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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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상실의 시대』 등으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버스데이 걸』이 출간되었다. 시험기간에 책을 받았기에 받은 즉시 읽고 싶었지만 시험이 끝나서야 읽게 되었다. 날씨 좋은 날 이렇게 학교 잔디밭에 앉아 맥주 한캔과 함께 책을 집어들었다. 

『버스데이 걸』은 스무살 생일을 맞은 한 여성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일생에 단 한번뿐인 스무살 생일에 대신 일해줄 동료를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여성은 우연히 생일 선물로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사장을 만난다. 원하는 것을 말하면 뭐든지 들어준다는 말에 그 여성은 무엇을 빌었을까.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여성은 부자가 되게 해달라거나, 똑똑해지게 해달라거나, 미인이 되게 해달라는, 누구나 원할 것 같은 보편적인 소원을 빌지는 않았다. 앞서 말한 세 소원이 이루어지길 원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로 자신이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무엇을 소원으로 빌었을까? 작가는 우리에게 그녀의 소원을 추론해보게끔 한다. 부, 미, 지성만이 욕망과 성취해야할 대상으로 여겨지는 요즘 사회에, 이 외의 다른 어떤 소중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게끔 한다. 어쩌면 우리를 고민에 빠지게 하기 위해서, 작가는 주인공의 소원을 알려주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소원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주인공은 인간이란 어떤 것을 원하든 자신 이외의 존재는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물질적인 형태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 그녀가 받은 진정한 선물이 아니었을까. 라드브루흐는 세상이 궁극적으로 모순이 아니고 삶이 결단이 아니라면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무가치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결단한다는 것은 갈림길에서 자기가 나아갈 길을 스스로 판단하여 진행시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갈림길에 스스로를 밀어넣고 고민하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주인공을 결단에 이르게 함으로써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 것이 사장이 주인공에게 준 생일 선물이 아니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남긴 작가 후기에서는, 생일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이가 많든 적든, 돈이 많든 없든, 누구나 모두 갖고 있고, 단 하나씩만 가질 수 있는 것. 차별로 가득찬 세상에서 유일하게 차별이 없는 아주 공평한 것이 생일이라고 말한다. 1년 365일 중 단 하루, 나에게만 특별하고 소중한 날. 오늘 하루도 누군가의 생일일 것이다. 나에게는 소중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날들을,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의미있게 채워가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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