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도널드 커시.오기 오가스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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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발견'에 더 가까운 선사시대부터 시작해서 신약 개발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대표적인 약물을 가지고 설명하는 책이다. 대략적인 순서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선사시대(발견)->대량생산->합성->연구 윤리>유전자 재조합 의약품->역학 연구

제약회사 이름도 많이 나오고 사람 이름도 많이 나온다. 실제 약의 개발 과정(우연히 발견한 계기, 효과를 입증한 실험 과정 등)에 대한 내용 반, 약을 계속 개발하고 싶어하는 연구자와 돈이 안되니 접으라는 제약회사의 갈등+연구자들 사이의 갈등을 포함한 정치적(?) 스토리 반이다. 군더더기 없고 흡입력 있는 문체지만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이 사람은 언제부터 튀어나왔지' 싶을 때도 있었다. 현실이 그러하니 있는대로 기록한 것이겠지만 어느 정도는 생략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제약회사에 대한 인식은 책을 읽기 전부터도 딱히 좋지는 않았다. 길진 않지만 임상연구직에 종사했었는데... 제약회사에서 나에게 해를 입힌다거나 못 써먹을 약을 억지로 환자에게 처방하도록 하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내가 담당했던 임상연구는 이미 개발은 한참 전에 끝나고 시판중인 약을 사용한 연구였다. 내가 실망했던 건 정말로 결과를 얻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그냥 제약회사와 의료진 서로의 금전적 이익을 위한, 이름만 연구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제약회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약이 얼마나 아픈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이 약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까?'에 더 비중을 둔다. 물론 기업이니까 직원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항생제는 오래/자주 쓰지 않기 때문에 개발을 꺼려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나는 감기나 감염성 질병이 다른 중대 질병보다 자주 발생하니까 항생제를 두고 굉장히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줄 알았다. 생각해보니 너무 당연한 결론이다. 인슐린과 항생제 중에 한 가지를 개발한다면 당연히 매일 투약해야 하는 인슐린을 개발하는 게 이득이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제약회사의 관점은 어떤지를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뒷부분에 있는 주석이 관련 연구 내용을 인용만 한 게 아니라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느낌이어서 주석만 따로 읽어도 재미있다. 나는 정치적 스토리보다는 실험과 개발 과정이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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