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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노동 - 자음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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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맛곰돌이
(
) l 2024-05-07 22:56
https://blog.aladin.co.kr/713384225/15521763
진짜 노동
- 적게 일해도 되는 사회, 적게 일해야 하는 사회
데니스 뇌르마르크 지음, 손화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평점 :
내가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은 탑다운이 확실한 곳이었다. 탑에 해당하는 지휘관이 중간 관리자에게 훈시, 훈화와 더불어 오더를 내리고 중간 관리자는 바텀에 속하는, 혹은 바텀보다 조금 위에 자리한 하급 관리자에게 지휘관이 원했던 방향과는 조금 다른 오더를 전달했다. 그렇게 오더가 꼬이고 꼬이며 바텀까지 내려오면 그들은 한숨을 쉬고는 했다.
"왜 이런 쓸모없는 일만 시키는 거야? 지금 하는 일도 바빠 죽겠는데."
한국 남성이라면 왠지 모르게 익숙한 장면이지 않은가? 그렇다. 내가 일하던 곳은 공군이었다. 나는 10년 가까이 공군에서 복무했고, 병사로 시작해 하사, 중사까지 올라 후배들을 가르치고 현장에서 업무를 하다 전역했다. 이 책은 짧든 길든 상관없이 군생활을 한 남성이라면 한 번씩은 꼭 해봤을 고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왜 조직은 쓸모없는 오더를 내릴까.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이에 대해 건실한 의견을 낼 의지가 없나? 매번 책임감, 책임감, 위에서 말하는 허황된 말도 지겹다. 시간이나 때워야지.'
메일을 보내 놓고 답변을 기다리며 30분 가까이 메일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일은 진짜 노동이었을까? 매 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 시험이라고 하면서 답안지가 공개된 오픈북 테스트처럼 암암리에 서로 답을 알려주고, 인트라넷 교육 화면을 띄워놓은 채로 작업을 나가는 것은 진짜 노동을 위한 밑거름이었을까? 한 명을 기술교육센터에서 교육시키기 위해 교관이라는 명목 아래에 조장을 동행시키고, 교육센터 교관까지 동행시킨 후 "교육이 끝나면 불러."라는 이야기와 함께 사라지는 인원들은 과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짜 노동이라는 생각을 해봤을까? 모든 질문은 이 책의 전작, '가짜 노동'에서 시작되어 본 도서로 끝날 것이다.
2022년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떨쳤던 '가짜 노동'의 후속작, '진짜 노동'이 나왔다. 전작을 읽어본 이라면 아마 표지만 봐도 비슷하게 디자인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도서는 포인트 컬러를 보라색으로 잡았다. 보라색은 이지적인 색상이다. 우아함, 화려함과 같은 명과 고독, 추함이라는 암이 섞인 색상. 많은 이들은 현대인을 무채색인 회색으로 표현하고는 하지만 현대인을 가장 잘 표현하는 색상은 보라색이라 생각한다. 보라색으로 물든 이들은 아침에 출근할 때 비장한(혹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얼굴을 하고 퇴근할 때 하루 중 가장 생기가 넘치는 얼굴색을 보이며 돌아간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하고 있던 일에 큰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에.
나는 공군에서 기관 정비사로 9년간 근무했다. 내가 처음 복무했던 부대는 대구에 있는 공군기지였다. 대구는 다른 부대보다도 위계질서와 규율이 잡혀있는 곳이었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속칭 '악폐습'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군인이라는 이유로 손에 잘 맞는 주머니칼처럼 아무렇지 않게 휘둘렀고, 이 악폐습의 굴레가 끊었을 때는 이미 내가 6년 가까이 복무한 후였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충 전후 상황이 이해가 가겠지만, 이곳은 무의미한, '가짜 노동'이라 불리는 의미 없는 행동을 많이 하는 곳이었다. 아침마다 의무적으로 커피를 마시면서 30분, 길면 1시간씩 이야기를 나눴고, 때로는 이야기할 거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멍하니 핸드폰을 만지기 위해 그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쓸모없는 회의도 잦았고, 지휘관들은 방향성을 정하지 못했는지 시간 때우기용 교육과 무의미한 구호만 늘어나고 있었다.
그곳을 탈출한 것은 7년 차 때였다. 다음으로 내가 향한 부대는 해미 공군기지였다. 이곳은 대구와는 정 반대인, 그러니까 위계질서와 규율은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왜냐하면 모든 하사들이 전역을 꿈꾸는 곳이었으니까. 간단히 정리하면 미래가 없는 부대인 것이다. 아마 그쯤부터 지휘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들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부사관 지원자는 줄어드는데 부대의 하사들도 전부 전역계를 내고 있으니, 무언가 그들을 잡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떠나는 순간까지도 그들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나 또한 전역자 수를 줄이기 위한 대책 위원회에 참석당했고, 그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꺼냈지만... 결국 시행되지 않았으니 내 말 또한 메아리가 되어 사라진 셈이다.
이 책은 탑에서부터 바텀까지 취해야 하는 스탠스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보통 직장에서 소통의 방향성을 생각해 보면 책의 순서가 이해가 갈 것이다. 소통은 아주 가끔씩 바텀에서 의견을 제시해 탑으로 올라가고, 그 의견이 다시 바텀으로 내려오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100에 99는 탑에서 바텀으로 내려온다. 그렇기에 사실 가장 중요한 첫 단추는 탑이 쥐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비전제시하기. 혁신이라는 명목 아래에 지금까지 쌓아 올린 탑을 밀고 무주공산으로 만든 다음 새로운 탑을 쌓는, 그러니까 강박적으로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탑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흔한 이야기부터 나온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후에 나오는 이야기는 흔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거다. 외부 컨설턴트의 방향성을 올바르게 받아들이는 방법, 중간 관리자가 탑과 바텀 사이에서 조화롭게 팀을 이끄는 방법, 바텀에서 할 수 있는 작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 전작을 읽어본 이라면 아리라. 누구나 입으로 쉽게 떠드는 이야기지만 이를 도표로 보여주며 증명하기는 어려운 이야기라는 것을.
책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더 많이 떠들어봤자 그 후로는 읽어봐야 아는 이야기니까. 그래서 마무리는 내 군생활 이야기로 끝맺으려고 한다. 결국 내가 몸담았던 여러 부대는 지휘관과 중간 관리자, 그리고 아래에 속하는 하급 부사관과 병사들까지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지휘관은 현장의 업무가 어떤 지 모르는 채 허울뿐인 로고를 외쳤고, 중간 관리자는 그런 변덕스러운 지휘관과 기존의 틀에 박힌 사고를 거부하는 휘하 장병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고개만 돌리다 지쳐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바텀에서 미드까지 올라오는 이미 30년 사이에 지쳤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혁신이라는 상자 안에 담겨있는 늘 먹던 사탕을 꺼내 휘하 장병들에게 던진다. 하지만 그건 혁신이 아니다. 혁신의 탈을 쓴 역사의 반복이다. 휘하 장병들은 결국 지치고, 남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 떠난다. 나 또한 그런 쓸모없는 격무를 하며 살다 떠난 이다. 아침마다 보내던 1시간의 커피 타임, 매 분기마다 반복되는 의미 없는 교육과 답안지가 알려진 시험, 내가 보낸 내용이 실제로 사용되는 것인지 알 수도 없는 보고서와 메일을 보내면 반나절은 기다려야 했던 순간들. 하지만 내가 가장 참기 힘든 일은 단 하나였다. 자신의 업무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이런 태도를 특이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
나는 대구부대에서 '악폐습' 문화를 내 동기, 후배들과 없앴지만 군대의 굳어버린 관료주의 문화는 없애지 못했다. 그럴 힘이 없었다. 느리지만 군대는 변화하고 있다. 사회가 변하면 군대는 그 뒤를 따라 천천히 변한다. 어쩌면 군대가 변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먼저 변해야 하지 않을까. 그제야 군대도 천천히 쫓아오지 않을까. 이미 나는 조직을 떠났고, 내가 사랑했던 이들도 모두 조직을 떠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군대가 여전히 남아있다. 이 책과 미래에 나올 좋은 책들이 사회를 바꾸고 내가 한 때 머물렀던, 때로는 자랑스러웠던 그곳도 바꿔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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