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 개국에서 노벨상까지 150년의 발자취
고토 히데키 지음, 허태성 옮김 / 부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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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3년 연속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과학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것이 전부이다. 올해 일본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이 확정된 후, 언론에서는 왜 우리나라는 과학분야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지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응용과학 분야만 신경 쓰는 정부와 기업이 주된 타겟이다. 언론들은 위계적인 권위주의 문화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럼 과연 일본은 이러한 문제들이 없었기 때문에 과학분야에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의문에 답을 해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 이다.

 이 책은 일생동안 과학연구에 매진했던 저자가 쓴 일본 과학사 책이다. 저자는 근대화 이후 150년의 과학사 만을 다루고 있다. 책은 시간순으로, 일본 과학계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일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을 들여와 일본에 전파한 선구자적 인물들부터,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외국에서 인정받은 일본 과학자들 그리고 현재 일본 과학계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까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책은 단순히 과학자들의 과학적 업적만 기술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에 관련된 일화와 일본 과학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 또한 담겨있어,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과학계를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일본 과학계의 일화들이 상당히 흥미롭다.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세히 배우지 않는 러일전쟁에서 일본과 러시아 양측은 모두 막대한 사상자를 냈다. 전쟁도 치열했지만 전쟁만큼이나 병으로 인하여 많은 병사들이 죽었다. 일본의 경우 비타민 B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각기병으로 인한 사상자가 전투 중 사상자만큼 많았고, 러시아 역시 비타민 C가 부족하여 생기는 괴혈병으로 많은 병사들을 잃었다. 일본 해군의 경우 과학자 스즈키 우메타로의 연구를 받아들여 비타민 B를 갖고있는 보리를 섭취해 각기병을 이겨냈지만, 육군의 경우 위계질서와 편견 때문에 오히려 흰쌀밥을 병사들에게 지급해 피해를 키웠다고 한다.

 이 책은 일본인이 일본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한국과 다른 시각이 나타나는 점 또한 재미있었다. 우리는 김옥균이 주도한 갑신정변의 실패 원인 중 하나를 일본의 배신이라고 배운다. 그런데 저자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지원을 했지만 개혁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저자가 문제시 삼고 있는 일본 과학계의 특징들도 놀라웠다. 저자는 책 내내 관료주의와 권위에 복종하는 일본 문화를 문제시 한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일본이 과학 강국이 되고 기초 과학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이유는, 후쿠자와 유키치 같은 선구자들이 기초과학을 중시 여기는 바른 길로 과학계를 인도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이 책의 진짜 재미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여 응용과학만 중시하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파벌문화와 위계질서를 우리나라 과학계의 문제점으로 꼽는다. 그런데 일본 과학계의 원로가 지적하는 일본 과학계의 문제점 또한 동일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일본처럼 과학 강국이 되지 못한 것일까? 저자는 일본 과학계는 150년동안 과학자들이 노력하여 내공을 쌓아왔기에 꽃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과학계는 고작 6-70년밖에 되지 않았다. 일본의 반도 안되는 기간만으로 일본과 같은 수준의 과학 강국이 되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정리하자면, 이 책은 일본의 과학사를 다룬 역사서이다. 과학자들의 과학적 업적과 함께 과학과 연관된 일화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역사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조선왕조 실록을 읽으면 지루하듯, 과학적인 지식이 적거나, 일본 과학사에 대한 기본적인 밑바탕이 없으면 읽기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 과학사 혹은 근현대 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도 타는데 우리나라 과학계는 왜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가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 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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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수아레스 마이 스토리
루이스 수아레스 지음, 정지현 옮김 / 싸이프레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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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첫인상이나 소문은 안좋지만 실제로는 괜찮은 사람을 만나곤 한다. 루이스 수아레스도 이런 선수이다. 세번의 깨물기와 인종비하 발언 등 굵직한 사고들을 친 덕분에 축구팬들은 수아레스를 악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서전을 통해 본 수아레스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매우 착하고 바른 선수였다. 책을 읽기 전에는 원조 악동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자서전과 비슷한 느낌일 줄 알았으나, 읽어보니 성실의 대명사 박지성 선수의 자서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수아레스 자서전은 즐라탄의 자서전 나는 즐라탄이다와 같이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두 선수는 공통점이 매우 많지만 전혀 다른 유형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두 선수는 모두 아약스에서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아 빅리그로 이적하였다. 포지션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둘다 공격수이다. EPL과 바르셀로나를 각각 경험했거나 하고 있는 점도 유사하다. 그러나 즐라탄은 상대에 대한 존중심이 부족하고, 수아레스는 상대를 존중한다.

 즐라탄은 일단 자기와 맞지 않는 모든 것을 비난한다. 그는 아약스는 파벌문화가 강하고 바르셀로나는 학교 같다고 비난했으며 반 더 바르트, 루이스 반 할, 괴로디올라를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반면 수아레스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각 구단과 나라의 문화 안티 팬들까지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지금까지 거쳐왔던 모든 팀들에 대해서 애정을 드러내며, 인종차별문제로 원수가 된 에브라에 대해서도 원색적으로 비난하지는 않는다.

 수아레스 자서전의 또다른 재미 요소는 수아레스의 사랑이야기이다. 수아레스 자서전에서 수아레스의 부인 이야기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둘은 영화에서도 나오지 않을 법한 드라마틱한 사랑을 했다. 십대에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수아레스의 부인(당시 여자친구)이 스페인으로 떠나면서 이별할 위기에 놓인다. 운이 좋게 마침 네덜란드 스카우터의 눈에 띄어 나시오날이라는 팀의 축구선수가 된 수아레스는 유망주라는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부인이 될 여자친구를 네덜란드로 데려와 동거한다. 그때부터 수아레스 부부는 지금까지 함께 잘 살고 있다. 수아레스의 각별한 부인 사랑은 책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수아레스가 겪은 각종 일화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롭다. 수아레스의 대표 기행인 깨물기에 대해 수아레스는 가끔 본능이 잘못 발휘될 때 일어나는 행동이라고 해명한다. 수아레스는 경기를 하다 보면 본능적으로 말도 안되는 플레이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하는데, 필자도 농구나 축구를 하다 본능적으로 멋있는 플레이를 해본적이 있어서 수아레스를 약간 이해할 수 있었다.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만나 인생골을 넣은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도 있다.

 슬램덩크같은 스포츠 소설 혹은 만화에 들어가야할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엇인가를 계기로 잠재력을 폭발 시키는 주인공, 믿음직한 동료, 주인공을 막아서는 고난 그리고 주인공과 예쁜 사랑을 하는 여주인공까지. 수아레스 자서전에는 이 모든 요소들이 적절하게 들어가 있다. 지금까지 5권의 축구선수 자서전을 읽었는데 수아레스 자서전이 제일 재미있었다. 축구선수 자서전을 읽어보고 싶다면 꼭 수아레스 자서전을 먼저 읽어볼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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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고로 플레이한다 - 안드레아 피를로 자서전
안드레아 피를로.알레산드로 알치아토 지음, 이성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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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를로처럼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강철 같은 체력? 정확한 킥력? 안정적인 볼 킵핑 능력? 물론 이런 재능들도 있어야 하겠지만 플레이 메이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넓은 시야이다. 피를로는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능력으로 이탈리아 축구계를 이끌었다. 피를로의 자서전은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닮았다. 그는 특유의 넓은 시야로 축구계 전반의 이슈를 파악하고, 경기에서 그의 패스처럼, 정확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일반적으로 축구선수들의 자서전은 대부분 자신과 자신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반면 피를로의 자서전에는 축구계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피를로의 생각이 많이 드러나 있다. 구체적으로 피를로는 승부조작문제, 인종차별문제 그리고 선수들과 심판들에 대한 관중들의 합리적이지 못한 비난 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피를로는 승부조작을 해결하기 위해서 하부리그 공식 배팅 금지,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 그리고 연대책임 금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종차별문제의 경우에는 대응하기보단 무시하는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심판들도 인간의 존엄성을 갖고 있고, 대부분 관중들은 축구계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지 못하므로 지나친 비난은 삼가해 달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심판들이 오심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를 위해 첨단 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를로 자서전의 또다른 특이점은 클럽팀 보다 국가대표팀에 관한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커리어 대부분을 이탈리아 명문 구단에서 보냈고(인테르, AC밀란, 유벤투스), 아주리 군단의 심장으로 오랫동안 맹활약 했던 만큼, 국가대표팀 동료들과 매우 친밀해서 그런 것 같다. 피를로 자신이 요즘 선수들과 다르게 국가대표팀에 큰 자부심을 느껴서 이기도 하다. 자서전에는 네스타, 가투소 인자기 등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이탈리아의 슈퍼스타들이 하는 바보 같은 장난과 그들의 그로테스크한 징크스를 알 수 있다.

 피를로 자서전의 매력은 내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피를로는 글을 상당히 잘 쓴다(공동 작가가 있는 것을 보면 말을 잘하는 걸 수도). 책 곳곳에는 문학적인 표현들과 철학적인 내용들이 들어있다. 그의 글 솜씨 덕분에 독자들은 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는 2006년 월드컵 페널티 킥을 중앙에 꽂은 일화를 한 챕터에 걸쳐 이야기 하는데, 장황하긴 하지만, 그가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스포츠 스타의 자서전이 아니다. 만약 고난을 극복하여 성공한 스포츠 스타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박지성 선수의 자서전을 읽는 것이 더 낫다. 피를로 자서전의 제목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플레이한다이다. 자서전의 내용은 제목과 유사하게 피를로의 생각이다. 이탈리아 전성기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관심있는 사람이나 인간 피를로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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