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km - 175일간 미국 PCT를 걷다
양희종 지음 / 푸른향기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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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영화 ‘와일드’를 본 후 PCT 도전을 동경했고 셰릴 스트레이드의 책을 읽고 그 관심은 더 커졌다. 우연히 SNS에서 건너 건너 친구의 게시글을 보다가 저자분과 함께 동행한 분이 PCT에 도전하신 다는 걸 보고 응원 댓글도 한 번 달았던 적이 있다. 그 후로는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그분과 함께 완주한 분이 책을 쓰셨다는 걸 보고 생전 처음 예약 구매까지 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막연히 PCT를 걷는 하이커가 내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한국인 최초, PCT완주에 도전자이자 책의 저자이신 heejong spontaneous Yang (책을 읽고 나니 한국이름보다 이게 더 친숙하다.)이 트레일에서 겪은 일상과 생각 또는 푸념을 담은 책이었다.
매일 그날 운행한 거리와 경험이 담겨 있고, 순간순간 느낀 감정을 아주 솔직하게 담아냈다.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훈훈한 척 하지 않고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느끼게 될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점이 가장 좋았다.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적어 내려간 하루하루의 기록이 진솔했기 때문이다.
여행책에는 글의 중간마다 사진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삽입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색다른 느낌이었다. 뭐랄까... 너무 잘 그리지 않고, 담백함이 묻어나 좋았다고 할까?
그리고 PCT에 대한 기본적인 소재들이 재미를 더했다. 트레일엔젤, 곰통, 트레일 트리플 크라운 처럼 PCT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흥미로웠을 거라 생각한다.
국내 첫 도전자가 쓴 책이라 그런지 PCT에 대한 정보가 많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는 많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혹시 나중에 작정하시고 국내 최초 PCT 완주 가이드 책을 써보시는 걸 조심스레 추천드려본다. (흠... 그 고생을 또 하실 의향만 있으시다면^^;)
프롤로그에 신선이 되고 싶어 PCT에 도전했다던 저자의 말이 신선하면서도 그 의미가 한 번에 다가오지 않았다. ‘신선이라... 독특하네. 과연 될 수 있을까?’ 그 두 단어가 첫 장을 읽게 했던 것 같다.
4300km 끝에서 저자는 원하던 대로 신선이 됐을까? 결과가 어찌 됐든 175일 동안 4300km에서 지낸 밤들과 한국에서 회사 생활하면서 지낸 밤들과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을 것 같다고 감히 짐작해본다.
저자는 독자에게 여행계 삼신 할매처럼 당장 여행을 떠나라고 등떠밀지 않는다.
‘젊은 나이에 나처럼 도전해야지!, 독자 여러분, 시간이 아까워요. 당장 회사 때려치우고 여행가세요, 생활에 지치진 분 PCT에 도전해보세요.’ 이런 대책없는 여행기도 아닌 각자의 삶의 태도를 존중하는 저자의 생각이 좋았다.
며칠 전, 저자분의 SNS에서 사진이 올라 온 걸 보니 또 다른 트레일에 도전 중이셨다. 하지만 게시글 중 사진만 보고 글은 읽지 않고 있다. 지금 읽으면 책으로 읽을 때 감흥이 떨어질까봐 참고 있다. 다음 책을 기다리는 게 가장 큰 응원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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