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0시경에 공습경보가 울렸다. 새로울 것도 없었지만 경보가 울릴 때마다 우리 모두 뼛속 구석구석까지 파고드는 불안으로 몸을 떨었다. 그소리는 지상의 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공장에서 듣던 사이렌이 아니었다. 그 소리는 어마어마하게 커서 전 지역에 동시에 그리고 규칙적으로울렸다.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날카롭게 고음으로 올라갔다가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처럼 낮아졌다. 그 소리는 우연히 고안된 게 아니었다. 독일에서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게다가 그것은 목적과 배경에 너무나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사악한 음악가가 그 사이렌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사이렌 속에 분노와 절규, 달빛 속의 늑대 울음소리와 태풍의 소리를 담았을 거라고. 그래서 그것은 아스톨포의 나팔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것이다. 그 소리는 공황을 불러왔다. 폭격을 예고했기 때문이 아니라 지평선 끝까지 메아리치는, 상처 입은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그 소리가 천성적으로 지니는 끔찍스러움 때문이었다. -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