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겁하게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비웃었다. 그런 이상한 오만으로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나의 삶이 속물적이고 답답한 쇼코의 삶과는 전혀 다른, 자유롭고 하루하루가 생생한 삶이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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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외로운 마음의 온도를, 냄새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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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지는 이제 머리를 복도 벽에 기대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검정 치마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이 뭔가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그리고 그것이, 너무 늦었을 때에야 뭔가를 깨닫는 것이 인생일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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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5학년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함께 밥을 먹고 살을 부딪히며 지내던 사람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첫 경험이었다.

한동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이후를 알 수 없다는 것이 그렇게나 무서웠다.


요즘은 "죽음" 보다는 "삶"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이후를 알 수 없는 건 "살아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된 후부터-


소설 『인생』은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 푸구이 삶을 들여다 보며 

되려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

금수저 망나니였던 주인공 푸구이.

자기 맘대로 하고픈 거 다하며 살다 

도박으로 하루 아침에 모든 돈을 다 날리게 된다.


초가집으로 이사하게 된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 어머니가 아프셔서 성안으로 의원을 모시러 갔다가

군인으로 징집되어 몇 년간 전쟁터에 끌려다니다 임종도 지키지 못한다.

그 사이 딸아이 펑샤는 열병으로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하게 되고,

한결같이 옆을 지키던 아내 자전은 병에 걸려 꽤 오래 병상에 누워있게 된다.


학교를 다니던 둘째 아들 유칭은 헌혈을 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고,

시집간 첫째 딸 펑샤는 아이를 낳다 목숨을 잃고,

병상에 있던 아내 자전도 결국 두 아이들 곁으로 떠나고,

딸 대신 아들 역할을 하던 사위 얼시는 일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고,

유일하게 남아있던 혈육인 손자 쿠건 마저 잃게 된다.


그 밖에도 소설 중간중간 꽤 많은 죽음을 마주쳐야 했던 푸구이의 삶.

그의 삶을 보며, 되려 살아가는 것에 대한 위로를 받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 p.14 (서문)


사람은 즐겁게 살 수만 있으면 가난 따위는 두렵지 않은 법이란다. -p.65


그는 과거를 회상하기 좋아했고, 자기 이야기 하는 걸 좋아했다. 마치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한 번, 또 한 번 그 삶을 다시 살아보는 것 같았다. 그의 이야기는 새의 발톱이  나뭇가지를 꽉 움켜잡듯 나를 단단히 사로잡았다. -p.72


내가 나 자신을 겁줄 필요는 없다고 말일세. 그게 다 운명인거지. 옛말에 큰 재난을 당하고도 죽지 않으면 훗날 반드시 복이 있을 거라 했네. -p.126


나는 이제 곧 황혼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두운 밤이 하늘에서 내려오리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광활한 대지가 단단한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부름의 자세다. 여인이 자기 아들딸을 부르듯이, 대지가 어두운 밤을 부르듯이.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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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나의 것이다. 내가 만들었다. 그걸 가지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다. 내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언젠가 비통한 마음 없이 그걸 야생의 잡초 우거진 모래언덕에 돌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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