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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ginner's Guide to Traditional Archery (Paperback)
Brian J. Sorrells / Stackpole Books / 2004년 7월
평점 :
주변의 권유로 한 일년 전부터 우리 딸은 양궁을 시작하였다. 어렸을 적 야구부에 가입하여 자못 심각하게 야구를 했었던 경험이 지금껏 내 인생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던 나는 솔직히 많은 고민없이 허락을 해주었다. 어린시절 무언가에 몰두하고 도전하는 추억을 남기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은 얼마 안가 흥미를 잃고 포기하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가리기에 충분하였다. 다만, 그 충분한 고민의 결핍으로 인해 양궁에 들어가는 만만찮은 비용 문제 역시 고려하지 않아, 지금 딸이 포기한다고 하면 적잖은 비용을 투자한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장담할 수 없다.
다행하게도 딸 아이는 그 후로 양궁을 좋아하고, 즐기고 있어 아직까지는 고맙게도 아빠로 하여금 째째한 생각을 하지 않게끔 해주고 있다. 더욱이 소질이 있는건지, 운이 좋았던건지, 몇번 나가지 않은 시합들에서 입상도 하기 시작하면서 딸아이는 양궁에 점점 더 심취하게 되어갔다. 초기에 양궁 시합장에 갈 때는 아주 부담없이 마음으로 책을 하나 끼고 나가 독서에 심취하며 나름 여유로운 시간을 구가했었다. 그런데 딸 아이는 입상권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동시에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책에 빠져있는 아빠에게 자신이 쏘는 화살 한발 한발에 대해 관심을 가지라고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나만의 시간을 희생하기는 했지만, 딸 아이가 쏘는 한발 한발의 화살을 보면서 몇마디 조언을 해주기 시작하니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 딸 아이와 나 사이에 있는 세대차이는 북한이 느낀다는 공포감을 실감나게 해주기에 충분하여 부녀 간의 대화가 점점 줄어가는데, 그 시간만이라도 함께 같은 문제로 고민해본다는 것 자체로도 기쁨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일년 간의 무관심은 양궁에 대한 무지가 되었다. 같은 문제로 고민해볼 기회는 생겼지만, 정작 뭔가 같이 고민해서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줄 수 가 없는 것이다. 이것도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나도 뭔가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양궁을 시작하는 것도 한 방편일 것 같은데, 중년의 한 중간에 서있음은 무언가를 한번 시작하면 지독하게 빠져들 것 같다는 일종의 두려움이 있어서 포기하였다. 대신에 책 읽는 것에는 취미가 있으니 양궁에 관련된 책을 읽어, 그 지식으로 딸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책을 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마침 아마존의 Unlimited Kindle 버전으로 공짜로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선택하였다.
책의 초반에는 아주 기본적인 연습에 대한 철학과 활과 활쏘기에 필요한 장비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는데 활을 처음 잡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초 지식들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다. 딸 아이의 활과 화살에 있는 수많은 장비들이 왜 있어야하는지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 이해할 필요도 없었던 코치 선생님의 조언들이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책의 중반에는 화살을 튜닝하고, 활 쏘는 자세를 잡아가는 기초적인 연습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너무나도 기초적인 연습방법이어서 양궁 시합을 준비하는데 딸 아이에게 권했더니 반응이 시큰둥하다. 더군다나 활을 쏘는 또 하나의 현격한 목적인 사냥과 관련한 연습방법들이 많아서 읽기를 그만둘까 생각하였다. "끝까지 읽지 않을 책은 시작도 하지 않는다"라는 특출한 독서 철학을 가지신 우리 회사의 회장님이시기도 하셨던 빌 게이츠 덕분에 나도 예외를 만들지 않고 끝까지 읽기로 하였다. 종반부로 가면 갈 수록 더욱더 사냥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아지면서, 사냥터에서 갑작스럽게 취해야만 하는 다양한 자세들을 연습하는 방법, 수제품 활을 사는 방법들로 채워지게 된다.
시합 양궁에 대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양궁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는 얻을 수 있어서 나름 좋았던 것 같다. 회장님 덕분에 얻게된 사냥과 관련된 지식은 어떻게 써먹어야 하나? 로빈슨 크루소처럼 어디 무인도에 홀로 표류하게 된다면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안써먹기를 기도해야겠다. 그래도 이 책 덕분에 양궁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으니, 딸 아이와 이야기할 때 무신경했다는 미안함이 덜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빠가 같은 문제로 함께 고민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해해주기를 현재 중학생인 딸에게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나이가 더 들면 이해해줄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보면서, 나름대로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가져본다.