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 파리와 독일 20세기미술운동총서 22
미쉘 사누이예 / 열화당 /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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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독일의 다다에 대한 간략하면서도 충실한 소개서인 <다다-파리와 독일>은 우리에게 낯선 베를린 다다를 소개하고 있어 주목된다. 베를린 다다는 다른 다다 운동과는 달리 짙은 정치색을 갖고 있었다. 이들 다다이스트 중에는 공산주의 운동과 직접 관여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의 비판은 무의미한 행위를 계속하는 것으로 예술 개념을 파괴하려한 쮜리히나 파리의 다다와는 달리 위정자에 대한 풍자에 다다의 공격성을 집중한다.

물론 이들도 기존의 예술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들의 예술행위를 해 나갔다. 예를 들면 포토 몽타주는 사진의 일부분을 오려내서 다시 조합해내는 작업이었는데, 이는 예술을 창조하는 예술가란 주체라는 관념을 파괴하는 행위였다. 그리고 어떤 미적인 목적이 아니라 위정자나 군인들에 대한 비판과 선동을 위해 일종의 반예술의 예술을 만들어냈다. 베를린 다다의 쇠퇴는 이러한 왕성한 비판 자체가 야기한 갖가지 명예훼손 소송에 의해 점차 힘을 잃게 되었다.

베를린 다다의 활동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예술과 정치, 예술과 삶의 거리를 없애고 예술 자체가 온갖 이데올로기를 파괴하는데 그 에너지를 쏟은 그 사건은 아마 예술의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장면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장면은 모든 아방가르드 예술가가 시도하는 갖가지 반예술 행위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젠 이런 반예술 행위마저 사회가 흡수해버렸다. 실제 다다가 기성 사회질서에 어떤 위협을 가해주었던데 비해 이젠 해프닝이 하나의 구경거리로 전락해버린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예술가가 삶의 껍데기를 파괴하고 삶을 근저에서부터 바꾸고 조직하려는 시도는 이젠 불가능한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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