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 독도와 외규장각 의궤를 지켜낸 법학자의 삶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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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는 우리땅, 임은 저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독도가 우리 땅인 역사적인 근거를 대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한다. 나 역시도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며, 훗날 역사분쟁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는 하지만 한 번에 떠올리기에는 망설여진다. 이미 정리된 자료들을 뒤적이며 그 근거를 찾곤 한다. 그렇다면 내가 참고하는 이 자료들은 과연 누가, 언제, 어떤 이유로 조사하고 연구하며 발견한 것일까? 특히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에서 처음 공개되는 '관판실측일본지도(官板實測日本地圖)'를 발견하고  대외에 알린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백충현 교수이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위상을 드높이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어 대한민국의 기상을 보여줄 수도 있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여 대한민국을 널리 알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백충현 교수는 지적 가치가 충분한 연구들을 통해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일찍이 국제법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제법학자가 되어 한평생 연구에 매진했다. 그는 "국제법만큼 국가 이익과 직결되는 학문 분야가 없다(p.18)",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국제법을 해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p.20)"라는 소명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백충현 교수 한 명의 열정에서 시작한 연구는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갔고, 백 교수의 집에서 시작한 국제법 모임이 서울국제법연구원으로, 체계적인 형태를 갖춰갔다.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에서 국제법의 필요성이 논의되게 된 것이다.

   국제법이란 국가 간 합의에 따라 국제 사회의 주체들이 따라야 할 규칙을 말한다. 그는 국제법이 독도 영토 분쟁, 외규장각 의궤의 반환 문제, 위안부 문제의 해결, 아프가니스탄의 집단 학살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적용될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가끔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미 지난 일을 왜 배우는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 백 교수가 을사늑약의 불법성을 밝혀냈다 하더라도 역사는 변하지 않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나라는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수많은 외교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이고, 그 때마다 과거에 비추어 생각해본다면 우리나라의 입장을 견고히 하고 조금 더 성숙한 태도로 현재의 문제를 대할 수 있지 않을까. 

  백 교수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국제법이 가진 가능성, 다른 학문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았다. 그는 역사학자 이태진과 함께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에 대해 연구했다. 이를 통해 역사학과 국제법은 불가분한 관계이며 간학문적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학 뿐 아니라 국제법은 인권, 정치, 외교 등 다양한 문제에서 활용이 가능한 학문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교류가 이루어지는 현재 세태에서 우리나라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국제법은 필수적인 학문이라 할 수 있다. 국제법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백 교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읽으면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점은 백충현의 아내 이명숙을 희생하고 내조하는 여성상으로만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남성 뒤에는 더 훌륭한 여성이 있다는 말은 딱 백충현과 이명숙에게 맞는 것 같다. 물론 그 당시에는 남편을 위해 헌신하고 내조하는 것을 최고의 아내로 여겼다는 것은 알지만, 백충현이 금전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힘들때마다 기다렸다는듯이 바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여성으로만 그려진 것 같아 아쉬웠다.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을 통해 우리나라의 여러 사회적 문제들에 국제법을 적용하여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백충현 교수의 일생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권력 질서 사이에서 양심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공부했던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이 책을 통해 그를 알게 되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권력 질서 사이에서 양심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 공부했던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
이 책을 통해 그를 알게 되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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