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영화를 재미나게 관람한 후, 내가 이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는 것,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이 나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트로이 목마 조차도 책을 읽어서 그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의 조각의 덩어리일 뿐, 내가 직접 책을 읽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고전문학은 좀 건드렸어도, 고전 인문학 계열의 책은 읽지 않았구나. 장바구니에 그득히 담아만 놓고 손대지 않았던 나의 게으름을 통렬히 깨닫게 되었던 것.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이 좋다는 정보까지는 찾아놓고서 읽지 않았던 책들의 목록을 다시 모아본다. 첫 책 오딧세이아부터. 그리스 원전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천천히. 깊숙히.
신유진 작가의 <나를 균열내기>를 읽고 있습니다. 작가의 신중히 고른 언어들이 가슴속으로 천천히 내려와 박힙니다. 글 문턱문턱마다 마음을 쓸어내리며 읽고 있어요. 절반정도 걸어왔는데, 마지막 종착지점으로 가고 싶지 않아 아껴 읽고 있습니다. 작가가 언급한 책을 찾아서 읽어보기도 하고, 이미 내가 읽은 책을 작가가 이야기할 때는 어디 나가서 큰 소리로 내가 그 책을 이미 읽었다고, 신유진 작가가 엄선한 책이 좋은책, 의미있는 책의 선정 기준이라도 되는 듯, 나는 그 기준을 훌쩍 뛰어넘어 훌륭한 책 선정자가 되기라도 한 듯, 마구마구 자랑을 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가슴에 내려앉는 글을 얼마나 오랜만에 읽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어의 진득한 숲길에서 축축히 젖어드는 독서를 얼마나 오랜만에 하고 있는지.. 쉬이 마무리 짓고싶지 않아서 읽고 읽으며 서성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