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어 체계에 끝없이 제약당하고 있다. 사람들 사이의 다층적이고 복잡하며 고유한 관계들을 기술하기에는 이 언어 체계가 보유한 자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 제약은 우리 문화에서 인간관계에 부여하는 중요성에 어떤 한계가 설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은 여러 문화권에서 해당 문화에 중요한 것을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는 언어를 어떻게 고안해내는지 이야기한다. 에스키모 문화가 ‘눈’과 관련된 어휘를 그렇게 많이 갖춘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일 것이다. 사람들 사이 관계보다 전쟁을 기술하는 어휘가 훨씬 많은 문화에서, 언어가 그런 관계들에 핵심이 되는 실재를 정의하는 데 실패하는 것은 당연하다. 페르시아나 중동 여러 언어의 바탕인 산스크리트어에는 영어 단어 ‘love‘에 대응하는 어휘가 아흔여섯 가지나 된다. 이 기본적인 감정을 기술하는 낱말이 아흔여섯 가지나 되는데 평생 갈 친구와 스쳐 지나가는 얄팍한 친구 사이에 뚜렷한 구별이 없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