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한 열 가지 생각 - 현대문명과 시간의 패러다임에 대한 짧지만 긴요한 고찰
보딜 옌손 지음, 이섬민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도대체 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명백해진 것이 있다면 과거보다 현재의 우리는 '바쁘다, 시간이 없다'를 입에 달고 산다는 것이다.
어른만 그런 줄 알았더니 요즘의 아이들도 그렇다. 하긴 요즘 아이들 보니 바쁘기도 하더만..
 
시간이란 무엇일까
골치 아프게 1초의 물리적 단위가 어떻게 측정되고 계산되는 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시공간이 어떻게 휘어져서 어떻게 다차원적으로 존재하며 하는 복잡한 이야기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내 손가락을 모래가 빠져나가듯 빠져나가는 시간들,
돌이켜 보면 이십년전이 어제 저녁 일 같이 느껴지는데,
나는 어떤 시간을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게 궁금한 것이다.
그렇다고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느냐의 성공한 자의 시간관리법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람과 시간이라는 것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사람은 이를 느끼며, 그것이 개인에게는 어떻게 인생이 되는 지,
평소 언뜻 언뜻 느끼는 궁금증이기는 하나, 물리학자도 경영학자도 심리학자도 역사학자도 대답해 줄 수 없는 묘한 문제들,
그러나 매우 중요한 문제들에 대하여
스웨덴의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서술가인 보딜예손 교수가 쓴 책이 '시간에 대한 열가지 생각'이다.
 
보딜옌손은 시간에 대해 20년간 거듭해 온 자신의 고민과 사변을 이 책에 담았는데,
열가지 생각의 주제가 모두 독특하고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어서 많지 않은 내용이지만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하나하나 생각해 볼 내용들을 담고 있다.  
 
책에 나온 열가지의 주제를 다 담기는 어려우나
시간과 시간 관리에 대한 그의 주장을 옮겨 보면
계적 측정 단위인 시간, 분 초와 달리
인간의 체험적 시간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  그런데 바빠질 수록 그 체험적 시간은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고
결국 이것은  빨리 살수록 인생은 훨씬 빠르게 끝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 ^^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부산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것과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을 들 수 있는데
전자는 기차 안에서 약 3시간이 넘게 보내는 '통'으로 된 시간을 살고 후자는 비행장에 가고 표를 끊고 대기하고 착석하고 비행하고
등의 불연속적인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분절된 시간을 산 개인에게 있어서는 훨씬 더 시간의 손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시간 관리에 있어 번잡함을 줄이고 평화와 고요를 누리는 시간을 반드시 낼 것,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준비시간을 가질 것등을 권장하는데, 
이를 덜 파편화된 시간을 사는 방법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것을 추천하고 있다.
 
1. 연속된 시간과 구획된 시간의 차이를 인식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둘 사이의 우열관계를 뒤집기는 힘들다
2. 연속된 시간과 구획된 시간은 같은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같은 성격의 시간이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3. 자잘하게 쪼개진 시간들을 큰 덩어리로 합치는 방식으로 구획정리를 시도한다.
4. 자신이 소속한 사회 집단 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시간의 구획정리를 시도한다.
 
즉, 체험적 시간을 길게 늘이려면(길게 산 것처럼 느끼려면 ^^'),  전업주부일 경우 가사일과 자신만의 시간을 구분해야 하고,
직장인의 경우와 회의와 전화와 잡담과 신문보기를 동시에 하지 말고, 전화 상담은 몰아서, 업무는 몰아서 집중해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쁘다 바빠 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것 같은 공허한 느낌으로 시달린다ㅡㄴ 것이다.
 
연속된 시간을 예찬하며 시간 관리법을 제안하는 것이 이책의 전부가 아니다.
이 책은 인간이 시공간이라는 주어진 조건에서 자신의 실존을
자각하고 인생을 충만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들을
적절한 비유와 예, 그리고 저명인사들의 잠언을
제시하면서 문제제기하고 나름대로의 답변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특색은 여기에 있다. 물리학자가 인생과 시간, 그리고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
그래서 감히 누구도 구체화하기 어려운 주제들에 대해 통찰력 있는 대화를 독자들에게 시도하는 것, 학문과 실무, 물리학과 심리학, 철학과 문학의 경계를 기꺼이 넘나들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얄퍅한 지식에서가 아니라 오로지  지식과 경륜이 오랜 세월을 거쳐 무르익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책은 스웨덴에서 출간 직후 베스트 셀러가 되고(음...이런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부럽다), 세계 18개국으로 번역될 수 있었겠고, 좋은 책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참.. 끝으로. 책에 보면 독일의 철학자 피터 하인텔이 1990년에 템푸스라는 단체를 만들었는데, 그 단체의  목적은 시간을 늘이고 지연시키는 것이라 한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로.. 공식 심포지움도 개최하고 회원들이 시간 관리에 관해 주변의 사례를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는데, 약 1천명 가량의 회원이 유럽 각지에 산재해 있다 한다. 음.. 재밌는 단체이다. 이 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이 '더 빨리 살라, 그러면 인생은 훨씬 더 빨리 끝나리라' 또는 '자주 살핀다고 올리브가 더 빨리 자라지 않는다' 등등이란다..
 
음.. 그 단체나 가입해 볼까 싶다. 그리고.. 인터넷을 자주 하지 않는 것도 시간을 길게 사는 법이 된다 하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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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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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피에르 바야르

피에르 바야르는 꽤나 재미있는 책을 썼다.
파리8대학 이면 꽤 이름있는 대학이다. 국내에서도 진보지식인들이 한국판 파리8대학을 만들겠다며 운동을 일으킬 만큼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대학이기도 하다. 그 영향력에 의한 것일까? 피에르 바야르는 꽤나 대담한 책을 썼다. 이 책은 단순히 자신이 읽지 않은 책을 읽은 것 처럼 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대학의 문학교수이면서 자신의 문학강의시간에 자신도 읽지 않은 책을 말한다는 사실을 밝힌다. 단순한 고백이 아닌 당연하고 적극적인 선택으로서의 비독서의 모델로 자신을 드러내기 주저하지 않는다.

2. [특성없는 남자], 무질의 사서의 적극적 비독서 - 책의 홍수에 떠내려가지 않기
수많은 책들 속에 함몰당하지 않기 위한 방법, 즉 수많은 책의 홍수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유일한 방법은 거리를 두는 것이고, 책에 대해서 수동적인 자세(책을 볼수 없다는 상황적 자기변명의 이유와 함께 책을 계속 손에 들고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동시에 표현)를 취하는 대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질의 사서는 자신이 보아야 할 책과 봐서는 안되는 책을 분명히 구별한다. 그는 무수한 책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신 책들에 관한 책들에 관심을 갖는다. 그 외에는 제목과 목차외에 절대 읽지 않는 적극적인 독서의 모범을 보인다.

3. 책을 대충 훑터보는 것
그렇다면 적극적인 비독서와 함께 책을 대충 훑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것은 독서를 한 것인가 아니면 하지 않은 것인가? 때로 많은 시간을 들여 책을 꼼꼼히 읽어가지면 정작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며 그 가운데 길을 잃은 경험을 해 본 사람은 나 하나일까? 책을 읽으며 대체 이 책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마지막장을 넘기면서 오히려 더 큰 혼돈중에 절망한 사람은 나 외에는 없었을까? 아마도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내가 읽을 책과 읽지 않을 책을 적극적으로 분류해서 실천한다는 것은 한 분야에만 몰입하는 외골수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분야에 집중함으로서 다른 모든 것을 총괄하는 나의 정신의 도서관을 형성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나는 나의 정신의 도서관에서 무질의 사서처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수 있고, 그것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도 알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그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조금 보강하면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적극성을 가지게 되면 이제 책을 훑어볼수 있다. 그런 독서방법은 결코 정독함에 비해 열등하지 않다. 필요한 책과 필요한 내용은 며칠 밤을 새면서라도 봐야 하겠지만 모든 책을 그렇게 눈이 뚫어져라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 나 역시도 수 많은 사람들이 입에 침을 튀기며 열변을 통하는 리차드 도킨슨의 책을 한권도 읽어본 적이 없지만 그 책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며, 얼마든지 평을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4. [티브족의 햄릿] 읽기
티브족의 햄릿 읽기는 이 책의 백미다.
티브족은 책을 읽지 못한다. 그들은 로라 보헤넌이 움막에서 햄릿을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자신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알려줄것을 요청한다. 로라는 자신의 가설, 햄릿의 작품이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들에게 햄릿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읽는 도중 로라는 첫번째 문제에 봉착했다. 보초를 서던 세 사내가 이미 죽은 대장의 유령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티브족은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죽은 대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죽은 자는 다시 사람들 앞에 나올수 없다고 말한다. 로라는 여전히 보초를 선 세 사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죽은 사람이 왔기 때문이라고 거듭 말한다.

한 노인이 말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요.", 그리고 옆의 노인이 말한다. "죽은 대장일 리가 있나요. 마법사가 보낸 신호인 게지요. 계속하시오." 그들은 확신에 차 있었다.
"햄릿의 아버지와 삼촌이 같은 어머니 소생인가요?" 아마 같은 어머니 소생은 아닐 것 같은데, 극작품이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 확신할 수 없다고 로라는 모호하게 대답한다. 그러자 나이 많은 추장은 심각한 어조로 혈통관계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기니 집에 돌아가거든 어르신에게 반드시 이에 대해 물어보라고 말한다.


독자와 책 사이에는 독서를 가공하는 내면의 책이 존재한다. 책을 읽으면 모두가 동일한 생각을 할 것이라는 것은 엄청난 오해다. 티브족의 햄릿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철저히 다른 문화속에서 다른 생활양식에 젖어든 두 그룹의 사고는 결코 하나의 텍스트를 본다고 해서 동일해지지는 않는다. 어떤 이들은 당연히 그것을 유령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이들은 결코 그것은 죽은자의 형상이 될수가 없다고 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당연한 것을 부정하는 이들, 그들은 공통의 텍스트를 가진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전혀 달라지게 된다.
티브족의 예에서 그것을 확인하는데에는 세익스피어의 햄릿이 필요하지 않았다. 로라 보헤넌이 들려주는 소설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여기서 보이는 가시적 책은 내면의 책에 의해 성찰의 틀 속으로 흘러들어가고 만다는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이 내면의 책에 의한 성찰이 이유가 된다면(많은 이유중의 하나일 것이다), 티브족은 햄릿을 읽은 것일까? 아니면 읽지 않은 것일까? 표면적으로 그들은 책의 활자를 읽지 않았다. 심지어 햄릿의 결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그 텍스트를 통해 세익스피어와 그의 내면의 책, 그리고 영미권의 문화를 가진 이들의 내면의 책과 교감(비록 그것이 불협화음을 이루었다고 해도)을 이룬 것이다. 이정도 되면 그저 문자화된 활자를 시각적인 자극을 통해 뇌속에 잠시 집어 넣은 것보다 나은 독서가 아닌가?

5. 중요한 것은 책의 외부에 있다.
다시 바질의 사서에게로 돌아가자. 그는 중요한 것은 책의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의 외부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책은 외부에 있는 중요한 것을 위한 구실이 되거나 수단이 된다. 책에 집중하는 순간 그것은 우리에게 더 집중해야 할 오브제를 모호하게 만들게 된다. 차라리 책이 우리를 덜 방해하고 모호한 오브제로 남을 수록 우리의 담론은 더 정교해지고, 의사소통이 더 잘 이루어질수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대단한 독서가로 이름난 사람이다. 그는 책을 세 부류로 구분한다. 첫째 읽어야 할 책, 둘째 거듭 읽어야 할 책, 셋째 절대로 읽지 않았으면 하는 책이다. 조금 풀어서 이해한다면 꼭 읽어 볼만한 책, 그리고 서재에 비치해서 시간날 때마다 반복해서 음미하며 읽어야 할 책, 그리고 이 두가지를 할 시간을 방해하는 쓸데 없는 책으로 이해할수 있겠다.
그의 [비평은 예술이다]라는 책에서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  어떤 포도주의 산지와 특질을 알기 위해서 한 통의 술을 모두 마실 필요는 없네. 반 시간 정도면 어떤 책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어렵잖게 알아낼 수 있네. 형태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사실 6분이면 충분하네 ...


이전에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한 사람을 평가하는데 몇분 되지 않는 면접시간은 너무 짧은 것이 아니냐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그 몇분은 한 사람이 그 회사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충분한 시간일 수도 있다. 그의 모든 것을 알기에는 짧은 시간일지 몰라도, 그가 우리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특히 그가 우리 회사에 불필요한 사람인지 아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아니라 3분이면 족하다. 짧은 몇개의 질문을 통해 그를 완벽히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가 내게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는 충분하다.


오스카 와일드는 "나는 내가 논해야 하는 책은 절대 읽지 않는다. 너무 많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책을 읽지 않는데 어떻게 논할수 있느냐고? 이미 책의 모든 부분에서 책을 읽기 전에 우리는 길을 잃지 않고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음을 알수 있다. 책은 정보를 줌과 동시에 나의 독창성을 빼앗아 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6. 작가의 결론
작품은 담론 속에서 증발하면서 어떤 덧없는 환각적 오브제에 자기 자리를 내어준다. 다시 말하면, 온갖 심리적 투사를 유인하기 쉽고 사람들의 견해 표명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령작품'에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차라리 작품을 자기 탐구의 매체로 사용하고, 이용 가능한 그 몇 안되는 요소들에 입각하여 그 요소들이 대체 불가능한 내밀한 우리 자신에 관해 말해주는 바에 유의하면서 자신의 내면 책의 부분 원고들을 편찬하고자 하는 편이 더 낫다.(p.230)

7. 약간의 덧붙임
이 책의 앞뒤에 붙여진 리뷰어들의 짧은 리뷰를 보면 과연 이 책이 제대로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많은 리뷰어들(그들은 대부분 매우 유명한 사람들이다)은 이 책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은 모호한 오브제를 통해 어떻게든 투영될 텍스트를 생산하고 있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 그저 요약만 하는 감상문보다는 차라리 앞뒤에 읽을 꺼리가 덧붙여지는 것이 나을 테니까.
한가지 더 생각하게 된다. 나는 왜 지금까지 이런 유명한 사람들이 하는 리뷰에 공감하지 못할까 했던 걱정꺼리가 싹 없어졌다. 게다가 그들과 다른 이해와 사유는 오히려 더 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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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같은 우리 애들 왜 이렇게 싸울까? - 부모들이 잘 모르는 자녀들이 싸우는 이유와 대처법
일레인 마즐리시.아델 페이버 지음, 서진영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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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0대에 접어든 아빠이고 딸아이 하나를 두고 있으며 SF와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은 내가 읽을 가능성이 가장 적은 부류에 속한다.

그런데 우연이 마구 겹치는 운명의 장난으로 이책을 읽었다.

때때로 읽기를 멈추기도 했지만 어쨌든 대략 끝까지 읽었다.

이 책에서 내가 본 것은 이미 지나가버렸다고 생각한 나와 내 형제들의 성장기와 현재였다.

나는 2남 1녀의 맏이다. 여동생이 바로 아래고 남동생이 막내다.

나는 동생들에 대한 별 불만이나 다툼 없이 자랐다.

하지만~뭐, 다른 집에 비하면 심하다고까진 할 수 없어도 아무튼 이해할 수 없는 동생들의 불만이 자주 터져나오곤 했다. 물론 지금은 다들 가정을 이루어 따로 살고 있지만.

그런데 많지도 않은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요즘도 반가움과 함께 뭔가 묘한 긴장감이 한편에 도사리고 있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 긴장감의 한쪽 끈이 우리 성장기의 저편에 드리워져 있음을 무언중에 인식한다.

하지만 생각해봤자 골치아프고 해결책도 없는데~ 더구나 지난세월을 다시 끌어와서 뭘 어쩌겠냐 싶어 애써 무시해버리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문제들을 골치아프기는 커녕 차라리 시원하게 들추어내며 앞뒤를 환하게 비추어 주는게 아닌가. 읽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도리어 내 성장기를 반추해가며 무릎을 칠 정도였다. 물론 당장에 어떤 관계변화가 있으리라곤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읽은 지금 내 형제들을 보고 이해하는 내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확실히 느낀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전에는 몰랐던 그네들의 상황과 부분을 역지사지로 들어가 본 덕분이다.

물론 이런 얘길 동생들을 불러놓고 늘어 놓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책을 은근히 권할 예정이다.

특히 동생들 모두 아이가 둘인데 애들 사이의 경쟁과 다툼으로 꽤 골치가 썩는 모양이니 명분도 좋지 않은가~^^

더하여 딸아이와의 에피소드 하나;

초등학교 2년생인 딸아이가 같은 반 친구와의 갈등을 이 책을 읽고 있던 내게 하소연했다.

예전 같으면 잘잘못을 가리며 이런저런 조언과 해결책을 궁리해서 도와주려 했을텐데 갑자기 이책의 어떤 부분(만화)이 생각나서 딸아이가 친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동안 계속 맞장구만 쳤다.

그러자 정말 책에 나온대로 아이가 스스로 대응방법과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만들어나가지 않는가.

정말 신기했다. 물론 이책의 모든 게 맞거나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어떤 것은 다른 관계에서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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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l We Enjoy Wine?
사이먼 우즈 지음, 이섬민 옮김 / 다빈치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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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와인을 마시는 이유?

다른 술이 항상 같은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친구라면 와인은 여행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랄까?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날지 완전 예측불허~ 처음 본 인상이 몇 마디 나눠보면 완전히 무너지는 수도 부지기수~ 아무리 좋아도 다시 만날 약속을 하기 힘들고~ 전에 만난 기억이 좋아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찾아가면 전혀 딴 사람이 되어 황당하거나 씁쓰레 발걸음을 돌리기도 하고~ 그래도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왜 그러냐구? 그렇지 않으면 무슨 맛에 살라구?

바로 내겐 와인이 그렇다. 그래서 난 와인을 마신다.

서점에 있는 몇몇 와인책을 훑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몇 권은 샀다. 하지만 단 한권도 끝까지 읽지 못했다.

모두가 어디에 가면 반드시 무엇을 봐야 하고 꼭 누구를 만나야 하고 당연히 어떤 식으로 느껴야 한다고 쓰여진 여행가이드와 같았다.

개중에는 심지어 나는 이런 데를 갖다 왔다고 자랑하는 데 불과한 느낌을 받은 책도 있었다(물론 나는 스스로 그런 책을 사지 않는 최소한의 분별력은 있다고 여긴다).

최근에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와인을 소재로 한 만화책에 흠뻑 빠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에 대한 상상력이 현실을 넘어서 환타지수준이 아닌가(와인이 무슨 환각제도 아닌데).

 이 책은 무엇을 보고 만나고 느끼라고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무엇이 좋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단지 어떤 것이 있다고 말하고 최소한 이런 것을 알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머지는 마셔보고 각자 판단하라는 거다.

나는 이 책의 그런 점이 좋았다. 무슨 정석이 있는 식으로 주눅들게 만들지도 않고 이런 걸 모르면 마실 자격이 없다고 윽박지르지도 않는다.

다른 여타의 와인책들이 팩키지 여행을 권장한다면 이 책은 일종의 와인 자유여행가이드랄까. 가서 풍토병에 걸리거나 험한 꼴을 당하지 않을 정도의 상식을 줄테니 나머지는 가서 겪어보면 안다는 거다.

나 같이 정장차림을 해본지가 언젠지도 잘 생각나지 않고, 깃발 꽂아논 곳에는 죽어도 가기 싫은 사람에겐 딱이다.

이 책의 첫 장은 '여러분은 옳다'이고 마지막 장은 '여러분은 여전히 옳다'이다. 그리고 이 책의 원제는 '와인,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내 입맛은 잘 안다(I don't know much about wine... But I know what I like)'라고 책의 서문에 써 있다.

'와인을 사서 먹는 당신이 와인의 주인이고, 와인의 맛과 가치는 당신이 결정한다'가 바로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시각이다(미각인가?).

원제를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고 다른 영어제목을 과감하게 단 것도 눈에 띈다.

"Shall we enjoy wine?"

"자~ 와인 한번 즐겨볼까요?"    

멋진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와인에 대해 훨씬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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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여자, 돈, 행복의 삼각관계
리즈 펄 지음, 부희령 옮김 / 여름언덕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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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바라보는 모순적 경제의식(?)를 본인의 경험과 많은 여성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집요할 정도
로 파고 들어간 눈에 띄는 인문서다.


물론 미국적 관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우리네 이야기와 절묘하게(통계적인가?) 들어 맞는다. 
여성들 이야기이겠다 싶겠지만 사실 요즘은 젊은 남성에게서도 모순된 경제의식이 많이 보인다
는 점에서 꼭 여성만의 이야기라 하기엔 많은 점에서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책의 내용이 그 포
용성이 넓다. 많은 실례와 인문서적 내용을 적절히 심어 그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 또한 공감대를 형
성하기에 적절하다.

저자는 돈을 어디에 어떻게 어느때 투자해야 하는 식의 상투적인 것을 배제한다. 다만 현재 우리가 돈에 대한 의식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지적하면서 현대자본주의속에서 어떻게 돈과 행복의 경계를 주어야 할 것인가에 질문하고 나름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
얼마를 버는 것인지, 얼마를 만족하는지....

책을 읽고 나서 옛 어른신들의 말들이 생각난다. "세상 돈이 다가 아이여, 돈은 그저 돈일 뿐이여,
돈을 딱 쓸 것만 있으면 되는 거여 이눔마. 지금 것에 만족혀'  원래 가까이 있는 건 잘 안 보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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