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빨랐지 그 양반
이정록 지음, 백영욱 그림 / 문학세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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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시인의 시 〈참 빨랐지, 그 양반〉을 바탕으로 한 이 그림책은, 유쾌함 속에 깃든 애틋함이 묻어나온다. 이야기의 화자는 ‘그 양반’을 회상하며, 함께했던 세월의 단면들을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하고, 사랑도 결혼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누구보다 빠르게 해치운 ‘빠른 사람’은 결국 세상과의 이별도 빠르게 맞이한다. 그러나 '그 양반'의 경쾌하고 빠른 속도감 있는 삶 속에 깃든 진심과 무게는, 가볍지만은 않다.
투박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그림과 구수한 말이 어우러져, 흑백 사진을 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 처럼 보인다. 그 사진 속에서 핑크색 치맛자락은 바람에 살랑거리는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히 ‘빠름’의 미학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뜨겁게 살고, 깊이 사랑하고, 누구보다 성실히 달려간 한 인간의 이야기다. 책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자신만의 ‘그 양반’을 마음속에 떠올리며 그리움에 잠기게 된다. 바람처럼 지나갔지만,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이 그림책이 전하는 삶과 사랑의 진정한 속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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