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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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물임에도 잔잔한 분위기가 좋았다. 일상 생활처럼 나열되는 사건과 상황들도 결국 작가가 이야기하고싶었던 엔딩과 존재라는 것을 위한 표현법인 것 같다. 미술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온건 그만큼 이유가 있단 것인데 그걸 한 남자의 생애와 유괴사건에 기대어 이야기한게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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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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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inthea-lee.tistory.com/42


읽는 내내 마음이 안좋았다. 그럼에도 너무나 시적으로 아름다운 단어들이 섞여 쓰여진 문장들이 로사, 스텔라, 마그다가 놓여진 상황과 대비되어 현실 자체가 더 암흑적이고 좌절스럽게 느껴졌다. 이 책은 '숄'과 '로사'라는 총 100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사실 처음 '숄'을 읽을 때,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두세 번 다시 읽기도 했다. 옛날옛날의 희곡을 읽는 느낌이었다. 번역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노래하는 것 같고, 단어사용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문학과 지성사 서평단으로 받게되어 읽게 되었다.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 등의 팔레스타인 학살 등의 전쟁범죄로 인해 이러한 이야기들이 더 각광을 받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벌어졌던, 과거를 기반으로 삼아 나아가지 못하고 또다시 죄를 저지르고 피해자를 만들고 역사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슬픈 일인 것 같다. 나는 역사를 아주 자세히는 모르는 편이지만 커다란 뿌리와 줄기가 되는 이야기들은 잘 안다. 이 책의 띠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숄>, <로사>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게 해준다. 그것은 홀로코스트의 공포와 그로 인한 채울 수 없는 공허감이다.". <숄>을 읽으면서 혐오와 분노, 편견과 차별이 인간, 사회, 국가, 인류를 어떤 방식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도 <숄>에서 '숄'이 의미하는 것, 로사의 잃어버린 '속옷'의 의미, '퍼스키'라는 존재, 미국인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사는 '스텔라', 마그다에게 보내는 '편지' 등의 정확한 비유를 알기 어려웠다. 신시아 오직이라는 인물이 쓴 글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내가 이것을 감정적으로는 동일한 기분을 느끼지만 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이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다. 이스라엘은 현재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을 무작위로 끌고가 가족들을 분리시키고, 총살시키거나 쉽게 살해한다.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팔레스타인 사망자들의 신체에 일부 장기들이 적출되었으며 그것이 이스라엘 측의 의료용 장기로 이용된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무분별한 인체실험과 뿌리가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의 피해자로서, 생존자로서, 간신히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신시아 오직 같은 사람이 있음에도, 이런 소설을 읽고 끊임없이 과거를 반성하며 반복되지 않기 위해 감정을 공유하려는 나같은 사람이 있음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점이 슬펐다.


책에서 강조하는 것들은 쉽게 눈에 들어왔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숄', '속옷', '퍼스키', '스텔라', '편지' 등이다. 나는 이것들이 상징하는 바를 정확히 완벽하게 1+1은 2다! 라는 값이 나올 것처럼 이해하고싶은 욕망이 있는데.... 이건 독후감을 좀 검색하다보면 천재독자님이 정리를 해주신게 있지 않을까 싶다(ㅋㅋㅋ). 습..로사는 마그다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우리 집안은 꽤 좋은 집안이고, 너의 아버지는 안드제이야. 이렇게 몇 십 년 동안 끊임없이 스스로를 세뇌하듯 되뇌는 것은 로사 본인도 혹시 마그다가 독일군에 의한 아이일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영원히 답을 알 수 없을 진실을 자신이 원하는 의미로 덮어버리려고... 로사는 끊임없이 자신은 화학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하거나, 꽤 좋은 집안이었다는 이야기도 반복적으로 한다. 나치가 로사를 망친 것이다. 나치라는 거대한 사회가 한 민족을, 국가를, 사회를, 가정을, 인간을 파괴하였다. 그리고 사랑하던 것, 사랑하는 것, 사랑해야 하는 것들을 모두 잃은 로사는 이제는 사라진 것들로 인해 파괴된 것들을 지키기 위해 힘쓴다. 그런게 <숄>의 두번째 이야기인 '로사' 에서 나타난 '숄'과 '마그다를 향한 편지'가 상징하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신이 가질 수 있었던 모든 가능성을 타자에 의해서 잃게 된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원망하고 갈망하며 지쳐한다.반면 로사와 동일한 일을 겪은, 하지만 로사보다는 많이 어렸던 로사의 조카 스텔라는 상황이 다르다. 스텔라는 미국인처럼 산다. 과거의 일을 모두 땅 속에 덮어버리고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아마 많이 어렸으니 나치에 의해 잃었던 것이 로사에 비해 적기 때문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내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스텔라와 로사가 서로만을 혈연으로 의지하고 있음에도 서로를 증오하고 원망하고 사랑하고 붙잡는 것은 그들이 서로를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여전히 나치에 의해, 나치로 인한 현재 그들의 상황에 의해 고통받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로사는 끊임없이 '로사'에서 스텔라를 원망한다. 이렇게 둘이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것 조차도 소설이 아닌 현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그럼 결국 '숄'은 그저 희망이었을 뿐이었을까? 숄은 너무나 판타지적인 요소로 느껴질 정도여서 어쩌면 마그다가 이미 죽어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마그다는 엄마를 찾으며 울었고, 그러다가 죽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나는 숄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대조되는 해석으로서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확실히 느낀건 로사에게 '숄'은 희망이었다. 한국이었다면 동아줄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를 살아갈 수 있게 하고,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정말 시처럼 아름다운 내용이었다.일반 소설이라면 '주인공이 너무 신경질적이다'라는 해석이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홀로코스트 생존자(라고 말하면 로사는 싫어하겠지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자로서 나는 이 인물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 살아가는 것,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것들이 어떻기에 이렇게 날카롭고 허공에 원망을 쏟아내며 좌절하고 사랑했던 것들을 붙잡고 싶어 울부짖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혹은 피해와 관련된 영화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짧고 강렬한 소설로 읽는 것은 처음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좋은 기회를 주신 문학과 지성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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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 붉은 박물관 시리즈 1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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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추리를 넘어서 이야기의 소재 자체도 재미있고, 그 소재를 꼬고 꼬아서 독자의 상상력을 펼치게 만들고, 그 상상력조차도 뛰어넘는 방식이 독특하고 재미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기억 속의 유괴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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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 악몽 한쪽으로 읽는 환상세계 2
기 드 모파상 지음 / 쪽프레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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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드모파상 밤:악몽을 진짜 좋아하는데, 쪽프레스 얇게 나온데다가 표지도 예뻐서 구매해봤습니다. 사실 제가 생각한 형태는 아닌데...(ㅋㅋㅋ) 그래도 워낙 짧은 단편이고 간단히 펼쳐 읽었다가 쓱 안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느낌이다 싶어서 좋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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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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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님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인데, 이번에 가제본을 받아 출간 전에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저주토끼>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으스스하고 기괴한 호러 단편이 가득 담긴 단편집이다. 가제본에는 10편의 단편 중 총 4개의 단편이 포함되어있었는데, 이 4개가 모두 색다른 느낌이어서 재미있었다.

최근에 <고통에 관하여>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두번째 단편인 '감염'은 <고통에 관하여>를 떠올리게 하였다. (소재가 고통으로 같을 뿐 전체적인 이야기가 다르긴 하지만...)


나는 특히나 <저주토끼>나 <호>를 많이많이많이 좋아하는 편인데, 4개의 수록 단편 중 3개가 그런 느낌을 주어 좋았다. 배경은 현대지만 은은하게 한국 전통의 느낌이 나고 그러면서 현대 한국의 인간 심리, 사회문제들을 콕 찝어 언급한다. 이런 소재(현대, 전통, 심리, 사회문제...)는 잘못 섞으면 유치해질 수도 있을텐데, 워낙 문체가 강렬해서 그런지 전혀 유치하지 않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매료되게 만드는 것 같다.




가제본으로 읽었기 때문에 4개의 단편만 읽은 상황이지만,

어서 출간되어 모든 단편을 다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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