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 김승희가 들려주는 우리들의 세계문학
김승희 지음 / 난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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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는 총 52가지의 문학 작품을 다룬 책이다. 과거 『세계문학기행』이라는 이름으로 92년에 발행되었고, 이후 30년 만에 새로운 이름으로 세상에 다시 등장했다.

김승희 시인은 총 52가지의 작품을 자신의 문법과 기호에 맞춰 친절하고 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따스하게 설명한다. 독자는 먼저 새겨진 발자취를 따라 자신만의 빠르기로 따라 걸을 수 있다. 고전문학을, 해외문학을 제대로 접해보지 않은 독자라면 이 책이 발걸음의 이정표가 될 것이고, 고전문학과 해외문학과 친밀함을 쌓아온 독자라면 오랜 친구를 만나듯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국내문학 위주의 신간을 주로 읽어오던 나로서는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평소의 독서는 인간 자체보다 눈 앞에 놓여진 일이나, 현시대의 담론에 집중하며 끝났던 반면 이 책은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더욱 큰 본질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20세기는 온갖 전쟁과 기술 발전 등이 이루어지던 격동의 시기였고, 그 시기를 담고 있는 고전은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적 고찰을 화두에 담게 했다.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글은 인간의 쓸모나, 인간의 존재 이유, 인간이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려 보게 했고 그에 대한 나만의 해답을 생각해보느라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했던 것 같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 문학 작품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문학은 타인의 삶을 배우고 그것을 나의 삶에 적용하기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되며,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삶을 손쉽게 살아보는 법이 된다. 책 속의 이야기는 늘 인생보다 크며(P. 6) 다양한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운 사람에게는 풍요로운 삶이 따르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인간과 절대 떼어놓고 볼 수가 없다. 이 책은 나로 하여금 52번의 삶을 살게 한 책이 되었다.

흔들리는 무질서의 시대에선 모든 선택은 불안이 된다. 우리의 기본적인 정신 기조는 아마도 불안일 것이다. 확실히 믿을 무엇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다만 무질서 속의 하나의 불안으로 남겨질 따름이다.(P. 67)

우리는 어제라는 후회와 오늘이라는 고통에서 도망치기 위하여 언제나 내일이라는 허구를 지니고 살아간다.(P. 156)

솔 벨로는 ‘인간은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운명에 의해 지배받는 희생자’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비록 인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인간은 모든 것을 척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히 인간은 ‘무엇’이다. 인간이 무엇인가, 또 무엇이 될 것인가는 그러므로 개인의 선택의 문제다.(P.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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