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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윌버, 진실 없는 진실의 시대 - 가짜뉴스 시대의 미래를 묻는다
켄 윌버 지음, 김훈 옮김 / 김영사 / 2017년 12월
평점 :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트럼프가 당선되며 미국과 전 세계는 충격을 받았으며 최근까지도 -예루살렘의 수도선언- 그의 언행과 정책으로 전 세계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국의 대부분의 양식있는 지식인들과 국민들이 반 트럼프 성향인 것 같은데 어떻게 트럼프가 당선이 되었는지 의아해하며 단순히 민의를 정확히 대변하지 못하는 미국의 대선선거방식과 기타 사건들로 인한 결과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나갑니다.
먼저 이 책을 읽기 전에 켄 윌버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 간단히 알아보고 이 책을 읽어야 제대로 이해를 하겠다 싶어 먼저 여기 저기 알아봤습니다. 알아본 결과 제가 윌버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던 것이 이상할 정도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였습니다. 의학과 생화학을 전공하다 약관 23세에 첫 저서 <의식의 스펙트럼>을 내놓으며 심리학과 철학분야에서 혜성처럼 등장하여 인간의식 연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합니다. 그 후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충격을 받아 심리학, 종교, 영성에 대한 동양사상에 심취하며 동・서양의 이론을 아우르며 트랜스퍼스널심리학과 통합심리학을 대표하며 ‘플라톤 이래 가장 위대한 사상가’, ‘문화 창조자’, ‘의식연구의 아인슈타인’으로까지 칭송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켄 윌버는 이 책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전 세계에 퍼진 ‘탈진실(post-truth)’과 ‘가짜뉴스’ 시대의 혼란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해답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트럼프가 cnn을 가짜뉴스라고 발언하는 사건도 있었지만 미국은 지금 역대 어떤 정권보다 국가 분열이 심해져서 국민의 절반이 나머지 절반을 혐오하고 아직도 곳곳에서 사건마다 반 트럼프 시위가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후 우리나라에서도 TV토론이나 뉴스를 통해 이런 현상들에 대한 분석과 설명들이 많았지만 솔직히 ‘아~이것이었구나!’ 할 수 있는 답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때에 저자가 여기에 대한 나름의 글을 인터넷에 잠시 게시했었는데 그 글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마침내 책으로 출간이 되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트럼프를 당선시킨 것은 친 트럼프진영이 아니라 오히려, 반 트럼프 진영의 우월의식과 정치적 공정성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멸시를 부추김으로써, 트럼프를 당선시켰으며 트럼프 시대의 갈등양상을 불러왔다고 진단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켄 윌버는 인간의 의식과 신체 수준이 특정한 패턴과 발달 단계를 따른다고 보고, 각 단계를 상징적인 색(color)으로 설명하는데 현대 인류가 가진 가장 앞선 단계의 수준은 ‘녹색(green)’이라고 합니다. 녹색수준은 ‘포용성’과 ‘다양성’, ‘상대적 진리’ 등을 특성으로 지닌다고 보지만 다양성과 포용성을 그저 사람 숫자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발언권과 가치를 부여해주고 무조건 포용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해줘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에 우리가 소수의 목소리들을 동등하게 중시한다면, 우리는 분명 많은 말썽에 휘말려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녹색수준이 자기반성과 교정을 중단하고 변질되면, 우월성과 위계주의를 가지는 ‘붕괴된 녹색’으로 왜곡될 수 있으며 이 ‘붕괴된 녹색’이 바로 반 트럼프 진영의 성향이고 이런 양 진영의 갈등을 해결하려면 반 트럼프진영에서 트럼프와 트럼프 많은 지지자들을 한심하게 여기거나 욕하는 대신에 이제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을 이해하고 대화에 포함시켜주고, 일말의 연민과 배려, 심지어는 사랑까지도 베풀려고 애써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녹색 쪽에서 트럼프의 핵심적 지지자들이 드러낸 분노와 원한, 증오심을 불러일으킨 직접적인 주체가 바로 자기네였다는 것을, 그리고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직접적인 기여를 한 것이 바로 그런 감정들이었다는 것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합니다.
윌버의 사상을 시기별로 제1기에서 현재 제5기까지 나누는데 저자의 이론이 정립이 된 것은 4기로 보며 5기부터는 완성된 그 이론으로 현실에 적용하며 해결책을 제시해 나가는 시기라 보여지며 이 책은 그런 과정에서 나온 최신 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이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저자의 통합이론이 어떻게 현대사회의 모습들을 어떻게 설명하며 적용될 수 있는지 흥미롭게 볼 수 있겠습니다.
켄 윌버의 사상적 위치를 잘 보여주는 다음 한 문장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21세기는 셋 중 한 명을 택해야 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냐, 니체냐, 아니면 윌버냐.”
- 잭 크리텐든(교육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