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성평등을 추구합니다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 교실을 바꾸는 열두 가지 젠더 수업 ㅣ 배우는 사람, 교사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9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쓴 책이다. 초등학생들의 성 고정관념을 깨고 ‘젠더 감수성’을 길러주기 위해 벌였던 노력이 담겼다. 성차별에 대한 인식을 깨워주고, 함께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물꼬를 트기 위한 젠더 수업 방법을 담았다. 물론 모두 선생님들이 직접 실천한 수업들이었다.

초등학교 선생님도 아니고, 초등학생 학부모도 아니지만, 이 책은 나에게 묘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책 속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도 어린 나이지만 벌써 성 차별 고정관념이 베어 있어 놀라웠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어렸을 때부터 성차별에 무자비하게 노출되어 있었는지, 새삼 또 열이 뻗쳤다.

더 놀라운 것도 있다. 그 어린 학생들도 선생님의 젠더 수업에 스스로 성차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는 걸 깨닫고 반성하며 바꿔나가는 모습이었다. 초등학생들도 스스로의 성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세상에, 어른들이 가만히 있으면 안될 노릇이다.

구예형 선생님의 말이 딱 와닿았다.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성 고정관념을 깨도록 돕는 역할에서 나아가 스스로도 더욱 발전하자고 다짐한 것이다.” 책을 보며 딱 느낀 지점이다. 내가 비록 초등학교 선생님은 아니지만, 사회의 어른으로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성 고정관념을 깨는 노력에 일조하고 싶다.

이후 구예형 선생님은 조 모둠 구성을 바꿨다. 이전에는 남녀 성비를 비슷하게 맞춰 모둠을 구성했고, 그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이 ‘공평’인가. 선생님은 자신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남녀성비를 억지로 맞추지 않고 제비뽑기로 무작위 자리를 선정하게 했다.

다른 선생님들의 노력도 좋았다. 성차별적 발언을 생각해보고, 고친 말을 알려주기. 남학생 번호는 1번, 여학생 번호는 31번부터로 정해져 있던 학교의 룰을 버리고 번호추첨식으로 학급 번호 만들기 등이 특히 생각이 난다.

아이들의 변화만큼 선생님들의 노력도 감동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 학창시절 얼마나 말도 안되는 성차별 발언을 듣고 살았나, 새삼 놀랍다. 여전히 학교 내 성(性)적 발언이 오간다지만, 이렇게 아이들의 젠더 감수성을 위해 고심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니 정말 다행이고 엄청난 행운이다.

성차별적 발언에 초등학생 아이들이 고친 대답으로 마무리 할까 한다. 너무 귀여운 사이다 발언이라 책 보다가 키득거렸다.

“살도 많이 빠지고, 이제 시집가도 되겠네.”라는 말에 5학년 친구들이 생각해 낸 대안이다.

“내 나이 열두살, 조선시대 아닙니다.”(ㅋㅋ브라보)

내 나이 열두살, 조선시대 아닙니다.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성 고정관념을 깨도록 돕는 역할에서 나아가 스스로도 더욱 발전하자고 다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