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비즘 20세기미술운동총서 7
존 골딩 / 열화당 / 198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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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 역시 열화당에서 나온 20세기 미술 운동 총서의 한 권이다. 시인 황지우의 번역인데, 잘 읽힌다. 역시 짧은 해설 속에 큐비즘의 원리와 역사가 잘 해설되어 있다. 하지만 결코 만만하게 읽히지 않는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 자신 역시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만 큐비즘에 대한 풍문(?)을 어느 정도 정보를 알듯 안 정도에는 이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글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란 그림의 해설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그림이 어떻게 해서 큐비즘, 더 나아가 현대 예술의 막을 열었는지 설명한다. 큐비즘은 어떻게 보면 그림 자체의 존재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이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전에는 그림 자체가 아닌 어떤 대상의 재현으로서 그림을 생각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잔느의 선구적인 노력 이후, 그림은 자기 자신이 하나의 부피감과 질감을 가진 존재가 되려고 하였고 이를 극적으로 밀고 나간 것이 큐비즘이라고 할 수 있다. 골딩은 이러한 큐비즘의 노력을 잘 알려진 분석적 큐비즘의 단계와 종합적 큐비즘의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분석적 큐비즘은 대상을 여러 각도로 관찰하면서 추상하는 단계로 볼 수 있는데, 종합적 큐비즘은 추상에서 구체로 나아가는, 또는 추상에서 재현으로 나아가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이를 피카소는 꼴라쥬의 방법으로 브라크는 파피에 콜레라는 방법으로 성취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넫 저자는 피카소와 브라크의 차이를 지적하는데, 흥미로운 부분이다. 피카소는 충격의 요소가 더 많다고 하고, 꼴라쥬에서 예기치 못한 다른 의미를 뽑아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상적 요소들이 함께 용접, 각각 뗄래야 뗄 수 없는 하나의 재현적인 전체를 형성한다. 하지만 브라크 작품에서는 각 요소들은 서로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29면 참조) 골딩의 글에서 또한 주목하고 있는 예술가는 후앙 그리로서,
그는 종합적 큐비즘의 원리를 이론적으로, 그리고 회화의 직접적 실천으로 밝혀내려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의 큐비즘 원리는 후대 예술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러나 1920년대 오면서 큐비즘의 대가들이 큐비즘과 멀어지는 창작활동을 하면서 큐비즘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현대 미술계에 그 영향력은 대단한 것이었다고 한다.

큐비즘에 대한 역자 후기에서 황지우는 이른바 큐비스트의 동시적 시각의 원리라는 것을 '독점 단계에 이른 자본주의의 '관리된 세계' 속에서 원자화되고 파편화된 무기력한 개인의 분열증에 다름 아'니다라고 평가하고 있지만(93면) 꼭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니다. 그는 큐비즘을 예술가의 주관 속에 있는 시각적 범주에서 자율성을 찾는 자기 만족적이고 자폐적인 양식이라고 연이어 말한다. 하지만, 이른 바 관리된 세계는 분열증적 개인을 양산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을 주체화하여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시각의 동시성은 이러한 단일한 시각의 주체 양산에 대립되는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1987년에 쓴 역자 후기인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역자의 시각이 이해될 만도 하지만, 지금 상황의 이념적 발전 지형에서는 받아들일 수는 없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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