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책이 재밌다. 단 사흘 만에 끝난 재판을 따라가며, ‘정의’가 아닌 ‘절차의 부재’가 어떻게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지 얘기한다. 왕비이자 외국인, 여성, 어머니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쏟아진 편견과 증오가 공적 판단을 어떻게 비틀었는지, 방대한 기록과 차분한 문장이 선명하게 보여준다. 법정이 진실을 밝히지 못할 때 역사는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잔인함이 군중의 확신과 여론의 열기로 어떻게 정당화되는지 끝까지 묻는다. 읽다 보면, 문득 오늘 우리의 재판과 미디어, 여론의 속도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짧지만 오래 남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