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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나팔꽃이
기어코
처마 끝까지 올라갔다.

저 하늘 낮달에
매달릴 모양이다.
손을 뻗쳐 올리는 것 좀 보아.

아니,
그 손을 잡으려고
기우뚱하는 낮달을 좀 보아.






서랍


서랍을 연다.
책상이 혀를 쏙 내민다.

분꽃씨 세 개를
달각, 놓아 준다.

책상이
혀를 집어넣는다.
쫍!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포도알 속에서
포도씨가 사라졌다.

포도씨를 가려내기 위해
바지런을 떨던
혀의 할 일이 없어졌다.

언제부터였을까.
수박 속에서
수박씨가 사라졌다.

푸우!
수박씨를 멀리 날리느라 애쓰던
혀와 입술의 할 일이
또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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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에게 보내는 경고장 - 시와 삶으로 나눈 교실 이야기
윤일호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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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온갖 공부거리가 널려 있습니다. 아이들의 싸움에서, 아이들끼리 주고받는 말에서, 아이들과 나의 말과 행동 등에서 온통 공부거리를 발견합니다.'고 한다. 그렇게 모은 아이들의 이야기 아니 아이들과 선생님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는 책이다. 이오덕 선생님의 '일하는 아이들'과도 닿아 있고, 요즘 아이들의 생각과 살아가는 모습이 잘 나타나있다. 그 아이들과 선생님이 어떻게 소통하고 삶을 가꿔가는지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으며 새 학기에는 아이들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자고 마음 먹었다. 더 몸을 낮추고, 더 귀를 기울이고, 더 눈길을 보내자고. 아이가 입으로 말하는 것 외에 눈으로, 손으로, 숨결로 말하는 것도 알아들을 몸귀를 만들어보자고. 그래서 우리 교실도 진짜 삶을 나누는 작은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고. 


강아지가 죽은 것을 보고도
안 묻어 준 내가 더 나쁜 놈같이
느껴진다. (2007.4.8.)
<개자식> 민진홍(송풍초 5학년) 시 끝부분.

엄마
손현아(장송초 6학년)

할아버지가 없는 지금
이따금씩 이런 생각을 한다
‘아, 밥도 없네. 밥 해야겠다.
오늘 저녁은 뭐 먹지?‘
이런 생각을 하면 난
엄마가 된 것 같다. (201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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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위 배낭을 꺼낼 만큼 키가 크면 문학동네 동시집 50
송선미 지음, 설찌 그림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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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서

선생님이나 변호사, 검사나 약사, 의사나 화가

엄마나 아빠, 또는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먼지가 되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내 아주 오랜 꿈은 먼지가 되는 것

아무도 모르게

남들 눈에 띄지 않게 폴폴

어딜 가야 한다는

무엇 되어야 한다는

그런 것 없이

그냥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빗자루에 휙 쓸려 쓰레기통에 담겨버려지기도 하는

또는 운 좋게 어느 집 방구석에서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십 년이고

가만히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일 필요도 없는


나는 먼지가 되고 싶어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어요


<먼지가 되겠다> 전문

 

 

 

먼지가 되겠다는 시인이 동시에게 쓰는 러브레터다. 시인에게는 당신을 만나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싶은 운명의 상대가 동시라는 말이다. 20대 시절엔 어떤 남자가 그런 운명의 상대였음을 고백하지 아니해도 우리는 알고 있지만(동시집<글자동물원>의 이안 시인과 부부임), 이번 고백은 그와 결이 다르다.


우리 대부분은 정도에 차이가 있으나 남에게 그럴 듯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고 누군가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 해도 초등학교 시절엔 피구할 때 도망만 다니느라 가슴 졸이지 않는 아이가 되고 싶었고, 중학교 시절엔 전날 방송한 드라마 줄거리를 드라마 보는 것보다 더 재미있게 들려주는 친구처럼 이야기솜씨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후로도 부러운 사람, 되고 싶은 모습은 넘쳐 난다. 그런데 시인은 동시를 만나고 그런 마음에서 풀려나 먼지가 되어도 된다는 것을 알았단다. 굳이 무엇이 되지않아도, ‘나는 나여도되고 나로써 충분하다는 자존감을 고백함과 동시에 선언한다.


시집에는 이 작품 외에도 모두 첫 아이’‘맘대로 거울’‘딱지 옆에 스티커’‘한 아이등 자존감의 회복과 치유를 이야기하는 동시가 여러 편 있다. ‘안아주고 싶은 모든 시간에 바치는 말들이라는 문구가 딱 어울리는 이런 동시들은 어린 독자뿐만 아니라 늘 비교와 경쟁 속에 바삐 사느라 아직 내면아이와 화해하지 못한 어른독자에게도 위로와 힘이 될 것 같다. 토닥토닥, 쓰담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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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학력 붕괴 시대의 내 아이가 살아갈 힘 - 인생을 개척하는 강인함을 기르기 위한 인간주의 교육의 제시
텐게시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오리진하우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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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2030년 학력 붕괴 시대의 내 아이가 살아갈 힘'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표지도 매력적이다. 작은 체구의 아이들이 마치 캠핑이라도 가는 듯이 짐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여준다. 한 아이는 바지도 커 보이고, 가방도 몹시 무거워 보이는데도 꽤 씩씩해 보이고, 당차게 걸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사진이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이런 당당한 마음의 힘을 가진 아이로 자란다면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읽고 셈하기와 같은 학력 위주의 공부보다 '인성교육', '끌어내는 교육', '몰입 교육'을 통해 <살아갈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자기실현을 향해 가는 힘 즉, 자신의 능력을 신장시키고, 사회 속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스스로의 위치를 만들어 가는 힘이라고. 저자가 42년간 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학력중심의 교육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지닌 사람들의 힘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런 '힘'을 가진 사람들로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사회라고 하는 것은 잔상 속에 사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엘리트 시스템의 붕괴를 모두가 알아차리고 교육이 재점검되기까지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점이나 많은 매체들을 봐도 사람들은 이미 학력중심의 '엘리트 시스템 붕괴'를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진학, 취업 등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공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현재의 교육이 미래 사회에 적응력이 없으리라 짐작하면서도 현재 선택할 수 있는 대안 또한 없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현재 시스템 안에서 충실하게 따라가면서 자기 주도적인 '힘'을 가진 아이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렇듯이. 
 
저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생각에 동의하면서도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은 조금 더 '구체적'인 어떤 것이 없었던 점이다.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며, 몰입의 경험을 제공하고, 아이의 존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라는 등의 이야기는 다른 종류의 저서 혹은 강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엄마이자 교사로서 당장 내가 만나는 안팎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 줘야하는지 고민에 빠진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것을 길러줄 수 있으려나. 
  1. 두 발로 대지를 단단히 딛고 서는 힘
  2. 자신을 긍정하는 힘
  3. 자신을 항상 연마하는 힘
  4. 자기 실현을 위해 도전하는 힘
  5. 의지력
  6.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힘
  7. 대자연을 경외하는 마음
  8. 전체 중에서 적절하고 조화로운 위치를 확보하는 힘
  9. 인생을 즐기는 마음
  10. 감수성, 감성
  11. 독창력
  12. 결단력
  13. 호기심
  14. 하고자 하는 마음
  15. 인간적 매력
  16. 적극성, 행동력
  17. 활력
  18. 교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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