의 삶보다 더 고된 하루의 연속이었습니다. 백인의 재력을 앞세운 인종 차별은 조선의 신분 체계와 다를 게 없기도 했습니다.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조선인끼리는 신분은 높낮이가 없었고 심지어 남자들과 겸상을 했고 남편과는 별로도 부업으로 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교회도 남편과 같이 갈 수 있었고 여성들끼리의 모임도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제일 좋은 점은 자신들의 자녀들은 남자든 여자든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딸들로 하와이에 와서 자신들의 딸은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살 기회가 있었던 것입니다. 희망은 한 세대를 거쳐서 서서히 보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자녀들을 키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하와이 내에서도 격동의 조선과 같이 이념과 노선의 경계가 있었고 그것이 여성들을 갈라놓기도 했습니다. 남편들이 쓰러지면 여자들이 일해야 했고 어떤 이는 조선의 독립운동을 위해 하와이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생계가 남자의 손이 아닌 여자의 손에 달려 있었습니다. 생각하던 희망의 땅은 아니더라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백인들의 집 청소를 하거나, 바느질을 하고, 세탁소를 하기도 하면서 고생한 만큼 돈을 벌수 있는 기회는 여성들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엄마들은 자신들을 희생하며 가족을 돌보고 자녀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삶을 살기를 원했습니다. 조선의 딸들은 하와이의 엄마가 되었고 하와이의 딸들에게 희망을 넘겨주었습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가슴 아픈 역사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야 했던 예전 엄마들의 이야기이지만, 현재의 우리의 엄마들도 여전히 희망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자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창비 사전서평단으로 책을 미리 읽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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