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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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그렇지 않은데 삐삐나 공중전화, CD의 등장같이 다소 옛날 느낌을 주는 소재들이 있어서 뭐지? 싶었는데 책 마지막에 <개정판을 내며>를 읽으며 1999년에 초판이 나왔다는 걸 알고 놀랐다. 별로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안 든다. 개정판을 낸 이유가 충분하다.

표제작이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인데 나는 이게 제일 별로였다. 여러 개의 사건을 동시다발적으로 등장시키다보니 정신이 없는 느낌이었다. <흡혈귀>는 제일 첫 작품으로 두기를 잘했다고 봤는데 그 이유는 흡입력이 있어서였다. 의뢰인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 재미있었다. 여러 단편을 모은 이 책을 읽으면서 순서 배치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두 번째 작품인 <사진관 사건>을 읽으면서 특히 그랬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다가 다소 허무하게 끝나는 결말이, 마지막 문단 덕분에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당신의 나무>는 나무라는 소재를 통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엮었는데 나에게는 그저 산발적이고 개별적인 이야기들로만 남아있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소재가 평범하게 느껴졌다. <피뢰침>은 소재 선택이 탁월했던 것 같고 잘 짜여진 것 같았다. <비상구>는 생각할수록 되게 유치하고 진부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읽을 때는 화살 문신을 이용한 비유 때문인지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고압선>이었다. 사라진다는 설정 자체는 엄청나게 독특하고 참신한 게 아닌데, 적절한 타이밍에 그걸 잘 등장시켰고, 주인공의 직업과도 잘 어우러졌다. 처음에 등장시킨 이야기들을 마지막에 잘 회수해서 짜릿했다. <바람이 분다>는 마지막 작품인데 그 임펙트가 크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굳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서 엄청난 걸 들고와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앞서 접했던 이야기들에 비해서는 그래서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전반적으로는 소재가 참신하고 이야기의 전개 속도도 빨라서 쉽게 읽혔다. 그리고 결말이 대부분 좀 허무한 느낌이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표현을 정교하게 해서 그 부분마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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