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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에셔, 무한의 공간 ㅣ 다빈치 art 14
모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 외 지음, 김유경 옮김 / 다빈치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한 평면위에 같은 모양을 가진 흰색 말이 같은 방향으로 줄지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여백은 바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검은 말이 다른 여백하나 없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그림이 있다. 언뜻 보면 서로 손을 맞잡고 원형으로 빙 둘러선 검은 박쥐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림, 그러나 그 여백은 다름아닌 하얀 날개펼친 천사가 수없이 이어져 있다. 얼마나 놀라운 흑백과 선악의 대립구조인가.
에셔는 이와 같이 평면을 무한으로 반복하는 문양에 여백을 다른 반복되는 문양으로 채우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특히나 악마와 천사가 같은 그림안에 사람의 눈속임을 통해 나타나지 않으면서 공존하고 있는 그의 그림은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가로 세로 선에서 시작되는 기하학적 무늬에서 서서히 모양을 바꿔 날아가는 새로, 또다시 뒤섞이는 구조속에서 날아가는 벌이 생겨나고... 이런식의 끊임없는 반복의 문양들은 이미 그의 명성이 되었다. 종이에 그린 도마뱀이 살아 나와 돌아다니다가 다시 종이위의 그림으로 돌아가는 그림이라든지, 자신의 왼손을 그리고 있는 오른손, 그 손을 그리고 있는 자신의 왼손의 맞물림 구조는 우리를 비현실적 환상을 갖게 한다.
에셔의 그림은 이런 환상적인 면에서 예술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같은 문양이 그 크기를 줄여가면서 극한으로 무한반복되는 프랙탈 구조를 닮아있어 과학적으로도 흥미를 주는 그림이다.
그 외에도 수면이나 거울, 안구 속으로 반사되에 비치는 또다른 3차원 공간, 그리고 평면상에 나타난 3차원 그림은 어차피 2차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3차원적으로 비틀어 놓듯 그린 그림들, 공간상 서로 모순되어 도저히 실제로 존재할수 없는 존재의 표현(흘러 떨어지는 물줄기가 다시 떨어지는 곳으로 흘러가는 그림)등에 관심을 가졌다.
꿈속에서나 가능한 것들이 그의 그림속에서 마음껏 활개를 치는 모습은 사람의 상상력의 끝이 어디인가 도저히 가늠할수 없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