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 예술론
레나토 포지올리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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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올리의 책은 아방가르드에 대해 개념에 재한 접근과 심리, 사회학적 접근, 미학적 접근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연구서이다. 그러나 본격적 연구서이기 때문에 20세기 초반의 유럽 예술운동 빛 경향에 대해 사전 이해가 없으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아방가르드 예술의 흐름을 소개하지 않고 직접 아방가르드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아방가르드의 특징 및 미학, 심리적 사회학적 배경 하에서의 접근 등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기 때문에 좀 난삽한 감이 없지 않다. 가끔 오역이 보이는 것도 흠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방가르드 연구서로 어느 정도 고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으로 빈틈없는 아방가르드 연구서가 되기를 저자가 노린 것같은 인상이다. 아방가르드와 고전 예술을 운동과 학파의 개념으로 차이점을 보여준다든지, 그리고 아방가르드 운동의 특징을 행동주의에서 적대주의로, 적대주의에서 허무주의, 투쟁주의로 변증법적으로 발전해나간다고 지적한다든지 하는 대목은 아방가르드의 다양한 이념적 특색을 본질적인 면에서 다시 정리해내는 솜씨를 보여준다.

아방가르드와 낭만주의와의 관계를 엮어내는 부분도 주목할만하고 아방가르드와 대중성의 문제, 그리고 거기에서 유행과 현대성의 문제를 엮어내는 부분도 아방가르드를 생각할 때 빠질 수 없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아방가르드의 담당자로서 지적 엘리트를 들고, 이 지적 엘리트의 현대 사회에서의 소외 문제를 파고 든 것은 아방가르드를 하나의 예술적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 문화 속의 한 현상으로 보아야 함을 주장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아방가르드에 적대적이거나 찬미하는 비평에 유보를 두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아방가르드의 시학과 역사적 흐름 속에서의 아방가르드의 변모와 현재적 위치를 논한 것은 저자의 균형잡힌 시각을 돋보이게 했다.

아방가르드에 대한 이만큼의 포괄적인 연구는 그다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아방가르드의 기존 비평들에 대한 충실한 수용 및 비평과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언급을 재치있게 인용하면서 책에 생기를 불어놓고 있다는 점 역시 이 책의 장점일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의 확보가 아방가르드를 과연 정말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가는 면은 생각해볼 문제다. 어떠면 아방가르디스트의 편향적인 주장을 보는 것이 아방가르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책은 아방가르드에 '대한' 연구서이지 아방가르드의 책은 아니다. 그래서 아방가르드의 이해에 어떤 한계가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저자에게 어떤 일관된 사상적, 방법론적 시각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이 책의 흠일 수 있다. 소외의 개념이 어떤 이론적 망 속에서 개념화되어 사용되고 있는가가 불명확한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 심리학적으로도 사회학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하나의 사상의 망 속에서 인식되어진 아방가르드가 아니기에 독자가 안심하고 아방가르드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도 있지만, '객관적'이라는 것이 결코 어떤 시각을 제거하지 않는 것이라 볼 때 탄탄한 시각의 확보가 더 객관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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