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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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자리로 내몰린 채 삶을 이어가는 존재들. 부러 그들의 존재를 지목하지 않아도 언제나 가장자리를 배정받는 것들이 있다. 언제나 가장 많은 폭력에 노출된 생명들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강렬하고 직선적으로 들려주는 작가의 에너지에 압도된다. 내가 느낀 작가는 작가 소개글처럼 물 안에서 숨을 쉬는 사람, 작가 리디아 유크나비치 그 자체였다. 세상 많은 이들이 자신이 정해둔 틀 안에서만 가장자리를 연민하는 척을 내밀지만 이 작가는 다르다. 물 안에서 숨을 쉬고 물 속에서 눈을 뜰 줄 아는 사람, 리디아 유크나비치.  표지의 눈빛에 이끌려 책을 집어들었다면 어느새 눈을 마주보는 아닌 내가 표지의 눈을 가지게 된듯한 생생한 감각을 모두가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주변부의 삶을 강요받고 누구의 심기도 거스르지 않을 것을 종용받는 한국 사회의 이쪽도 저쪽도 아닌 곳의 생존자들의 삶에 공감과 연대를 보낼 줄 아는 사람이라면 혹은 가장자리의 누군가라면. 날것의 그러나 생생한 어떤 삶을 그려낸 이 책과 눈을 맞추어보라. 수많은 우리의 눈맞춤. 우리는 이곳에서 함께이다.


내겐 단어가 빼곡한 페이지마다 전부 도망칠 기회였고, 나를 죽일 기회였고, 내 뇌가 꾸물거리는 회색 애벌레 이상의 무언가로 다시 태어날 기회, 몸이 몸의 기원과 족쇄를 벗어던지고 끝없이 변화할 수 있는 세상에서 다시 태어날 기회였다. 책을 들고 있으면 두 손으로 온 세상이 만져졌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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