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어서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안정병원 하오선생 지음, 김소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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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안정병원 하오선생 저/김소희 역
작가정신 | 2019년 10월

 

 

정신병원을 찾은 한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는 매일 우산을 손에 들고 모퉁이에 가만히 앉아 쪼그려 앉아 있었다. 간호사가 재차 이유를 묻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가 난감해할 때 한 의사가 우산을 들고 그 환자를 따라 했다. 한달 후 환자는 입을 열었다.

"저기...... 당신도 버섯인가요?"

"네, 저도 버섯이에요."

의사가 대답했다.

몇 달 후, '버섯'환자는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하게 되었다.

조금 생략하긴 했으나 이 이야기는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란 책에 수록된 내용이다. 책의 저자 하오선생은 여기서 느껴지는 배려와 온정에 사로 잡혀 '당신도 버섯인가요?'라는 제목을 붙였으나 한국에서 다른 제목이 붙게 되었다.

제목과 서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정신 질환을 주제로 풀어간다. 하오원차이 선생이 안정병원 정신과에서 겪은 병동 일상을 포함해 그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신 질환'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안타깝게도 대부분 좋게 생각하진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옛날엔 마음에 병환이 있다고 하면 머리에 꽃을 꽂은 사람을 떠올렸다. 요즘은 심신미약, 정신질환에 의해 벌어진 사건들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있어서 이에 대해 편견을 갖거나 꺼려하는 기색을 보인다.

정신병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미디어매체의 영향때문인지 정신병동하면 어두운 이미지가 연상된다. 게다가 정신병원은 서스럼없이 다가가기 힘든 곳이란 생각이 깔려있어 다른 과 병동에 비해 문턱이 높은 편이다.

오늘 날엔 그나마 예전보다 인식이 나아진 편이다. 심리학, 상담, 심리치료에 관심을 보이고 동네에 있는 정신과의원에서 상담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탄하는 마음을 온전히 돌리기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것 같다.

하오 선생은 이렇게 정신 질환에 대중적인 오해를 풀기 위해 책을 썼다.

사실 정신 질환은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나는 것처럼 우리 몸이 아픈 것일 뿐이죠. 우리가 정신 질환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정신 질환 환자들을 좀 더 바르게 대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이 자신의 병을 마주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겁니다. p. 9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 있던 한 환자는 혼란형 조현병을 앓고 있어 머리에 붕대를 감고있었는데, 그 붕대에는 핏자국이 새어나와 있었다. 환자는 동료 의사를 남편으로 생각했고, 연필을 머리에 꽂으려했다. 의료진들은 그 환자를 위해 연극을 하였고 결국 나아서 퇴원을 하게 되었다. 한 청년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성도착증에 걸린 것 같다며 괴로움을 호소하였다. 양극장애로 병동에 입원한 안경남의 생각은 언제나 극단적이었다.

이는 중증에 속하는 케이스일 뿐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하오 선생의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을 앓고 있는 바오 간호사, 우울증을 앓다 자살한 대학 동창 펑위, 강박증으로 센 돈을 세고 또 세는 은행직원 풍경운담 아가씨, 도박중독 저우 실장, 히스테리성 발작을 일으켰둔 천 아주머니, 폐소공포증의 스님, 안면인식장애를 가진 황부인, 수면상 후퇴 증후군을 앓는 아가씨, 바넘러브 이 간호사 등... 이 중 태반이 하오선생과 아는 사이였다. 그들은 정신병동에 입원하지 않았을 뿐 각 각 마음의 문제를 품은 채 살고 있었다.

이는 책 속의 이야기에만 해당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주위를 돌아보면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마음의 병을 겪어나 경험담이 있는 사람을 찾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겪는 질환으로 우울장애를 꼽을 수 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비유하기도 한다. 감기처럼 흔하게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가벼운 감기처럼 그냥 울적한 기분을 느끼는 정도인 경우가 있는가하면 독감처럼 지독하게 얽매여 온 정신을 침체시키는 수준도 있다.

우울증은 보이지 않기에 방치하기 무서운 병이다. 그냥 울적한 기분과 헷갈리다보니 무심코 넘기게 된다. 그렇게 병을 키우다 잘못해서 극단적이고 안타까운 결과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영혼의 감기'는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하고 심지어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p. 162

고령화사회로 인한 저소득층, 독거 노인 인구가 늘면서 이제는 노인우울증 문제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외에 조울증, 틱장애, 공황장애, 알콜중독, 해리, 자폐, ADHD, PTSD, 불면 등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의료진의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주변 사람들의 지속적이고 따뜻한 관심이다. 하오 선생은 이 책을 통해 이 점을 강조하고자 한 것 같다.

(영화 '조커'를 보면 이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네 말이 맞아. 의사는 병을 치료해주는 사람이지. 근데 치료는 약으로만 하는 게 아니야, 마음을 써야지. 베푼 만큼 대가가 돌아오는 법, 초조해하지 마. 익숙해질 거니까." p. 18

책 속 에피소드 중 '별에서 온 아이'는 주변의 애정어린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다. 이 에피소드는 버스 안에서 자폐증이 있는 량량이라는 아이가 본의아니게 폐를 끼치면서 벌어지게 된 경험담이다. 처음엔 승객 모두 아이와 어머니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고, 어머니는 죄송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자 하오차이 선생은 사람들에게 먼저 자폐증에 대해 알리고 행동하였다. 그러자 기사부터 승객들 모두 아이에 대한 태도가 변했고 아이 또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게 되었다.

정신 질환은 남의 병이 아니다. 언젠가 나의 병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신질환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는 것'이 치료의 기초이자 시작입니다. 우리 모두가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p. 9

그리고 한편으론 우리나라의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의 발병률 증가가 현대사회의 퍽퍽한 현실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금도 이런데 미래는 더 심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 염려가 된다.

다시 되짚어 보자면 정신 질환은 병원 치료도 중요하지만, 주위에서 질환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배려해야하는 노력을 요한다.

그런데 미래에선 사람들이 이런 노력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4차 산업 사회시대가 열리면서 사람들은 오프라인보다 SNS같은 온라인상에서 관계맺는 걸 선호하게 되었다. 따라서 인간관계의 폭은 전보다 더 좁아지고, 아는 사람이 많아도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가뜩이나 옆집 사람에게조차 관심없는 와중에 정신 질환을 겪는 사람을 제대로 봐주고 배려 할 수 있을까 싶다. 만일 인공지능으로 대처해도 부작용이 일어날 것 같다. AI가 우울증 환자에게 아무리 "다 잘 될거야.", "힘내." 해도 형식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 뿐 와닿지 않아 우울증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벌써부터 괜한 걱정일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무심코 넘기기에 찜찜하기도 한다. 건강한 미래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어떻게해야할지 상사해봐야 할 것 같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사람 속을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 환자의 고초를 덜어주는 하오 선생이 대단해 보였다. 책 속에서 보여지는 하오선생의 치료법은 기상천외했다. 그러나 그 본질은 환자를 먼저 생각해주는 따뜻한 치료방법이었다. 이는 광장춤을 좋아하고 대머리인 자신을 대머리라고 서슴없이 말할정도로 유머러스하고 여유 넘치는 어르신의 노련함과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의 응집체가 빛을 발한 결과인 것 같다.

덤) 개인적으로 빵더이야기가 시트콤 같아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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