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 살생부 - ‘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 지금+여기 6
마강래 지음 / 개마고원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방도시 살생부 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 마강래(개마고원)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휘황찬란한 대도시에서 반짝이는 별을 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별 보기 좋은 장소를 검색하면 저자가 걱정하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는 지방 도시들의 랭킹순위와 유사한 도시가 뜬다. 별을 볼 수 있는 지역은 도시민들에게 낭만적인 장소겠지만 청장년층의 감소로 별처럼 반짝이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지역이다. 그곳은 사회적 감소를 넘어 노인 사망률 증가에 따른 자연 감소까지 겹쳐 소멸 위기를 넘어 자멸 위기에 처해 있다. 1995년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260여 개의 지방도시는 인구 유입을 위해 출산장려금, 양육지원금 등의 정책을 도입했지만 지원금만 받고 먹튀 출산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 재정난만 커졌다. 도시재생을 내세워 도시재생사업단이 노후화된 건물을 밀고 말끔하게 단장해도 사람들은 잠시 머물 뿐 인구수는 줄어들고 있다. 일자리와 교육의 기회가 있는 별 볼일 없는 곳바로 수도권의 대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체질 개선을 통해 다이어트하기!>

‘4차 산업 시대인간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은 창의적 직종이 몰려 있는 대도시보다 단순 노무직 서비스업이 있는 지방도시의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일자리가 없는 지방 중소도시는 20가구 미만의 과소화 마을이 되었고 청장년층의 전출로 연로한 어르신들만 남았다. 그곳의 가구 수가 적다는 이유로 공공서비스를 줄일 수도 없고, 사람이 적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우니 고향을 떠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몇 명을 위해 인프라를 계속 투자할 경우 비효율적인 재정투입으로 사회적 부담만 커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과소화 마을을 포함한 지방도시는 살아남기 위해 인구 유입을 위해 노력했다. 인구 유입의 유인책으로 산업단지를 건설해 일자리를 늘려 보려 했지만 과잉 공급으로 미분양만 넘쳐 오히려 재정을 좀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관광객 유치를 명목으로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2014년에는 산천어축제를 빼고 모두 적자였다. 나비축제로 지역축제의 성공사례가 된 함평조차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걸 볼 때 마을공동체의 결속력보다 외부 관광객의 일시적 유입에만 신경쓴 단발적인 지역축제가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방도시가 과거의 명성에 매달려 라떼는 말이야를 들먹이며 무리한 투자를 한다면 정부의 엄청난 예산만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국가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재정비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사망선고를 받게 될 지역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 전에 체질 개선을 통해 이쁘게 다이어트해야한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영양실조에 걸려서도 안되며 수도권에 기죽어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스마트하게 압축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자리와 사람을 모으고 질적 발전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 순창고추장의 역설을 잊어서는 안 된다. 1989년 공장이 들어섰을 때 기대와 달리 5만 명이던 인구가 202028천 명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최첨단 기계화 설비를 갖춘 공장에 사람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지리적 표시제로 유명한 순창이 고추장 덕분에 성장하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순창 고추장의 역설이 이면에 있었다. 제주도에 여행 갔을 때 대기업의 녹차 아이스크림가게를 뒤로 하고 지역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녹차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신산리 마을 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다. 마을회관을 일부 개조해 만든 카페라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철강도시로 이름을 날린 미국의 영스타운은 낡고 빈집을 새로 단장하지 않고 부숴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철강도시의 부활이란 꿈을 접고 영스타운 푸르게 가꾸기로 미래의 비전을 전환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일본의 유바리시의 경우 탄광에서 관광으로를 외치다 파산한 사례로 최근 인구가 더 줄어들 것을 예상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지역에 인프라를 집중시키고 사람들을 이전시켜 압축도시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다음 세대에 유바리시를 남겨주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작지만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지역성을 담은 차별화된 산업 육성과 무차별적으로 뻗어나가는 대형 프렌차이즈에 대한 적정 규제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지방도시도 건강한 다이어트 압축도시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살고 있어요!>

인공지능 로봇이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는 적막한 시골 마을을 방문하며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께 작은 로봇을 드리니 필요 없으니 가져가라며 밀어내었다. 로봇은 하릴없이 TV만 보는 할머니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재롱도 떨었다. 3일쯤 지나 프로그램 종료일, 퉁명스럽던 할머니는 차가운 로봇에 얼굴을 부비며 막둥아 가지마!” 하며 눈물을 보이셨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지방도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그리워하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의 터전이며 사랑하는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이다.

저자는 그곳을 살리고 국가가 살기위해 인구를 늘리기 위한 대책보다 인구 감소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고 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방 거점 도시로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략을 강조하였다. 지방 거점을 중심으로 압축되고 뭉쳐야만 효율성을 갖고 발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그 과정에서 성장시켜야 할 곳과 압축시켜야 할 곳이 나뉘게 될 것이다. 책에는 낙후된 지방도시가 혹시라도 살생부에 오를까 염려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하지만 현실을 냉철히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는 확고했다. 통계학적 수치와 경제학적 예산을 생각하면 저자가 강조한 압축은 지방도시를 살릴 수 있는 해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 해당되는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지방 도시를 살릴 수 있는 노력이 담겨 있는 지방도시 살생부를 통해 지방도시 상생의 정답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