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플레이한다 - 안드레아 피를로 자서전
안드레아 피를로.알레산드로 알치아토 지음, 이성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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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를로처럼 세계적인 플레이메이커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강철 같은 체력? 정확한 킥력? 안정적인 볼 킵핑 능력? 물론 이런 재능들도 있어야 하겠지만 플레이 메이커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넓은 시야이다. 피를로는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능력으로 이탈리아 축구계를 이끌었다. 피를로의 자서전은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닮았다. 그는 특유의 넓은 시야로 축구계 전반의 이슈를 파악하고, 경기에서 그의 패스처럼, 정확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일반적으로 축구선수들의 자서전은 대부분 자신과 자신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반면 피를로의 자서전에는 축구계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피를로의 생각이 많이 드러나 있다. 구체적으로 피를로는 승부조작문제, 인종차별문제 그리고 선수들과 심판들에 대한 관중들의 합리적이지 못한 비난 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피를로는 승부조작을 해결하기 위해서 하부리그 공식 배팅 금지,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 그리고 연대책임 금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종차별문제의 경우에는 대응하기보단 무시하는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심판들도 인간의 존엄성을 갖고 있고, 대부분 관중들은 축구계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지 못하므로 지나친 비난은 삼가해 달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심판들이 오심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를 위해 첨단 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를로 자서전의 또다른 특이점은 클럽팀 보다 국가대표팀에 관한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커리어 대부분을 이탈리아 명문 구단에서 보냈고(인테르, AC밀란, 유벤투스), 아주리 군단의 심장으로 오랫동안 맹활약 했던 만큼, 국가대표팀 동료들과 매우 친밀해서 그런 것 같다. 피를로 자신이 요즘 선수들과 다르게 국가대표팀에 큰 자부심을 느껴서 이기도 하다. 자서전에는 네스타, 가투소 인자기 등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이탈리아의 슈퍼스타들이 하는 바보 같은 장난과 그들의 그로테스크한 징크스를 알 수 있다.

 피를로 자서전의 매력은 내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피를로는 글을 상당히 잘 쓴다(공동 작가가 있는 것을 보면 말을 잘하는 걸 수도). 책 곳곳에는 문학적인 표현들과 철학적인 내용들이 들어있다. 그의 글 솜씨 덕분에 독자들은 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는 2006년 월드컵 페널티 킥을 중앙에 꽂은 일화를 한 챕터에 걸쳐 이야기 하는데, 장황하긴 하지만, 그가 그 당시 느꼈던 감정을 완벽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스포츠 스타의 자서전이 아니다. 만약 고난을 극복하여 성공한 스포츠 스타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박지성 선수의 자서전을 읽는 것이 더 낫다. 피를로 자서전의 제목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플레이한다이다. 자서전의 내용은 제목과 유사하게 피를로의 생각이다. 이탈리아 전성기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관심있는 사람이나 인간 피를로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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