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쓰치의 첫사랑 낙원
린이한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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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실낙원, 그리고 복락원이라는 구조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열세 살 소녀 팡쓰치에게 있었던 일을 말하고 있다. 문학을 통해 고통스러운 경험을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작가 린이한은 소녀가 겪는 혼란스러운 감정선을 너무나 잘 나타내고 있다. 혼자서 겪어내야 했던 고통과 사랑이라는 겉포장으로 인해 느꼈던 혼란스러움, 스스로 가해자를 사랑할 것을 강요해야만 했던 팡쓰치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팡쓰치와 거울처럼 닮은 존재인 이팅은, 변해버린 쓰치에게 가시돋친 말을 하기도 한다. 취향도 생각도 비슷했던 쓰치가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동경의 대상이었던 선생님과 가까워지는 모습에 질투를 하기도 한다. 이팅은 쓰치에게, 우리는 자라면서 상처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지금 넌 행복해보이면서 또 고통스러워보인다고 말한다. 이팅이 쓰치에게 했던 그 어떤 말보다도 이 말이 가장 쓰치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어린 시절의 우리가 바라본 것처럼, 아름다운 것으로만 가득찬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분명히, 누군가를 완전히 파멸시킬 정도의 고통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어쩌면 쓰치가 느낀 것처럼 이 세상의 곪아터진 상처가 이 세상 자체보다 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분노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은,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소녀는 매순간 상처받고 있지만, 악인은 고고하게 높은 곳에 있다는 점이다. 세상이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현실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가해자에게도, 가해자에게 공범이 되어주는 사회에게도, 언젠가 이 분노의 감정을 잊어버리고 또 살아갈 나에게도 화가 났다. 
  돌이키기엔 너무 늦어버렸지만, 그래도 쓰치에게는 이팅과 이원이 있었다. 이팅과 이원에게 무어라고 비난하고, 죄책감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다. 사과하고 자책해야할 사람은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쓰치를 열 세살의 시간 속에 버렸고 나는 열세 살 이후의 쓰치를 잊어버렸어요. 거기 누워서 쓰치를 기다릴 거예요. 쓰치가 나를 따라올 수 있도록, 쓰치 곁에 있을 거에요."라는 이팅의 말 속에는 쓰치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곁의 좋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지 못하고 한 인간의 욕망 때문에 고통을 감내해야했던 쓰치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팡쓰치들을 외면하기도 하고, 동정하기도 하고, 쉽게 비난해버리기도 한다. 작가 린이한이 『팡쓰치의 첫사랑 낙원』을 쓴 이유는 아마도, 더이상 그들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금도 힘들어하고 있을 많은 팡쓰치들의 손을 잡아주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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