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도시 살생부 - ‘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 지금+여기 6
마강래 지음 / 개마고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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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시 살생부 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 마강래(개마고원)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휘황찬란한 대도시에서 반짝이는 별을 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별 보기 좋은 장소를 검색하면 저자가 걱정하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에 허덕이고 있는 지방 도시들의 랭킹순위와 유사한 도시가 뜬다. 별을 볼 수 있는 지역은 도시민들에게 낭만적인 장소겠지만 청장년층의 감소로 별처럼 반짝이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지역이다. 그곳은 사회적 감소를 넘어 노인 사망률 증가에 따른 자연 감소까지 겹쳐 소멸 위기를 넘어 자멸 위기에 처해 있다. 1995년 지방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260여 개의 지방도시는 인구 유입을 위해 출산장려금, 양육지원금 등의 정책을 도입했지만 지원금만 받고 먹튀 출산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 재정난만 커졌다. 도시재생을 내세워 도시재생사업단이 노후화된 건물을 밀고 말끔하게 단장해도 사람들은 잠시 머물 뿐 인구수는 줄어들고 있다. 일자리와 교육의 기회가 있는 별 볼일 없는 곳바로 수도권의 대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체질 개선을 통해 다이어트하기!>

‘4차 산업 시대인간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은 창의적 직종이 몰려 있는 대도시보다 단순 노무직 서비스업이 있는 지방도시의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일자리가 없는 지방 중소도시는 20가구 미만의 과소화 마을이 되었고 청장년층의 전출로 연로한 어르신들만 남았다. 그곳의 가구 수가 적다는 이유로 공공서비스를 줄일 수도 없고, 사람이 적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우니 고향을 떠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몇 명을 위해 인프라를 계속 투자할 경우 비효율적인 재정투입으로 사회적 부담만 커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과소화 마을을 포함한 지방도시는 살아남기 위해 인구 유입을 위해 노력했다. 인구 유입의 유인책으로 산업단지를 건설해 일자리를 늘려 보려 했지만 과잉 공급으로 미분양만 넘쳐 오히려 재정을 좀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관광객 유치를 명목으로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2014년에는 산천어축제를 빼고 모두 적자였다. 나비축제로 지역축제의 성공사례가 된 함평조차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걸 볼 때 마을공동체의 결속력보다 외부 관광객의 일시적 유입에만 신경쓴 단발적인 지역축제가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방도시가 과거의 명성에 매달려 라떼는 말이야를 들먹이며 무리한 투자를 한다면 정부의 엄청난 예산만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국가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재정비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사망선고를 받게 될 지역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 전에 체질 개선을 통해 이쁘게 다이어트해야한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영양실조에 걸려서도 안되며 수도권에 기죽어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스마트하게 압축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절실하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자리와 사람을 모으고 질적 발전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다.

, 순창고추장의 역설을 잊어서는 안 된다. 1989년 공장이 들어섰을 때 기대와 달리 5만 명이던 인구가 202028천 명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최첨단 기계화 설비를 갖춘 공장에 사람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지리적 표시제로 유명한 순창이 고추장 덕분에 성장하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순창 고추장의 역설이 이면에 있었다. 제주도에 여행 갔을 때 대기업의 녹차 아이스크림가게를 뒤로 하고 지역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녹차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신산리 마을 카페를 방문한 적이 있다. 마을회관을 일부 개조해 만든 카페라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철강도시로 이름을 날린 미국의 영스타운은 낡고 빈집을 새로 단장하지 않고 부숴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철강도시의 부활이란 꿈을 접고 영스타운 푸르게 가꾸기로 미래의 비전을 전환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일본의 유바리시의 경우 탄광에서 관광으로를 외치다 파산한 사례로 최근 인구가 더 줄어들 것을 예상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지역에 인프라를 집중시키고 사람들을 이전시켜 압축도시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다음 세대에 유바리시를 남겨주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작지만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앞으로 지역성을 담은 차별화된 산업 육성과 무차별적으로 뻗어나가는 대형 프렌차이즈에 대한 적정 규제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지방도시도 건강한 다이어트 압축도시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살고 있어요!>

인공지능 로봇이 평균 연령이 70세가 넘는 적막한 시골 마을을 방문하며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혼자 사시는 할머니께 작은 로봇을 드리니 필요 없으니 가져가라며 밀어내었다. 로봇은 하릴없이 TV만 보는 할머니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재롱도 떨었다. 3일쯤 지나 프로그램 종료일, 퉁명스럽던 할머니는 차가운 로봇에 얼굴을 부비며 막둥아 가지마!” 하며 눈물을 보이셨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지방도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그리워하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의 터전이며 사랑하는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이다.

저자는 그곳을 살리고 국가가 살기위해 인구를 늘리기 위한 대책보다 인구 감소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고 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방 거점 도시로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략을 강조하였다. 지방 거점을 중심으로 압축되고 뭉쳐야만 효율성을 갖고 발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그 과정에서 성장시켜야 할 곳과 압축시켜야 할 곳이 나뉘게 될 것이다. 책에는 낙후된 지방도시가 혹시라도 살생부에 오를까 염려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다. 하지만 현실을 냉철히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는 확고했다. 통계학적 수치와 경제학적 예산을 생각하면 저자가 강조한 압축은 지방도시를 살릴 수 있는 해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 해당되는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나는 지방 도시를 살릴 수 있는 노력이 담겨 있는 지방도시 살생부를 통해 지방도시 상생의 정답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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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싸우는가? -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 PD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전쟁과 평화 연대기
김영미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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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계는 왜 싸우는는 서평 쓰기로 읽게 되었지만 만약 책을 접하지 못했다면 아마 제 삶은 어제와 다르지 않을 거예요. 작은 변화지만 국제 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검색하고 또 그들의 상황에 귀 기울이려 노력하고 있어요.

프롤로그에서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듀랜드 라인에 대한 토론에 한국 학생들만 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하셨죠? 아마 그 자리에 제가 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생각에 부끄러웠어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듀랜드 라인을 검색한 후에야 알게 되었어요. 수능과 입시 위주의 공부로 지식은 늘어나고 있지만 지식 너머의 문제에는 둔감한 저를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저는 세계 지리와 한국 지리 흔히 말하는 쌍지리를 선택했어요. 2학년 때 세계지리를 배우며 서남아시아의 위치와 특징, 기후 특색,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의 종교 경관과 금기하는 음식까지 열심히 외우고 시험을 봤어요. 가끔 서남아시아지역의 분쟁에 관한 국제 뉴스를 접할 때가 있었지만 과제와 시험, 대회 핑계로 무심히 넘어갔던 것 같아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저에게 써 주신 편지처럼 와 닿았어요. 그래서 답신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 따뜻한 캐시미어처럼 그들의 삶도 따뜻해지길

세계지리 수업시간에 지역 특산품에 대해 배우며 캐시미어가 히말라야산맥 인근의 카슈미르 초원에서 자란 질 좋은 양털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상상 속 카슈미르는 푸른 초원과 양 떼 목장이었어요. 그런데 책 속에 등장한 카슈미르는 군인과 총성이 끊이지 않는 곳이더군요. 동양의 알프스라 불리는 이 지역이 200년 넘게 받은 영국 식민 통치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에 누구 땅이라는 구분 없이 떠넘겨진 후 지금까지 피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기쁜 소식 전해드려요. 물론 당연히 알고 계시겠지요? 카슈미르 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과 궁금증으로 최근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202011인도-파키스탄, 카슈미르서 포격전,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15명 사망’, 20212인도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국경 분쟁 지역에서 전투 행위를 중단하기로 합의’. 제목만 읽었는데도 심장이 뜨거워지고 두근거림을 느꼈습니다. 모두 작가님 덕분이에요. 1949년에도 정전협정이 발표되고 통제선도 지금의 통제선도 그 당시 그어졌었지요. 인도가 국제 사회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그 후 3차례에 걸쳐 전쟁이 일어났구요. 아직 두 나라가 영유권을 주장하기 때문에 정전통제선(LoC, Line of Control)’을 구분하고 국경처럼 각각 실효 지배를 한다고 해요. 1949년과 같은 일이 혹시나 반복될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1947년 이후 70년 넘게 크고 작은 전쟁을 겪은 이 지역이 당분간은 정전 합의로 민간인의 희생이 줄어든다고 하니 너무 행복합니다. 특히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양국 때문에 동양의 알프스대신 중동의 화약고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많은 희생이 뒤따랐던 카슈미르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지길 바라요

# 빨간 티의 쿠르디

쿠르드족을 검색하니 파도에 밀려온 쿠르드족 세 살 꼬마 쿠르디의 사진이 첫 페이지에 있었습니다. 어린이날 아파트 주차장에 엄마 아빠와 나들이를 가는지 한껏 들떠 있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뛰어가는 아이의 모습에 해변에서 엎드려 잠들어 있는 듯 보이는 쿠르디의 시신이 자꾸 겹쳐 보여 마음이 아팠어요. 쿠르디의 사진이 세계인을 울렸고 이라크 북부지역에 살고 있는 그들의 삶에 국제적인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하니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만은 않아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약삭빠르게 쿠르드족만 이용하는 강대국에게 계속 배신당하고, 인종청소라는 명목하에 이라크 후세인에 의해 20만 명 가까이 죽임을 당하며 아직도 정처 없는 유랑 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들의 희생은 계속 되겠지요? 책에 실려있는 사진 중 순박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아이들과 총부리를 든 군인의 대조적인 모습과 제 또래와 동생들이 총을 들고 전쟁터에 있는 모습, 어린 자녀를 전쟁으로 잃고 슬퍼하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복수가 복수를 낳고 분노를 일으킬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상황이 생생히 느껴져 마음이 아팠어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도 모자란 시기에 아이들은 전쟁의 고아가 되거나 적들로부터 죽임을 당하는 가족을 보며 적대감과 적대심을 먹고 자라고 있겠지요?

 

 

# 갈등의 고리로 연결된 세계분쟁

지중해성 기후를 배울 때 고온건조한 여름과 지중해의 푸른 바다가 연상되어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어요. 그런 지중해 연안 국가는 이탈리아나 포르투갈, 스페인만 떠올랐어요. 북부 아프리카와 동유럽, 서남아시아 지역은 지중해의 여유로움과 거리가 멀다고 느꼈는지도 몰라요. 지중해의 쪽빛 바다와 커피 향 가득한 카페가 모여 있는 레바논의 베이루트도 최고의 휴양지 였다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레바논이 중동의 화약고가 되었다니? 무슨 일인지 궁금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부터 찾아 읽었어요.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던 영국의 외상 벨푸어가 유대인이 전쟁에 도움을 주는 조건으로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인에게 팔레스타인 땅에 나라를 세우게 해 준다는 약속을 했지요. 그들은 우리나라 경기도 크기 정도의 작은 나라 레바논에 들이닥쳤고, 이스라엘의 박해를 피해 팔레스타인 난민이 레바논으로 유입했어요. 레바논은 자신과 같은 아랍 민족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좋은 마음으로 수용해 주었는데 그곳에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형성되었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근거지로 변해 버린 거예요.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거의 반반 비율로 사이좋았던 레바논이었지만 이스라엘(기독교)의 미사일 공격이 기독교인의 미움으로 번져 내부 종교 갈등으로 확장되어 내전 발생했고 지금까지 크고 작은 폭탄 테러가 벌어지는 전쟁의 땅이 되어 버렸어요. 모자이크 국가라 불릴 정도로 여러 종파가 잘 어울려 지냈고, 중동의 무역 거점이자 중동 문화의 중심지였던 레바논이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한 결과는 너무 참혹한 것 같아요.

작년에 독서록을 쓰면서 읽은 책에서 베이루트의 폭발사고의 엄청난 인명 피해가 프랑스 테러에 가려져 세계의 무관심 속에 사라져 버렸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인터넷에 베이루트를 검색하니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폭발 전후의 베이루트 이미지를 볼 수 있었어요. 흔적조차 없어진 베이루트를 보며 함께 생을 마감한 200명 가까운 사람들과 갈등의 고리처럼 뻥 뚫어진 그들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베이루트에 엄청난 폭발사고의 배후에 무장세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최고의 복수는 용서

가해자와 피해자, 말리는 자와 방관하는 자, 약속하는 자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이토록 많은 관계 속 어딘가에 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러시아와 대립 중인 체첸의 경우 러시아군에 남편을 잃은 전쟁 미망인 여성들이 자립이 어려워 결국 자신의 몸을 던져 자살 테러를 일삼는 검은 미망인으로의 삶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아이들도 삶의 이유가 자살 폭탄 테러까지 자행하며 서로를 죽이는 거라고 믿고 있다는 것을 알고 속상했어요. 알라는 아랍말로 하나님이고, 예수님은 베들레햄에서 탄생하셨지요. 그 베들레햄에서 끊임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이들을 적대시하지 않고 용서하며 남긴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그들은 어떤 의미로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함께 만들어 가는 희망 (국제 사회의 도움과 연대 의식)

아름다운 섬나라 동티모르의 비극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몰라요. 특히 동티모르와 서티모르로 나누어져 있는 상황이 마치 우리나라 같았어요. 1520년 포르투갈의 식민지에서 시작되어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지를 거쳐 제 2차 세계대전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6만 명이 넘는 대량 학살의 피해를 받은 티모르. 특히 우리도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악몽이 있어서인지 더 공감됐어요.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동티모르의 독립 9일째 되는 날 인도네시아가 침략하며 6만여 명을 학살했을 때의 분노를 잊을 수 없어요. 집집마다 희생자와 실종자가 없는 가족이 없을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는 그들의 슬픔이 사진 속에 절절히 배어 나와 눈물을 흘렸답니다. 목숨을 걸고 대규모 살육의 현장을 취재하여 국제 사회에 알린 두 기자의 용기와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선 비정부기구들이 지원, 그리고 국제 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온건한 지지호소 정책이 모여 독립이 되었지요. 하지만 독립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을 향해 인도네시아 민병대가 또다시 살인, 납치, 방화를 저질렀고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는 상황에 저 역시 슬픔이 분노가 되고 그 분노로 복수의 칼을 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때 오스트레일리아군을 주축으로 한 유엔평화유지군이 인도네시아 민병대를 진압하고 19999월 드디어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어요. 국제 사회가 무관심했다면 동티모르 사람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을 거예요. 1학년 통합사회를 공부할 때 가장 마음에 닿았던 건 연대감이었어요. 동티모르가 독립할 수 있도록 세상에 알린 두 기자의 용기도 전 세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인류애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하나라는 연대감에서 비롯되었을 것 같아요. 학살당한 여대생들의 사진을 보고 궁금증을 풀고자 위험한 동티모르로 떠난 작가님의 용기에도 고개가 숙여집니다.

 

# 그들도 우리처럼 (전쟁이 나은 난민 수용)

동티모르에도 난민이 발생한 것처럼 모든 분쟁 지역에는 난민이 발생하고 있어요. 그들은 생존을 위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쿠르드족의 꼬마 쿠르디처럼 작은 고무보트에 의지한 채 망망대해에 몸을 맡기거나 냉동 차량에 몸을 숨겨 목숨을 걸고 안전한 나라로 탈출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199212월 난민협약과 난민 의정서에 가입하고 2001년 에티오피아 난민 신청자가 국내 처음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해요. 길게는 4년이 넘게 걸리는 심사 기간과 복잡한 절차로 기초 생계비도 없이 불법 이주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고향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답니다. 할머니께서도 어린 시절 6.25를 피해 일본으로 피난 가셨다고 해요. 그래서 한글도 제대로 익히지 못해 읽기는 하셨지만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 힘들어하셨대요. 우리도 전쟁으로 인한 난민 생산국이었던 거지요. 다양한 이유의 박해를 피해 남의 나라에서 피난처를 찾는 외국인들이 아직도 인종과 종교,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국에서도 박해를 받고 있어요. 자국과 타국에서 잊힌 존재가 되어 버린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중학교 때 반크활동과 청소년의회 활동을 하며 난민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편견과 차별을 버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포용하는 것과 그들의 인권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절실할 때 같아요.

 

 

# 암기하는 공부에서 생각하는 공부로

얼마 남지 않은 입시로 최근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입시지옥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투덜거리던 적도 있구요.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폭탄의 공포를 떠올리면 그동안 제가 어리광을 부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은 아직도 정치적으로 경제적 힘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 수호 등의 이름을 앞세워 전쟁을 부추기기도 전쟁을 통해 이익을 취하고 있어요. 테러를 소탕한다는 이유로 전쟁을 정당화시키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있구요. 하지만 어떤 이유로도 전쟁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정당화시키면 안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분쟁 지역이라 김정은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북한은 핵무기까지 지니고 있으니 자칫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지요. 그리고 북한과 우리나라의 관계 속에 많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도 조금 알 것 같아요. 전쟁을 겪은 할아버지께서 북한과 김정은 이야기를 하실 때 왜 그렇게 목청을 높여 분개하셨는지도 이제야 이해가 돼요. 세계화, 지구촌 시대에 한류와 음식, 영화, 상품 등 내가 필요로 하는 분야의 세계화에 관심이 높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구촌 시대의 진정한 세계화는 나와 이웃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그 관계 속에서 지식을 앞세우거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 인권을 존중하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 암기해야 할 것은 정보가 아니라 함께 잘 살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걸요. 지리공부를 하며 지리학과에 매력을 느꼈고 세상에 지리가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관심 갖기 시작했어요. 분쟁의 공간을 알려 주셔서 감사드려요. 오늘도 미얀마의 상황은 좋지 않아요. 내전이 길어질 것 같다는 기사와 미얀마 임시정부가 시민 보호를 위해 시민방어군을 창설한다고 해요. 대학생과 의사들은 펜과 메스 대신 총을 잡고 군사훈련을 받기 시작했다고도 하구요. 대부분의 전쟁에 목소리를 높여 용감히 맞선 사람들은 젊은 지성인이었고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와 사람을 구하는 데 열심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총칼을 총칼로 막는다면 결국 많은 희생이 따를 것 같아 걱정됩니다. 저도 대학생이 되면 지구촌 평화를 위해 그리고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공부가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높아졌습니다. 평화의 등불이 되기 위해 작을 불씨를 마음에 담아준 김영미 작가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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