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있죠. 어떤 시간은 가는 게 아니라 녹는 것이라서 폐기가 안되는 것이니까요, 마음은

누군가 사랑하는 방식에는 육체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 어떤 사랑은 멈춰진 기억을 밀고 나가는 것 만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 사라진 누군가는 그렇게 기억하는 사람의 인생에서 다시 한번 살게 된다는 것


누구를 인정하기 위해서 자신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어. 사는 건 시소의 문제가 아니라 그네의 문제 같은 거니까. 각자 발을 굴러서 그냥 최대로 공중을 느끼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내려오는 거야. 서로가 서로의 옆에서 그저 각자의 그네를 밀어내는 거야.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란 자기 자신을 가지런히 하는 일이라는 것, 자신을 방기하지 않는 것이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사람의 의무라고 다짐했다.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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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고 나서도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나는 그런 노력이 어떤 덕성도 아니며 그저 덜 상처받고 싶어 택한 비겁함은 아닐지 의심했다. 어린 시절,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습관이자 관성이 되어 계속 작동하는 것 아닐까. 속이 깊다거나 어른스럽다는 말은 적당하지 않았다. 이해라는 것, 그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택한 방법이었으니까


슬퍼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덜 아플 거라고 어른들은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조용히 말해 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마음이라는게 그렇게 쉽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막으면 막아지고 닫으면 닫히는 것이 마음이라면.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만큼 불공평한 감정은 없는 것 같다고 나는 종종 생각한다. 아무리 둘이 서로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과 덜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누군가가 비참해서도, 누군가가 비열해서도 아니라 사랑의 모양이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벼랑 끝에 달린 로프와 같아서, 단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안도감을 준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모래도 내게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에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나를 세상과 연결시켜준다는 나를 세상에 매달려 있게 해준다는 안심을 주는 사람이. 그러나 모레에게도 내가 그런 사람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까.

네가 아픈 걸 내가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내가 아프면 네가 우는데 어떻게 우리가 다른 사람일 수 있는 거지? 그 착각이 지금의 우리를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들로 만들었는지도 몰라요

시간이 상처를 무디게 해준다는 사람들의 말은 많은 경우 옳았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상을 알아갈수록 더 깊은 상처를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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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서술은 사실을 기록하는 작업이자 사회 변화의 원인과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활동이며 어떤 대상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 행위이기도 하다


하라리가 하고 싶었던 말은 어떤 생물 종의 진화적 성공이 그 종에 속한 개체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업혁명 이후의 인구 폭발은 사피엔스의 진화적 성공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들이 더 행복해졌다고 단언하기가 어렵다.


교통수단이 발달한 지금은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사는 지역도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생물학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인종‘이 있다고 생각한다. 외모와 피부색은 다르지만 모든 ‘인종‘은 똑같은 지적. 정서적. 육체적 능력을 가진 사피엔스다......사람을 ‘인종‘으로 나누는 것이 의미 없다는 인식은 인류 전체를 하나로 보는 관점으로 연결된다.


역사가 쓰는 사람의 철학과 연구 방법에 따라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새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옳은 역사,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헤로도토스에게 역사 서술은 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사마천에게는 실존적 인간의 존재 증명이었으며, 할둔에게는 학문 연구였다. 마르크스에게는 혁명의 무기를 제작하는 활동이었고 , 박은식과 신채호에게는 민족의 광복을 위한 투쟁이었다. 사피엔스의 뇌는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이지만 뇌에 자리 잡는 철학적 자아는 사회적 환경을 반영한다. 그들은 각자 다른 시대에 살면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이야기를 남겼다.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려는 욕망이 우리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이 선택한 사실만 살아남아 후세에 전해진다


개인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행운과 불운에 흔들린다

우리가 옛 역사서를 읽는 것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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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희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꽥하고 터져.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갈구하거든. 인정이랑 배려같은 거


인생 자체는 긍정적으로
개소리에는 단호하게


내 인생을 롱테이크로 촬영한 무편집본이다. 지루하고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다.
반면 다른사람의 인생은 편집되고 보정된 예고편이다. 그래서 멋져 보이는 것이다


좋게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온다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자꾸 참으면 내가 무기력해진다


분노하고 불만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말자

인간관계는 시소게임이나 스파링 같아서, 체급의 차이가 크면 게임을 계속할 수 없다. 한두 번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져줄 수 있겠지만, 배려하는 쪽도 받는 쪽도 금방 지칠뿐이다. 인간관계를 지속하는 요건으로 ‘착함’을 드는 사람에게 그건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건강할 수도 없다고, 예전 내 모습이었던 착한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어느 한쪽이 착해야만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사실 없어도 상관없는 ‘시시한’ 것 아닐까? 건강한 인간관계는 시소를 타듯 서로를 배려하며 영향을 주고받을 때 맺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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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힘들 중 하나다. 인간 어리석음을 치유하는 한 가지 해법이 있다면, 그것은 겸허함이다. 민족과 종교, 문화 간 긴장이 악화되는 원인은 나의 종교, 나의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며, 따라서 나의 이익이 다른 누구의 이익이나 전체 인류 이익보다 앞서야 한다는 자만심 때문이다.

합리적 개인을 과신하는 것은 실수다. 합리적 개인이야말로 상류층 백인 남성의 자율성과 권력을 찬양하는 서구 국수주의적 환상일 뿐이다. 합리성뿐 아니라 개인성 또한 신화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보다 집단 속에서 사고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헤아리는 경우가 드문 이유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로 가득한 반향실(反響室)과 자기 의견을 강화해주는 뉴스피드 안에만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믿음은 계속해서 공고해질 뿐 도전받는 일이 거의 없다.


인간이 생산자로서도 소비자로서도 꼭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면 인간의 육체적 생존과 정신적 안녕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컴퓨터 알고리즘은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지지도 않았으며, 감정이며 직감 같은 것도 없다. 따라서 위기의 순간에도 윤리적 지침을 인간보다 더 잘 따를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사람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교통과 의료 같은 분야의 자동화를 막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보호해야 할 궁극의 목표는 사람이지 일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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