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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 세계사 최대 규모의 철수 작전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 지음, 정탄 옮김, 권성욱 감수 / 교유서가 / 2017년 8월
평점 :
대참패 속에서 만들어낸 기적.
이 책은 1940년 있었던 다이나모 작전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극작가 출신인 에드워드 키블 채터턴에 의해 씌여진 책이다. 서문에도 나와있듯이 당시 참가했던 선원들과 수병들, 그리고 장교들의 인터뷰를 종합하여 만든 책으로 원제는 'Epic of Dunkirk' 이다. 즉 덩케르크 장편 서사시이다. 그에 걸맞게 철수하던 상황에서 있었던 수병들과 선원들의 눈부신 활약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만약 이 책을 덩케르크 작전에 대한 전체적인 틀과 그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읽으려고 했다면 아마 그것은 이 책에 대한 실망감만 키우는 일이 될 것이다. 덩케르크는 모든 내용을 천천히 객관적으로 담기보다는 기적적인 사건을 보고 흥분과 감동에 쌓인 사람이 이를 기리고자 헌정하는 식으로 만든 책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이러하다. 평범한 선원출신인 사람들이 정부가 필요로해서 모두 모였고 이들은 기꺼이 자신들을 능력을 바쳐 연합군 일원들을 구해내는 위대한 여정을 기록했다.
이는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어찌되었든 영불연합군은 독일군에게 치명적인 패배를 당했고 이때 철수한 병력들은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자신들을 패잔병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프랑스는 항복하고 독일공군들은 영국마저 항복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영국의 공해상에서 폭탄을 흩날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이 시기에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기적적으로 성공했던 모든 국민들이 하나되어 만들어낸 기적을 다시한번 상기시키기 위해 쓴 것이라 추측해본다.
책의 내용들은 대부분 일반선원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민간선박들의 선장들의 뛰어난 판단력과 위험을 무릎쓰고 달려간 이들의 모습, 포격을 당해 배가 망가진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엔진을 고쳐 도버항으로 돌아간 사연, 배는 많이 공출했지만 고급선원이 없어 곤란해하던 선장들의 요청에 공장에서 하던 일도 내팽겨치고 달려온 수십명의 선원들의 이야기까지. 이는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국민들이 일치단결하여 이룩해낸 기적을 상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싸워서 이긴 것은 단순히 군대가 아니라 모든 영국국민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려고 하듯 말이다.
만약에 전쟁의 회고록을 좋아하고 각각 개인들이 처했던 상황들을 생생하게 전달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그 목적에 아주 부합하는 책이 될 것이다. 철수작전이 있고 얼마안되서 쓰여진 책이라는 것과 더불어서 아주 많은 사례들이 담겨져 있고 긴박한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위처럼 덩케르크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체적인 서술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분명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더불어서 연대순으로 놓이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옴니버스 형식의 전개로 각 장마다 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앞쪽 부분에서는 철수작전을 위해 군대가 했던 여러가지 행동들을 담아놓았지만. 사실 20여장이 넘는 수많은 장중 그러한 군대와 전체적인 작전상황을 알 수 있는 부분은 4장 정도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일화만 모아놓은 일화집으로 봐도 무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서 장의 제목들과 내용의 평이성이 존재한다. 장의 제목들은 각각 다 다르지만 실질적으로 들어있는 내용들의 차이는 거의 없이 느껴진다. 가령 구명선, 예인선, 지옥의 환희, 바지선단, 유람선단 등의 각 장들의 제목이있지만 실질적인 내용들은 유람선을 타고 탈출한 이야기, 구명선을 타고 탈출한 이야기, 예인선을 활용하여 탈출단을 도운 이야기 등의 계속 앞에서 본것만 같은 내용들이 이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해당 세부내용들은 다 다르긴하다. 어떤 선박은 무사히 넘기기도 했지만 어떤 선박은 포격에 맞아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여있었음에도 이를 극복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뭔가 장들은 다르지만 각자의 이야기의 차이점이 없던 것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단점이라 보기엔 아쉬운 점이 하나 더 있긴하다. 극작가 출신의 작가가 써서 그런지 몰라도 각종 상황에 따른 개인적인 평가도 들어간다. 영국 소총연대의 분투에 영웅적인 투쟁이라 하는가 하면 벨기에의 항복에는 벨기에 국왕의 배신행위라며 그를 욕하는 장면들도 있다. 일부 장면에 대한 서술도 뭔가 연극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는 감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작가의 성향과 당시 책이 쓰이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것이고 어쩌면 당시 영국인의 국민적 감정을 직접 보여준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결국 전쟁이 후반부까지 가기전까지 있었던 영국의 가장 큰 승리중에 하나를 다루며 가장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40만명의 병력이 갇혀버리고 모든 육로는 독일군에 의해 봉쇄된 절망박에 없는 상황에 제공권은 독일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국민들은 이들을 버리지 않았고 모두가 단합하여 구해낸 이 사례는 그야말로 끔찍한 비극속에서 건져올려낸 아니 만들어낸 위대한 기적을 직접 목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