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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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분간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하던 시절은 다들 있지않았나?

헤어졌던, 지금도 여전히 함께이던 그사랑은 그사랑의 시절 그사람만이 안다.

그렇게 영원할것 같던 찬란한 사랑이라는것도 지나고보면 그저 한때의 추억이 될수도있고, 아련한 슬픔이 될수도있겠지만

이렇게 낱낱히, 소상히 적어내려간 한남자의 기록을보더라도 고개가 갸우뚱되어지는 범상치 않은 사랑도있다.

치인이란 단어가 낯설어 찾아본다. 어리석고 못난. 멍청이. 바보.

그런 이가 이렇게 서두를 시작한다.

" 저는 지금부터 아마도 세상에 유례가 없을 저희 부부 사이에 대해서, 가능한 한 정직하고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써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제 자신에게 잊기 어려운 귀중한 기록인 동시에, 어쩌면 독자 여러분에게도 분명 어느 정도 참고할 만한 자료일 것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러하다.

'부부의 이야기' 라니, 그런데 얼마나 멍청이 짓을 하길래..

책을 소개받을때 여주인공 나오미. 그녀가 일으킨 신드롬에 대한 소문 '나오미즘'을 탄생시켰다는 책이라기에 그녀에 대한 기대가 몹시 크다. 그녀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남자의 사랑이야기.

스물여덟의 남자가 열다섯의 까페 병아리 여급의 이름에 반해, 그리고 서구적인 외모에 반해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서 꿈꾸는 신여성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그녀를 길러내기로 마음 먹고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순수했던 그녀는 언제부터 일까?

돈이필요하면 무슨짓을 해서라도 이기고마는 나오미.

언제나 그 '수법'을 사용할수 있도록 게임을 할 때는 대부분 헐렁한 가운 같은것을 일부로 느슨하고 단정치 못하게 두르고있었던 나오미.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정복당한것처럼, 서서히 저항력을 빼앗겨 농락당함을 알면서도 이남자 역시 그러하다.

여자에게 자신감을 갖게하다가, 그결과 남자는 자신감을 잃게되고, 그렇다보니 남자는 여자의 우월감을 쉽게 이길수 없게 되었다.

속아주지..로 시작한 남자의 배짱은 '내가 이기네' 라는 여자의 우월감을 이겨낼수없게된다.

무슨짓을 해서라도 이겨내는 나오미였기에.

그녀를 훌륭한 여성으로 길러내고팠던 그는 이제 모든걸 체념하게되지만, 그녀의 '육체'에 더더욱 끌려가고마는 그였다.

치인. 남자가 사랑에 빠졌다는것은. 그녀의 어떠한 행동도 그녀의 아름다운 육체앞에선 다 용서가 되는걸까? 바보. 그저 바보일까? 사랑일까?

허영심과 자만심과 아니꼬움의 집단 댄스클럽 속에서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보물같던 나오미의 실체를 봐버린 남자. 하지만 돌아오는 길뿐 그는 또다시 그녀에게 빠져드는일을 반복한다.

그녀에게 빠져들수록, 그녀의 실체는 남자의 두눈을 가리고잇었지만,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었고, 비밀이라고 할것도 안되게 나오미의 껍질은 양파껍질만큼 켜켜히 벗겨 내도 벗겨내도 또다른 나오미의 존재는 계속 되는데.. 그런 그녀가 없는 사이 오히려 그녀의 남자들에게서 듣는 고백들은 실로 고독한 시련이된다.

요부. 색마 서양인, 짐승같은년, 개년, 인간도 아닌 년, 더러운 음부인 나오미.

모든것을 알고도 다시 수작을 부리는 나오미의 팔꿈치에 작은발에 목덜미에 매달리는 순간들은 남자의 멍청함보다 나오미의 치명적 매력을 더 어필해낸다.

진정한 치인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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