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한주 기행
백웅재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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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술 한주기행>은 다가오는 명절 연휴와 잘 어울리는 소재의 책이었다. 많은 종류의 한국의 음식 중 '술'을 다루고 있어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전통음식을 세계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움직임은 있으나 K- 술에 대해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거의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술을 잘먹지 않으나 한국의 다양한 프리미엄 한주에 대해 풍부하고 해박한 정보에 흥미를 느끼며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단순히 한국의 고퀄리티 술의 종류와 특징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홍천, 충주, 문경, 남해, 부산의 여러 한주 양조장 투어를 하며 얻은 체험, 정보, 느낀 점을 적은 한주 기행담이다.

한국에 이렇게 많은 한주 양조장이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각 생산지마다 겹치지 않게 고유한 특색을 지닌 술을 만드는 것에 놀라웠다.

강원도 홍천만해도 그렇다. 이곳은 인구당 주류제조면허 등록 수는 물론 프리미엄 한주 양조장이 많다. 아무래도 수도권과 가깝고 깨끗한 수질환경이 있다는 최적의 지리적 요건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양조장 수가 많지만 소주나 막걸리만 만들지 않는다. 같은 지역군내에서도 석탄주, 생강주, 송화주, 찹쌀 청주, 복분자주, 메밀술, 심지어 와인까지 각 양조장의 개성을 드러내는 술을 제조한다.

그러나 아무리 각기각색의 특징을 지녔다 해도 술의 기본 폼은 한국술, 즉 한주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분명 한국술이 주제인데 왜 생소한 이름의 술이나 와인이 이 책에 한주로 소개되는지에 대해 말이다. 이에 대한 궁금증은 저자의 정의로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전통주다. 한주를 한국 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꼭 전통주가 아니더라도 녹색병 소주, 국산 와인, 그밖에 어떤 술이든 국내에서 생산되는 술이면 다 '한국술'이다. 혹은 한국 전통주의 스타일을 따라 외국에서 만드는 술이라면 한주라고 할 수도 있겠다. (p 16)

틀에박힌 개념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것을 수용하고 포합하는 K-POP처럼 포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국술 이 책이 정의내리는 한주인 것이다.

어쩐지 이는 퓨전 전통 문화가 활발한 현대사회에 잘 맞는 개념인 것 같다.

한주가 한국'만'의 전통문화라는 착각은 하지 말자. (p. 19)

한주의 큰 특징이자 강점은 생주라는 것이다. 생주는 살균하지 않아서 풍미, 향, 영양이 풍부한 자연 그대로의 술을 말한다. 한주를 빚을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물, 쌀, 누룩이다. 여기서 누룩은 종합 생태계인만큼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있다.

이 중 효소와 효모는 역할이 크다.

그렇기에 한주는 숙성을 잘 시키면 김치처럼 감칠맛과 풍미가 늘 수 있다.

막걸리를 비롯한 한주에는 유산균 역시 풍부하며 고급주일 수록 숙취기 거의 없다. 또한 천연발효 성분인 피테라는 피부를 곱게 만들기 때문에 화장품의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한주 생산은 지리적 요건과도 떼어낼 수 없다. 앞서 언급한 홍천에 양조장이 많은 이유는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 기반으로 깔려있어서다. 유통을 위한 교통 인프라, 맑은 물은 좋은 한주를 보급하는데 필수요소가 된다.

아울러 농업과의 관계도 포함된다. 그 지역에 어떤 농산물이 나오냐에 따라 술의 종류와 특징이 달라진다.

남유럽의 포도, 북유럽의 보리, 동아시아의 쌀 등은 모두 해당 지역에서 가장 흔한, 그 지역의 농업을 특징짓는 재료들이자 모두 보존이 필요한, 수확기가 정해져 있는 작물들이다. (p. 98)

우리나라에서는 곡창지대가 넓어 쌀이 많이난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엔 보존이 중요해 술을 만들었지만 이젠 쌀로 빚는 막걸리, 청주 등으로 남아도는 쌀 소비 생산을 장려하게 되었다.

벼, 보리, 사과, 오비자, 복분자, 매실 등 농산물의 상태가 한주의 맛과 알콜 도수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과일은 해마다 달라지는 기온, 날씨, 토양 등으로 맛과 효모의 성격이 달라진다.

한주의 제대로 된 숙성은 어떤 술독이냐에도 달라진다. 와인 퀄리티가 오크통에 따라 달라지듯 한주는 구운도기(질그릇)의 영향을 받는다. 주향을 숙성시키는 것과 같은 좋은 도기는 그냥 굽는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습도, 온도 등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술처럼 섬세함이 요구된다.

이 외에 한주와 관련된 다른 정보들을 알아가면서 한주 생산이 보통 일이 아니란 것이 느껴졌다. 단순히 책을 통해 접하는 것만으로도 술을 만들기 위한 여러사람의 노고와 정성이 전해졌다. 생주이기에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살균술과 다르게 섬세한 기술, 경이로움, 장인 정신이 돋보였다.

자기 손으로 술을 빚는 과정에서 쌀알과 누룩과 물이 만나 술이 되는 그 생명의 신비를 직접 보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하나의 생태계를 자기 손으로 창조하고 관찰하며 느껴보는 것이다. 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술을 알아야 하고 술을 알기 위햇니는 한번쯤은 술을 빚어봐야 한다. (p. 69)

그래서 한주 양조장에 방문하여 술빚기 체험을 하면서 작가가 느낀 감정을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코로나...-_-+)

이런 한주를 기업에선 혼밥, 혼술이 유행인 시대, 젊은 소비자층에 맞춰 패키지나 마케팅에 신경쓰고 있다. 허나 아직 여러모로 개선해야 할 점들이 있다.

특히 근본없는 전통을 경계해야 한다.

퓨전한복처럼 모호하고 괴상한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이 담겼으며 동시에 케이팝같이 대중적인 한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느낀 점은 한주는 화합과 조화를 추구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우리의 얼을 닮은 음식이란 것이다. 미생물의 생태계를 이루는 모양새는 친환경적으로 보였다. 한주 한방울을 만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단합은 옛 조상들의 두레, 품앗이 등이 연상된다.

어떤 재료를 쓰던 그 재료의 본질과 잘 어우러지며 정통성을 유지하는 그리고 와인, 샴페인과 달리 그 어느 음식을 곁들여도 어울리는 한주의 특징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술임에도 반드시 숙지해야 할 점이 있다.

아무리 좋아도 과음은 절대 금물이란 것이다.

덧붙여 본문 중 하나의 양조장 기행문이 끝날때마다 프리미엄 한주를 소개가 나온다. 훗날 코로나 종식 후 양조장 투어를 계획할 때 참고하면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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