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예찬 - 정원으로의 여행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안인희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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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주인공이 고향에서 농작물을 직접 키워 음식을 지어 먹으며 계절을 지낸다. 예능 <효리네 민박>에서는 제주도에 내려가 살며 여유로운 날들을 보낸다. 이제는 '자연'스러움의 콘텐츠들이 미디어 속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병철의 저서 『땅의 예찬』도 3년간 자연으로 돌아가 정원을 가꾸었던 한 철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마 전 등산을 하며 산을 오른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느꼈다. 숨이 턱까지 차서 포기하고 싶을 때, 바로 그 때 정상이 눈 앞에 보인다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힘들지만, 묵묵히 같은 속도로 걷다 보면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잘 내려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우리들이 찾는 인생의 진리는 사실 자연을 잘 살펴보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한병철도 생명을 품고 있는 땅을 바라보며 인생을 생각한다. 
 
   정원에서의 3년동안 그는 늘 할 일에 치여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인생에서 벗어나 시간이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기계와 인터넷의 발달으로 노동과정에서 드는 절대적인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시간에 쫓겨 산다. 하지만 자연에서의 시간은 느리게만 흘러간다. 다음 봄까지의 시간이, 여름 동안의 시간이, 다음 가을 단풍까지의 시간이, 겨울의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늘어난 시간과 여유는 타자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정원에서 일하면서 그는 이기적 자아에서 벗어나 오로지 꽃을 향해 관심을 갖고, 걱정을 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는 '정원은 존재와 시간을 준다'고 말한다.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싶었던 한병철은 겨울을 이겨내는 꽃들을 자신의 정원에 심는다. 그래서 그의 정원에는 사계절 내내 다른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는 겨울을 이겨내고 생명을 품는 꽃들에 감탄하고, 밝지는 않지만 편안함을 주는 푸른색 꽃을 사랑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게 피어나서 제 자리를 빛내는 꽃을 바라볼 줄 안다. 그는 어떠한 꽃이라도 그 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꼭 밝지 않아도, 예쁘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저마다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그의 말들에서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느낀 것들을 담담히 풀어놓은 책, 『땅의 예찬』. 자연이 선사해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오늘은, 아파트 단지에 핀 꽃들과 나무와 풀을 자세히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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