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내 얼굴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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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내 얼굴

김종광 저
작가정신 | 2018년 12월

 

 

20년차 소설가가 들려주는 솔직하고 해학적인 인생 이야기

 

 

이왕이면 웃는 얼굴을 그려보려고 했다.

"너는 웃는 얼굴이 참 예쁘다" 라고 말해준 분들이 많았다.

'웃어라, 내 얼굴'의 저자 김종광 작가님의 웃는 얼굴은 아마 이순구 화백의 작품과 같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자신을 생계형 작가라고 일컫을 정도로 가난하다고 말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마을, 대학, 직장 등 어딜가도 가난하기만 한 데에서만 살아왔다. 소설가가 되어선 가난한 사람들이 모인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문단'에서 영위하고있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문예진흥기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주공임대아파트에 살고있다.

'가난'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형편이 얼마나 힘든지는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정말로 열악한 환경에 처한 사람은 웃을 여유가 없기 마련이다. 주변에서 칭찬할 정도로 매력적인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건 원래부터 낙천적인 성격을 지녔음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옆에서 지켜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님을 생각하고,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그런 가족을 위한 마음이 경제적으론 부족해도, 삶을 가치롭게 만들어 주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그들로부터 얻은 깨달음이 1장에서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저자의 아버지는 농사일을 안 시키셨다고 한다. 과잉보호가 아니라 열심히 일손을 도와도 오히려 방해만 되었기 때문이다. 그일로 인해 그는 일찍부터 열심히 하는 게 능사가 아님을 알게된다.

샤브샤브집에서 고기와 칼국수를 잘 먹는 아이를 위해 먹는 속도를 최대한 자제하고, 가족끼리 가는 피크닉의 공을 자식에게 돌리는 부분에선 저자의 넘쳐나는 자녀 사랑이 보였다.

이왕 겪는 멜라민 파동, 학교 앞 가게에서 불량이 싹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p. 61)

괜히 서글펐다. 아빠가 근근이 살아가는 형편이라, 아들의 꿈이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일 테다. 자식의 꿈마저 부모의 재력과 정비례하는 세상이잖은가.(p. 84)

부모라면 아이가 마냥 예쁘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에 대한 걱정도 앞서는 법이다. 가정을 꾸리면서 겪는 교육비, 종합신고세, 물가 상승에 대한 고민이 아무리 커도 정말로 사랑하는 자식 문제보단 앞설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런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진 듯 글 속에서 보여지는 아이들의 모습에선 밝게 자란 티가 났다. "아빠, 너무 멋졍!"하며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1박 2일'을 보기위해 재치있는 세 가지 대답을 내놓기도 한다. 때로는 바둑을 잘 가르치지 못하는 아빠를 의젓하게 위로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저절로 흐뭇함이 들었다. 아버지와 아이의 유대에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을 나타낼 것 같다.

그리고 18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 온 아내에 대한 감정이 돋보였다.

미안하다는 말, 이 말이 어려워서 거의 안 하고 못하고 사는 부부도 많다던데, 우리는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당신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늘 진심이었어. 늘 미안했어. 결혼하는 날부터 미안했어. (p. 87)

자상함이 가득한 심경고백이 감동적이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아무리 가족간에도 반목하기 마련인데, 이 가정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강해 많은 위기를 무난히 잘 넘겨왔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지난 20년 간 집필한 1500여 편의 수필 중 추려 담은 것이니만큼 가정을 넘어 사회, 교육, 정치, 문화계 등윽 영역까지 넓힌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기준이 확장되었다고 내용까지 덩달아 무겁거나 거창해지진 않는다. 작가의 생활을 중심으로 세계관을 바라보기 때문에 오히려 생활 탐구 에세이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절로 웃을 수 밖에 없는 소설. 위로받아서 웃고, 짠해서 웃고, 기가 막혀 웃고, 분해서 웃고, 절묘해서 웃고, 깨쳐서 웃는, 가진 자들윽 체제와 권력에 대하여 날이 바짝 서 있으면서도 울음보다 강한 웃음기를 머금은 그런 웃기는 소설.(p. 340~341)

그리고 '웃기는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저자의 소망이 투영되 듯 에세이 한 편 한 편에 호쾌함이 가득했다.

2부에선 공자의 '괴력난신'을 통해, 3부에선 특별한 날, 마지막 장에선 소설가로서의 관점으로 대부분 저자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여, 그 안에 숨은 문제점을 꼬집는다. 직설적인 화투가 날카롭지만 정곡을 맞추는 듯한 느낌이라 독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낸다.

최선을 다하는 삶이란, 실상 가도 가도 제자리이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p. 94)

"정말이지 다시 태어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소년이 엄살 부리는 것만 같지는 않다. 얼마나 벅찬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 저런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올까. (p 104)

몸의 상처는 치료가 쉽지만, 마음의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는다. ( p. 110)

개인적으로 3부의 내용이 어느 에세이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력 속 '특별한 날'은 생활밀착형 에세이다운 느낌을 살릴 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도 그 날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견지가 참 신선했다. 보통 사람들은 생일이나 기념일, 대명절, 공휴일 정도만 기억한다. 학생의 날, 근로자의 날, 환경의 날 등은 모르고 지나간다. 빨간 날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보내기 때문이다. 책에선 이런 날들도 섬세하게 잡아내어 풍자한다. 그 중 투표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선거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할만큼 중요한 날이다. 그럼에도 투표율은 해가 갈수록 떨어진다. 안타깝게 생각했던 사회적 문제였던터라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갔다. 또한 근로자의 날도 흥미로웠다. 이 날은 휴일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한번도 쉰적이 없어서 몸을 많이 쓰는 노동일수록 돈을 조금 번다는 문장에 동감하며 인상깊게 읽었다.

마지막 장은 작가의 직업세계관이 절실하게 잘 드러난 파트였다고 생각한다. 이쪽 분야에 종사하지 않아 소설가란 직업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느 직업이던 힘든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 서글퍼졌다. 한편으론 작가님이 어려움은 있어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것에 부럽기도 하였다.

이웃집 풍경을 보는 듯 친근하다가도 세상을 향한 첨예하고 풍유적인 한 마디가 여파를 남기는 기분이었다. 저자가 바란대로 절로 웃을 수 밖에 없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위로받아서 웃고, 짠해서 웃고, 기가 막혀 웃고, 분해서 웃고, 절묘해서 웃고, 깨쳐서 웃을 수 있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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