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사세요? - 부동산에 저당 잡힌 우리 시대 집 이야기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 사계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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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거주'보다는 화폐의 기능으로 쓰이고, 원주민들이 살던 곳에 좋은 아파트가 들어서지만 분담금을 내지 못해 점점 수도권 밖으로 이주하는 등 서문을 보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p.8)
 당초 20부로 예정되었던 기획이 지방선거 후보들의 주택 및 재개발 공약을 점검하려던 한 회가 천안함 사건으로 빚어진 정책선거 실종여파로 사라졌다고는 하나 2010년 2월 팀을 구성하고 3월부터 5월까지 총 석달 동안 열심히 뛰어 준 덕분에 지금의 내 손에 이 책이 쥐어져 있는게 아닌가 싶다. 매번 선거후보들의 주택 관련 공약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웃다우는 상황이 반복됨에 이런 취재도 있었으면 했는데 (천안함 사건이란) 안타까운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빠지면서 아쉬운 면도 감출 수 없었지만  분발해준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에게 경의(?)를 표한다.

 프롤로그
『서울 동대문의 '답십리 뉴타운 16구역'. 골목길이 동네 사이를 휘저으며 다세대주택들을 핏줄처럼 잇고 있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이다. 핏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하지만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내 머리 속에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해? 동감? 아니 거의 통감 수준이었다. 여러 기관(器官)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혈액처럼 움직이던 주민들의 모습을 보기 힘든 그 골목길은 온기를 잃은지 오래된 돗 싶었다. 몇 남지 않은 그 동네는 그 곳 뿐만은 아닐 것이다. (? 지금의 '집'은 주거 이상으로 정치, 경제, 사회 각 부냥의 모든 문제를 농축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는 나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사는 지역과 집 소유 여부, 주택 형태에 따라 계급과 신분이 정해지고, 삶의 질마저 저당잡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정부에 대한 질책과 해결방안 제시 등의 내용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긴다.


Part One 뿌리없는 삶

 CHAPTER 01 신유량시대
 처음 책을 받고 대충 넘기면서 훑어봤다.
'역시나(?) 고지식한 신문기자들이 썼구나!'
어디서 구했는지 대단할 정도의 차트와 사진이 지나갔다.
'또 따분하게 생겼군'
'일반적으로(?) 이런 자료들이 즐비할 땐 내용이 딱딱하고 졸리기 마련인데...'
'서평도 써야 하는데... 벌써부터 막막해지네'
'어?'
 나의 예상을 뒤집는 첫문장은 부동산시장의 대표적인 피해자(?)인 세입자의 말이었다. 그 다음으로 그 세입자의 간단한 설명, 상황과 함께 줄거리는 그렇게 이어져 갔다. 그 세입자들의 현 상황을 수치화하여 현재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부동산 가격 변동에 따른 비율 등 상세하고 지루하지 않게 설명, 세입자 인터뷰 내용과 조화를 이루는게 기가(?) 막혔다. 평소 KBS 다큐멘터리 3일, 인간극장을 챙겨보려는 편인데 마치 그런 영상인 듯 Part One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오른쪽 그림과 같이 상황을 세세하게 알려주며 말을 이어나갔다.
뒤에 이어질 그림들, 차트, 사진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었다.


 



<한 세입자의 이사 경로>


Part Two 토건 공화국
 서론에서도 나왔다시피 지방선거 후보들의 주택 및 재개발 공약을 점검하려던 한 회가 없어졌다고는 하나 이 부분을 Part Two에서 채워준 것 같았다.

CHAPTER 06 토건 동맹의 지배
 - 전세 제도의 두 얼굴 (p.125)
 전세제도의 역사도 짧게나마 지나갔다. '언제 시작되었는지 정확치 않지만 조선시대 말에도 집주인에게 일정액을 맡기고 거주한 뒤 나갈 때 돈을 돌려받는 제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목돈을 보증금으로 걸고 주택을 임대하는 전세 제도는 우리 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주택임대차 제도라는 사실도 알려 주었다.

CHAPTER 07 토건사회의 그늘
 - 집값 펌프질하는 언론 (p.135)
  문득, 얼마 전에 진행했던 '투자지혜 아카데미'가 기억이 났다. Case Study에서 신문기사는 현명한 투자에 있어서 좋은 역할을 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었다. 다행히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읽어 낼 수 있는 실력을 구비해야 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왜곡된 기사는 깊은 의미를 알아내려는 투자자의 노력도 헛된 것이 아닌가 싶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한 몫하는 왜곡 보도도 꽤 문제가 아닌가 싶다. 신문 · 방송이 사기업이라 수입의 절대량을 광고에 의존하다 보니 광고주의 눈치를 보는 구조도 바뀌어야 할 것이고, 기사를 쓰는 기자도 넓은 식견으로 반대논리가 필요할 땐 과감하게 들어내고 투기를 부추기는 기사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 마구잡이 개발에 병드는 환경 (p.153)

 아파트를 지으려면 콘크리트가 필요한데 콘크리트는 산을 깎고 파헤쳐 만들어진 석회석과 골재, 강과 바다에서 빨아올린 모래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2002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천연골재 부존량과 수요량을 감안할 때 천연골재 채취가 가능한 기간은 21년, 2010년 현재 약 13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에 나의 머리속에서는 앞으로 건설업을 투자해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건설업계에서는 대처를 하겠지만 크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Part 3 집의 정치학
CHAPTER 09 주거와 계급사회
 - 현대판 호패 (p.181)
 "어디 사세요?" 라는 질문의 요지(?)... 모두 궁금해 했을 것이다. 어떤 의미로 던진 질문일까?
 여기서는 대학배치표에서 '어느 대학', '어느 과'를 가늠하듯, 우리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함축하는 질문이라 했다. 이미 우리는 거주 공간과 형태로 '계급'이 정해지고 있었음을 안다. 여기서는 그것을 '현대판 호패'라 불리었다.

CHAPTER 12 경기는 지금
 - 남양주의 활발한 지역 커뮤니티 (p.243)
 삶의 질이 열악했던 남양주, 주민들은 이러한 개발 형식(택지 개발)에 정치의식을 발전시켰다. 스스로 "내 동네를 잘 가꾸고, 발전시켜 보자"고 움직였던 주민들이 하나 둘씩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최근 수만명의 회원들이 자기 동네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처음 읽을 땐 많아야 수백명이 되지 않겠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입회원 수를 보고 깜짝놀랬다. 가입회원 수가 많다보니 주거환경 역시 개선되는 모습도 알 수 있었다.


Part 4 다시, 집을 생각한다.
CHAPTER 13 부동산 무용담을 넘어서
 - 기고 (p.246)
 "기존 주택에 비해서 아파트는 널찍하고 편안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는 감옥과 같이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시멘트 구조물이다." 이 문장은 잊고 있었던 나의 기억을 되살렸다. 2008년 1월 '이진욱'의 "뉴에이지 피아노 - The Waltz style" 음악회에 갔었던 나는 로댕갤러리에서 미술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여러 미술전시품 중 눈에 띄었던 한 작품이 지금도 떠오른다. 칸칸이 수납장(?) 같은 작은 공간 하나하나에 잡지에서 오린 가구와 사람을 붙여 놓은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지금까지 많이 개발된 아파트에 사는 모습을 작가는 표현한 것이라고 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감옥과 같다는게 공감이 간다.

 - 임대문화의 시대 (p.252)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이라는 저서에는 앞으로 임대문화의 시대가 온다고 예고하고 있다고 한다. 제러미 리프킨... 내가 전에 추천했던 '공감의 시대', '노동의 종말'이라는 책의 저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잉여 인간'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소유하지 않고 빌려쓴다고 소유의 종말에는 쓰여져 있다고 한다. 이것도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라 본다.

CHAPTER 15 도시를 함께 만든다 - 독일
 - 주민이 디자인 하는 도시 (p.279)
 "2010년 4월 22일 오후 7시, 독일 뮌헨시 19구 퓌어스텐리트의 주민센터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주민들의 발언이 있고 강단 위의 시 공무원 세명과 자치 경찰은 진지한 표정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었다.
 주민들과 공무원이 도시를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인 듯 싶다. 이런 광경은 TV에서도 본 적이 있다. 일본의 어느 시에서 주민들을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몇 십년동안 공무원들이 설득해가며 도시를 만들어가는 장면(?)이었다.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주민들이 원하는 주거환경을 만들어가는 TV프로그램을 보며 우리나라는 왜 저러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주민들이 도시 계획에 있어 구경꾼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CHAPTER 16 과오로부터 배운다 - 일본
 - 무너진 부동산 불패신화 (p.301)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일까? 독일을 보며 일본을 생각한 나는 이 장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자연스레 지어졌다.
 '부동산 불패 신화' 일본... 하지만 이어진 부동산 거품 붕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도 독일과 같이 주민들이 자신들이 나서서 자신들의 마을을 만들고 있다. 주거권이 우선이고, 경관 보존에 힘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쉽게도 내가 TV프로그램으로 봐왔던 내용은 이 부분에는 나와 있지 않았다.

 


Part 3까지의 생각과 Part 4로 넘어갈 때의 생각은 좀 달랐다.
지금까지의 구조와 법, 정책 등의 제도가 바뀌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Part 4로 넘어가면서 달라진 생각은 주민들도 정해진 법과 정책에 무조건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집, 마을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주인 의식을 갖고 필요한 건 요구하고 옳지 않은 것은 적극 반대하는 소리를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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