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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출산은 기적입니다 - 엄마 아빠 21명의 자연주의 출산기
정환욱.배우 이윤지, 정상훈을 비롯, 자연주의 출산을 한 21명의 엄마 아빠 지음 / 샨티 / 2017년 3월
평점 :
‘눈부신 조명과 마스크를 쓴 의료인, 차가운 기운, 산모의 신음 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 ’
현대 사회에서 출산이라고 하면, 여타의 다른 수술과 다를 바 없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출산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피하고 싶은 고통스러운 순간으로 예상되고, 기억된다. 더군다나 많은 병원에서, 산모들 사이에서 ‘삼종굴욕세트’라고 불리는 ‘관장, 제모, 회음부절개’ 너무 쉽게 행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엄마의 몸과 마음은 긴장하게 되고, 두려워하게 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엄마의 상태는 아이에게도 전해질 수밖에 없다.
서양에서는 이를 바로 잡고자 의료진이 아닌 엄마와 아빠 아이가 주체가 되는 출산의 흐름이 생겨났다. 이는 기존의 ‘자연분만’과도 다른 ‘자연주의출산’으로, 책에서 정의하듯 ‘엄마의 출산 본능과 새 생명의 힘을 믿고, 때가 되어 나오기까지 충분히 지지하며 기다려주는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출산법’이다. 정환욱 의사 선생님은 이러한 ‘자연주의 출산’을 적극적으로 배워 도입하고, 실천하고 알리고 계시는 분이시다. 그의 번역서인 <히프노버딩>, <출산동반자 가이드> 등의 책은 출산이 경이롭고, 행복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그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나 역시,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이 두 책의 도움을 참으로 많이 받았고, 그 덕분에 고통을 넘어 인생 최대의 환희와 행복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자연주의출산을 통해 아이를 출산한 산모들과 함께 <모든 출산은 기적입니다>라는 출산기를 펴냈다. 21명의 엄마, 아빠의 출산기 안에는 ‘자동차 안에서 아이를 낳은 산모 이야기, 고위험군 산모의 이야기, 함께 출산을 도운 아빠들의 이야기’ 등 다양한 출산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출산의 순간에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산모와 함께 했던 동반자들이 몸으로 오롯이 경험했던 순산의 기억은 읽는 사람의 몸과 마음 깊이 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는 어떤 소설이나 이야기보다 더 감동적이고, 뭉클하다. 여러 사례와 더불어 실려 있는 ‘자연주의 출산’ 전반에 대한 정환욱 의사 선생님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은 이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알려줄 수 있는 친절하고, 좋은 가이드 라인이 된다.
이러한 자연주의 출산기들을 쭉 읽다보니, 이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느껴졌다.
‘이 순간의 벅찬 감동이 이후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 되어주겠지요.’
‘새 생명은 우리에게 기다림을, 배려를, 온전한 사랑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등의 엄마, 아빠의 글에서 아이의 탄생 순간이 그들에게 진정한 배움과 성장의 선물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출산의 과정에서 모든 고통과 아픔이 기쁨과 환희로 오롯이 전환되는 것을 온 몸으로 또렷이 겪은 뒤의 삶은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정말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고통의 꼭지점에서 경이로운 탄생이 일어난다. 그것이 바로 기적이고, 축복이고, 변형의 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산모들과 가족들이 더 이상 두려움과 고통만이 아닌, 이를 넘어선 경이로운 기적과 기쁨의 출산을 경험했으면 한다. 이 책은 분명, 그를 가능하게 하는 큰 힘이 되고, 통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